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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115 - 안녕 인도


한 방향으로만 걷기를 30분여,

고난의 행군을 마치자,
우리는 마침내 외부 도로가 있는 쪽으로 나올 수 있었다.


생각같아서는 마치 쇼생크 탈출이라도 한 것마냥,
하늘을 향해 포즈라도 한번 취해주고 싶었는데,

 
헤매던 걸 누나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최대한 기쁨을 억제해야만 했다.




다시 빠하르간지로 돌아오자,
벌써 날이 완전히 저물어 버렸다.

길거리에 켜진 가로등을 보니,
이제 정말로 떠날 때가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이건, 바꿔 말하자면 이제 다시는 인도의 아침을 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우리는 맡겨뒀던 짐을 찾기 위해,
숙소로 돌아가서 'So Cool 한 남자분'을 다시 만났다.,

그는 친절하게도 우리를 마지막까지 배웅해줬는데,
마지막에는 근처에 있던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서 스테이크까지 사주셨다.


"여행은 잘 하셨어요?"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동안,
그는 내게 마지막으로 여행에 대해 물어봤다.


그런데 막상 대답하려고 보니,
딱히 여행을 잘 했는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애초에 생각했던 '나 혼자만의 여행' 을 했는지 말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혼자 출발했지만,
여행의 대부분을 둘 이상의 사람들과 어울려 다녔고,
일행이 있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그들과 타협을 해야만 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점에서 볼때,
결국 나는 애초의 목적과는 조금 벗어난 여행을 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생각을 떠올리자,
순간적으로 뭔가 씁쓸하면서도,
아쉬운 감정이 쓰나미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는데,

이런 내 감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게 종업원은 주문했던 스테이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고,
살짝 썰어서 맛을 본 스테이크는 정말 얄밉도록 맛있었다.


입안에서 고기를 오물거리며 다시 돌이켜보니,
뭐, 무인도에 있거나 히키코모리가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우리는 항상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낼 수 밖에 없다.

스치고,
인사하고,
대화하고,
헤어지고.


그런점에서 보면,
단순히 혼자 돌아다니는 게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여행이 바로 '혼자만의 여행'이 아닐까.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혼자만의 여행' 은 애초에 불가능 했던 것일 지도 모른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빠하르간지 골목길에서,
공항 택시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길거리에는,
등에 큰 배낭을 멘 채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두리번 거리는 여행자도 여럿 보이고,
그들을 상대로 호객질을 시작하는 장사꾼들도 여럿 보인다.


이처럼..
비록 나는 이곳에서 여행을 마치지만,
이곳은 다른 여행자들로 대체되며 계속 숨을 이어가고 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델리 공항은 생각보다 꽤 컸다.

그리고 처음 보는 곳임에도,
왠지 정겨운 느낌이 들었는데,

그건 아마도,
앞서 한국으로 돌아간 일행들도,
모두 이곳을 거쳤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공항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한국으로 가는게 아니라 홍콩에서 스탑오버로 하루를 머무는 여정이었기 때문에,
사진기와 지갑을 제외한 모든 짐을 배낭에 넣고 수화물로 부쳤다.


그런데 오늘이 무슨 아이폰5 발매라도 하는 날인지,
출국 심사대에는 끝없이 줄이 이어져 있었는데,

덕분에 내 차례가 돌아왔을 무렵에는,
거의 그로기 상태가 되어 검사원에게 흰 수건이라도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오... 이것봐 예쁘다..."

출국심사를 마친 후에도,
누나는 지치지도 않는지,
면세점 구경을 하겠다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바빴는데,


이건 무슨 체력 분배를 할 때,
식사용과 쇼핑용은 따로 챙겨놓는 건가..


어쨌거나 그저 피곤하기만 했던 나는.
그저 쌀쌀한 공항 한 구석에서, 검정 쟈켓을 둘러 쓴 채 조금씩 혼수상태로 접어들고 있었다.




우리가 탈 비행기 역시 10여분 연착이 되면서,
인도는 끝까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우웅~' 거리는 엔진 소리와 함께 우리는 마침내 인도 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

이제 정말 마지막이구나...


창 밖으로 조금씩 작아지던 불빛은,
이내 어둠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리면서,

나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묘한 기분을 느끼며,
조용히 몸을 의자에 뉘였다.

그리고는,
마치 중학교 2학년생이 미니홈피 다이어리에나,
적어놨을 법한 멘트를 조용히 혼자 되뇌였다.



 

안녕.... 인도...



그렇게,
최후의 허세 멘트를 날려대며,
나는 모든 것을 잊고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물론,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다음날 홍콩에서 겪게 될 개고생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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