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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100 - 여행의 기술


한밤중에 다시 돌아온 황금사원은,
늦은 시간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여전히 본당으로 가려는 사람들의 줄은 끊이질 않았고,
대리석 바닥을 대걸레로 청소하던 사람도,
여전히 우리에게 청소좀 하게 비켜달라는 눈빛을 보내왔다.


어쨌거나 은은한 조명과 호숫물에 비치는 사원 모습은,
그저 바닥에 앉아 넋을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좋았다.




우리가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간만에 포토타임을 즐기는 동안,

아까부터 우리 주변에서,
이리저리 어슬렁 거리던 인도 남자 꼬마 6명이 눈에 띄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녀석들은 슬금슬금 우리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Hi~"

그 녀석들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어설픈 영어로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단순히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가온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녀석들의 농담 따먹기가 여느 성인남자들과 다를바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 몇 명은,
옆에 있던 누나를 몰래 폰카로 찍질 않나.
인디언 프랜드를 만들어 보는게 어떠냐며,
이메일을 알려달라고 앙탈을 부려대기도 했는데,


이거 참,
순수함은 이미 안드로메다에 착불로 보내버린건지.
어린이 특유의 동심을 당최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신경끄고 무시하려고 해도,
녀석들은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댔고,

나는 결국 듣다못해,
무슨 연예인 주소라도 알려주듯,
한손으로 입을 살짝 가린 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누나 메일주소 알려줄께.. 받아적어^_^"


'xxxxx@xxxx.co.kr'



그렇게 해서 나는,

예전에 알던 거래처 고객센터의 이메일 주소를 녀석들에게 친절히 알려주었고,


그 녀석들은 한 건 잡았다는 듯이 수첩에 잽싸게 받아적었다.





고객센터 담당자님 죄송합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놈인가 봅니다 ㅜ



뭐, 방법이야 어쨌거나,

이왕 이렇게 된거,
고객센터 담당자와 그 녀석이,
이메일을 통해 서로 좋은 International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내가 꼬마녀석들에게,
새로운 한국 친구를 소개시켜 주고 있을 무렵,


우리는 우연히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한 한국인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네팔 트래킹 이후로 한국인을 만날 기회가 없었던 우리는,
반가운 마음에 그와 함께 자리를 잡고, 각자 여행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듣다보니, 그 사람의 스토리가 참 대단했다.


인도에 온지 대략 3주 남짓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가이드 북에 나온 도시란 도시는 죄다 둘러볼 생각인 듯,
그가 거쳐온 도시들은 정말 다양했고 그만큼 가봤다는 관광지도 상당히 많았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다닐 수 있어요?




사실 방법은 간단했다.
무조건 야간에는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고, 잠은 기차나 버스에서만 자는 거다.

고로 한 도시에서는 딱 하루만 머무는 셈이므로,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낼름 가이드북을 펼쳐들고,
가장 유명하고 멋진 곳만을 찾아, 최대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그 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단다.

그리고 밤이 되면 어김없이 다음 도시를 향해 기차에 몸을 싣는 식이다.



아니 이건 무슨..

아마 NASA가 우주선 쏘아올릴 때도 요로코롬 치밀하진 않을 것 같다.




여행에 있어서 정도(正道)는 없다지만,

그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남들보다 하나라도 더 많은 곳을 방문하기 위해 혈안이 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남들로부터 대단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고,
스스로 자신을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저,
미니홈피 사진첩에 india라는 폴더 하나와,
그저 'ㅋㅋ'라는 제목으로 올려진 몇장의 사진을 통해,
'나 이런 사람이야'를 세계만방에 전하고픈 사람 같다는 느낌이 더 컸다.


뭐, 내 느낌이야 어떻든간에,
그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여행을 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그것을 통해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면..

그렇다면,
이것 또한 여행의 한 종류일까?

단지 여행 스타일이 다른 것일 뿐일까?



생각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우리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연신 시계를 바라보던 그는,

곧 기차 출발시간이 다 되어간다며,
재빨리 사원옆에서 일종의 '인증 사진'을 몇컷 찍은 후 자리를 떴고,


인도 여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과연 내가 제대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어떤 여행을 하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