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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58 - 바라나시의 아침

사진출차 : http://www.telegraph.co.uk/travel/year-of-discovery/3901000/Year-of-Discovery-competition-Indian-rail-delights.html

사트나 기차역에 바라나시행 열차가 들어오고,
나는 드디어 잠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채 기차에 올라탔다.

인도 기차는 좀 특이한게,
아무리 좌석을 미리 예매했다고 해도,
당일날 자리가 예고없이 바뀔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열차 입구에 수정된 내역을 A4용지로 붙여놓는데,
올라타면서 반드시 이것을 확인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날은 피곤해서인지,
그냥 곧바로 기차표에 적힌 좌석으로 갔는데,
그곳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고, 나보고 좌석이 바뀌었으니 확인을 해보란다.
입구로 가서 실제로 확인을 해보니 좌석이 바뀐게 맞았다.

그리하야 다시 터덜터덜 바뀐 자리로 걸어가보니,
그곳에도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이곳이 자기네들 자리가 맞단다.


아,


이것은...

마치...


사진출처 : http://cafe.naver.com/ghar.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1144

의자 뺏기 놀이인가!!?


좌석은 2개인데,
3명이서 모두 자기 자리라고 하고 있으니...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그렇다면 3명중에 1명은 서서 갈 수 밖에 없다는 건데,
문제는 현재 서있는 1명이 나라는 거였다. -_-

사트나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아기자기하게 꾸며놨던 '달콤한 숙면 계획'은 이미 '아웃 오브 안중'이 되었고,
어떻게하면 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하이애나마냥 옆에서 호기탐탐 기회만 노릴 뿐이었다.


어쨋거나 그들과 한참동안 실랑이가 계속되던 와중에,
지나가던 역무원이 등장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는데,
그가 들고 있던 수정된 좌석 내역안에, 다행히도 내 이름이 들어있었다.

결국 나는 열차가 출발한지 시간이 좀 지난 후에야, 이 어처구니없는 좌석 쟁탈전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고,
꿈에 그리던 침낭 안으로 들어가 긴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사진출처 : http://indianrailways.informe.com/forum/railway-station-photos-dt969-30.html

시간이 꽤 흐르고,
이른 새벽 무렵, 드디어 바라나시 기차역에 도착했다.

사실 예전부터 바라나시에 대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은 탓에 왠지모를 기대감도 있었고,
무의식중에 '인도=바라나시' 라는 느낌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바라나시역에 도착해보니,
그동안 봐왔던 수많은 곳들과 다를바 없는 모습에 조금 실망스러웠다.


컴컴한 새벽.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지만,
몸이 피곤했기 때문에 곧바로 릭샤를 타고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기로 했다.

'오르차' 누나중에 한명이 '비쉬누'라는 숙소를 알아봐뒀다고 해서,
별다른 고민없이 릭샤를 잡고, 그 곳으로 향했다.


어둠속에서 릭샤를 타고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길을 여러차례 지나자,
이윽고 '비쉬누'라는 간판이 걸려있는 건물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예감이 안좋았는데,
역시나 나중에 알고보니 릭샤꾼이 '비쉬누'라는 이름만 같은 짝퉁 숙소에 우리를 내려준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아챘을 땐,
이미 우리의 귀여운 릭샤꾼 녀석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다른 숙소를 찾아 가트를 따라 걸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주변이 어둑어둑 할 때였는데,

인적이 없는 갠지스강은 뭔가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강가에는 몇명의 사람들이 배를 타고 새벽 공기를 쐬고 있었다.

강 건너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그 반대편에 보이는 복잡한 골목들.. 그리고 저 멀리 어디선가 조용히 들려오는 힌디 음악.

정말 오래된 도시라는 느낌.
그리고 정말 평화로운 느낌.

그리고 알 수 없는 포근함이 느껴졌다.




길을 걷던 와중에,
지평선 위로 해가 서서히 떠올랐다.

그 광경을 보자, 모두가 가던 길을 멈췄고,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나시의 일출을 바라보았다.


'아.. 역시 바라나시구나.'

기차역에 도착했을때 느꼈던 약간의 실망감은 어느새 일출을 보면서 완전히 사그라 들었다.


그렇게 1월의 마지막 날,
나는 내가 생각하던 '진짜'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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