결국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하는 뷁스런 상황.
일단, 근처 다리 밑에서 햇볕을 피하기로 했다.
우리 말고도 다리 밑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노숙자와 노숙자... 그리고 노숙자, 또 노숙자.....
...아무튼 많은 분들이 계셨다.
"이거라도 좀 먹을래?"
수많은 노숙자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친구가 쵸코파이 한조각을 내밀었다.
그러나 녀석이 배고플까봐 가방에 싸온 쵸코파이는,
햇볕에 익고 가방에 뭉개져 이미 본래의 형태를 잃어버렸기에,
마치 화장실에서 볼 수 있는 그것과 흡사했다.
내심 배가 고팠지만 주위 시선을 의식한 채,
정중히 사양을 하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을때.
내 눈에 굴다리 하나가 포착됐다.
그것은 다름아닌 중랑천을 빠져나가는 샛길.
예압 베이베. 역시 하늘이 무너져도 살 길은 있다고, 사람이 그냥 죽으란 법은 없다.
잠시동안 물로 목을 축이고 굴다리를 따라 46번 국도를 찾아 나섰다.
한참을 달려서 어린이 공원을 지나자마자,
워커힐을 통과해서 서울을 빠져나갔다.
남들은 자전거 여행가면 잽싸게 서울을 떠나던데.. -_-
우리는 이 무슨 출애굽기도 아니고, 지름길을 놔두고 뱅뱅 돌아서야 서울을 벗어났다.
어쨋거나 이제 시작이니까,
마음만은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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