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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68 - (네팔) 분기점

드디어 네팔에 도착했다.
예전에 다른 사람에게 들었던 얘기로는
네팔로 넘어가자마자 인도에 비해 엄청나게 깨끗한 길거리를 보며 깜짝 놀랠 거라고 했는데,
사실 아직까지 그렇게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해지기전에 다른 도시로 서둘러 출발해야 했기에,
우리는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싸이클 릭샤를 타고 움직였다.




정류장 주변을 둘러보니, 꽤 한산하다.
뭔가 탁 트인 느낌인데, 대체 얼마만에 느껴보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인도보다 인구밀도가 확연히 떨어지는 느낌이다.


다음 목적지는 트래킹을 하기위해 '포카라'로 정해놓고,
버스표를 예매하려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누나가 '카트만두'를 먼저 들렸다 가자고 얘기를 꺼냈다.

그에 반해 '오르차' 누나들은 카트만두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아웃해야 했기때문에,
반드시 포카라를 먼저 갈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우리는 이곳에서 서로 헤어져,
나와 누나는 카트만두행 버스표를 끊고, '오르차' 누나 2명은 포카라행 버스표를 끊었다.




이제 버스도 예매해놨으니,
허기진 배를 채울겸 주변에 위치한 후줄근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무엇을 먹어볼까 하다가,
마침 예전에 인도 우다이뿌르에서 만났던 형이 해줬던 말이 생각났다.

"만약 처음가는 음식점의 솜씨가 어떤지 모르겠다면, 그냥 무난하게 초우면을 시켜."

"왜요?"

"초우면은 진짜 요리에 젬병인 사람이 만들어도, 중간은 가거든 ㅋㅋㅋ"

"아항 ㅋㅋㅋㅋㅋ"




아련한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나는 회심의 미소를 띄운 채 '초우면'을 시켰다.

하지만 곧이어 마치 게임 벌칙에 걸렸을 때나 나오는 음식처럼,
소금으로 범벅이 된 초우면이 나왔고,
잠시 고민하던 나는. 결국 장거리 여행을 대비하기위해 눈물을 머금으며 그릇을 비워낼 수 밖에 없었다.

다량의 염분으로 인해 비록 '미각'은 잃어버렸지만,
이제 망설임없이 '내 생애 최악의 초우면'을 이곳으로 꼽을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버스 출발시간이 조금씩 다가왔고,
'카트만두'보다 '포카라'로 향하는 버스가 먼저 출발을 하게 됐다.

버스에 올라타는 '오르차' 누나들을 배웅하면서,
나중에 포카라에 가게 되면 꼭 다시 보기로 약속하고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보면 이 누나들을 우연히 만난 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일정을 같이 움직여 왔는데,
신기하게도 어떤 곳을 다같이 관람 해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오히려 그저 같이 도시를 이동하거나 방만 쉐어하고, 밤에 모여 맥주한잔 정도만 같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적절한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실수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쨋거나, 바라나시에서 그 많던 일행들이 모두 다른곳으로 떠나고,
다시 나와 누나만 카트만두로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는데,
마치 명절이 끝난 후, 친척들로 붐비던 집이 쥐죽은 듯 고요해지는 것처럼,
알 수 없는 아쉬움과 후련함, 적막함.
느낌이 묘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네팔의 시골길은 점점 어두워져갔고,
카트만두에서 만나게 될 낯선 인연들을 생각하며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