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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69 - (네팔) 타멜촉


한밤중에도 덜컹거리며 달리던 버스에서,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부스스하게 잠에서 깼다.

분위기상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는 것 같았는데,
밖에 나가서 주위를 둘러보니 조그마한 가게 하나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건물하나 보이지 않았다.


마침 배가 좀 출출해서 가게에 들어가,
옆에 사람이 먹고 있던 라면 비스무리한 것을 주문했다.

이것을 흔히 '인도 라면' 이라고 하던데,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라면처럼 맵지 않고 상당히 순한맛이 특징이다.

사실 바라나시에서 복통으로 고생하면서부터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고,
버스를 타기 전에 먹었던 초우면은 오히려 굶는게 좋았을 정도였기 때문에,
지금 먹고 있는 인도라면은 마치 천상의 하모니를 입 안에서 맛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면발을 호호 불며 입으로 가져가는 도중,
문득 이 한밤중에 어딘지도 모르는 낯선 곳에서,
대체 뭘 파는지도 알 수 없는 식당에 앉아,
오로지 천장에 달린 작은 백열전구 불빛에만 의지해가며 라면을 먹고 있는 '내 모습' 을 생각하니 싱거운 웃음이 나왔다.




그 후로도 한참을 버스를 타고 간 후에야,
목적지인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주변은 여전히 어두웠고,
인도에 비하면 날씨도 쌀쌀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만 익숙해서인지, 갑작스런 추위는 더 차갑게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대부분 숙소를 잡기위해 '타멜촉'이라는 곳으로 이동하는데,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주변이 어둡고 날씨도 쌀쌀해서인지,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 대부분은 정류장 앞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타고 떠나버렸다.

하지만 가이드북에 나온 지도상으로만 보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여서,
우리는 택시를 타지않고 그냥 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정확히 5분후,
우리는 마치 시베리아 한복판을 걷는 것 마냥,
싸늘한 새벽 공기에 이빨을 덜덜거리며 택시를 타지 않은 것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사진출처 : http://davesboringblog.wordpress.com/2009/08/

숙소고 뭐고 일단 무엇보다 따뜻한 온기가 절실히 필요했던 우리는,
건물안에서 몸이라도 녹이려고 사방을 두리번 거렸는데,

때마침 운좋게도 길 한구석에서 쓰레기를 모아다가 불을 지피고 있는 부랑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때쯤이면 낯가림이고 자시고는 이미 바닥에 내놓은지 오래라,
마치 서로 아는 사이였던 것처럼 능청스럽게 그들 옆으로 다가가 손바닥을 쫙 펴고 불을 쬐었다.


"굿 모닝 ^^?"

그들이 우리를 쳐다볼 때마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었는데,
사실 우리의 행색도 그들과 별반 다를바 없어서인지, 그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


사진출처 : http://commondatastorage.googleapis.com/static.panoramio.com/photos/original/6258094.jpg

잠시후 건물들 사이로 해가 떠올랐고,
우리는 다시 타멜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북적거렸지만,
전체적인 카트만두의 모습은 확실히 인도보다 깨끗했고, 삐끼도 얼마 없고, 평온했다.


게다가,
고기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아.. 이 얼마나 큰 기쁨인가!


자, 이제 남은건 이 기쁨을 좀 누려보는 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