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을 향한 우리의 집념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집착으로 바뀌어 갔고,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묵묵히 페달을 밟는 일.
...그리고 그렇게 몇 시간을 더 나아갔을까?
신나게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속력이 조금씩 줄더니, 뭔가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 쪽에서는 친구녀석이 말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야! 니 가방에 불났다!!!!"
으응 ?
재빨리 자전거를 멈추고 뒤를 바라보니,
가방이 자전거 바퀴와 마찰되면서 타버렸다.
쌔까맣게...... -_-
"My Bag!!! My Bag!!!! ㅜ_ㅜ"
나의 표범같은 울부짖음을 보며 친구녀석은 나를 위로하듯 말했다.
"야, 그래도 다행이다. 한쪽만 이러면 어떻게든 가죽 수리하는 곳에서 어떻게 해볼 수 있을꺼야."
네. 하지만 맞은편도 역시 걸레가 되었네요. ㄳ ^^
총 여행비용 +4만원(가방값).
어쨋거나 이렇듯 내 가방도 몸도 만신창이가 되었고,
해도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 상황임에도 이제 막 가평시내에 도착했을 뿐이었다.
더 이상 지체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짧은 휴가기간 동안에 동해를 다녀와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부득이 오늘까지는 춘천에 도착해야 했다.
그리하야, 대략 1분간 상의한 끝에
가평터미널에서부터는 춘천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문제는 자전거였다.
버스에 실을 수 있을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을 뿐더러,
만약 싣는다면 어떻게 실어야 되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도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 채, 한참을 터미널 앞에서 우물쭈물 하고 있는데,
한 젊은 여자분이 우리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뭐 좀 도와드릴까요?"
한 손에 마이크를 쥐고 있는 걸로 보니,
터미널에서 배차 방송을 해주는 분이셨다.
마음 속으로는 이미 기쁨의 '할렐루야'를 외쳐대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차분하게 우리의 상황을 일목 요연하게 말씀드렸다.
그런데 그 분께 들은 해결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버스에 탈때는 추가운임을 내지 않고도 짐을 실을 수 있으며,
자전거에 경우에는 앞바퀴만 분리해서 실으면, 문제가 없다고 한다.
고로 만약에 자전거는 실을 수 없다거나, 추가운임을 요구하는 기사분이 있다면,
가볍게 "즐~" 을 외쳐주면 되겠다.
어쨋거나 그 누나분이 고맙게도 자전거 앞바퀴를 분리하는 공구도 빌려주시고,
고마운 마음에 시원한 음료수를 하나 뽑아서 가져다 드리니,
이번엔 직접 손에 기름기 묻혀가며 앞바퀴까지 분리해 주셨다 -0-; (역시 뇌물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_-?)
이로써 최대 위기였던 가평터미널에서 천사같은 분을 만난 덕분에 수월하게 다음 코스인 춘천으로 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떠날시간이 임박해서 누나에게 별다른 고마움의 표시도 하지 못한채,
블로그 배경음악을 샤이니의 '누난너무 예뻐' 로 바꾸겠다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해주고는 버스에 올라탔다.
자, 아무튼..
드디어 꿈에 그리던 춘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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