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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116 - (홍콩) 굿모닝


상쾌한 아침 햇살과 함께,
비행기는 홍콩에 무사히 도착했다.


"우와-* 홍콩이야! 홍콩이라고!"

사실 홍콩에 대해 아는 거라곤,
누군가로부터 주워들은 '침사추이' 와 '빅토리아 하버' 밖에 없던 나였지만,

왠지 모르게 '홍콩'이란 단어는,
럭셔리한 레스토랑에서 반짝이는 야경을 배경삼아,
고급 스테이크를 썰며 느긋하게 1961년 보르도산 와인을 마실 수 있을 거란 환상을 품게 해줬다.




이런 '홍콩'을 마주하는 우리들의 예의바른 자세는,
무엇보다 이 후질근한 복장을 어서빨리 갈아입는 것이었는데,

콧노래를 부르며 달려간 수화물 칸에서는,
무슨일인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우리 배낭이 보이질 않았다.
 

뭐야..


뭐야...이거 장난치지마 ^_^ 아이 참...




누나와 나는 의도치않게 빨라지는 심박수를 온몸으로 느끼대며,
곧장 항공사 카운터로 달려갔다.

그리고 되지도 않는 영어를 휘갈겨대며,
배낭의 행보에 대한 탐문 수사를 벌이기 시작했는데,


한참 동안 내 얘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여행사 직원은,
뭔가 골똘히 생각을 하더니, 이내 묵묵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서,
내게 수화기를 건네주며, 자세한건 한국인 직원이랑 통화를 해보란다.


후우...




어쨌거나 나는 방금 전에 한 말을 다시 한번 한국인 직원에게 설명했고,
친절한 한국인 직원은 잠시 조회를 마친 후, 내게 배낭의 위치를 말해줬다.


"배낭은 지금 인천행 비행기에 실려있습니다. 고객님~^^"


으응??;

그녀의 사근사근한 목소리와는 달리,
이 충격적인 사실은 나를 잠시 동안 공황상태로 만들어 주었는데,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어보니,
애초에 델리에서 수화물을 보낼때,
서류상의 실수로 배낭을 곧장 인천에 보내기로 되어 있었다는 거다.


심지어 지금와서 비행기에 실려있는 짐을 빼려면 대략 5~6시간이 걸린다는데,
딱 하루만 홍콩에서 스탑오버하는 우리로서는,
짐 때문에 공항에서 반나절을 기다리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하아...어쩐다."

일단 배낭에 들어있던 갈아입을 옷과 여윳돈은 포기한다 쳐도,
세면도구까지 죄다 배낭에 넣어버린 터라,

간단한 세면도 제대로 못한 채 홍콩의 거리를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아.. 대체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거야..



몇 번을 고심하던 나는,
결국 앞에 있던 여행사 직원을 향해,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우리의 권리를 요구했다.





 1회용 칫솔과 로션 좀 빌려주시겠어요?



졸지에 난민이 되어버린 우리는,
다행히도 직원으로부터 1회용 칫솔과 치약, 그리고 로션 샘플 몇 개를 얻을 수 있었고,

그 상황에서도 그저 득템했다고 키득키득 좋아라하며,
공항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을 마무리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돈이었는데,

둘이서 주머니에 들어있던 인도 지폐와 동전을 탈탈 털어 환전을 해보니,
대략 400 홍콩달러로 건네받을 수 있었다.


뭐, 홍콩 물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 금액이 많은지 적은지도 알 수 없었는데,


잠시 후,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전철표(160 홍콩달러)를 사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우리가 지금 어느 정도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굿모닝 홍콩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