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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117 - (홍콩) 적응하기


전재산의 절반 정도를 전철표 구입에 소비한 우리는,
달콤씁쓸한 마음을 안고 무작정 홍콩 시내로 향했다.


옆에 있던 누나는,
카메라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 보겠다며,
무심코 전철 창문에 대고 셔터 버튼을 만지작 거렸는데,


'찰칵~'

소리와 함께,
누나의 디카는 마지막 빛을 발하며,
더이상 어떠한 움직임도 보여주질 않았다.



"뭐야, 배터리 완전 나간거야?...;;"


그렇게....
거참 아이러니 하게도,
누나의 마지막 여행 사진은,
전철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전철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마주한 홍콩의 모습은,
누군가 하늘에서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것처럼,
짙은 안개와 함께 이슬비가 간혹 내리는 모습이었는데,

그저 걸어만 다녀도 피부에 수분 공급이 되는 듯한 느낌에,
나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한가로운 우리와는 달리,
주위에는 죄다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젊은 남녀들 뿐이고,
그들은 다들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여유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을 보며,
나는 같은 장소임에도 '일상속에 그들'과 '여행을 하고 있는 나' 사이에,
뭔가 투명한 막이라도 있는 것처럼 알 수 없는 괴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뭐, 굳이 사람들의 모습은 차치하더라도,

너무나도 깔끔한 홍콩의 거리와,
슬쩍 고개만 돌려도 셀 수 없이 눈에 띄는 명품상점은,
가뜩이나 인도에 길들여졌던 내게 이질감을 느끼게 해줬다.


도로를 건널때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나....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삐끼가 없다는 거...
그리고 길거리에 소가 없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길거리에 널린 명품관을 보며,
우리는 그래도 까짓꺼, 온 김에 구경이라도 해보자며,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야심차게 몇 몇 명품관을 들어갔는데,

2개월 간의 여행으로 바깥 창이 다 찢겨진 내 컨버스 단화와,
하도 많이 빨아서 색이 거의 빠져버린 체크무늬 셔츠로는 그곳에서 10분 이상을 버티기가 어려웠다.


뭐, 누군가가 물어보면,

"요즘 한국에서 최신 유행하는 빈티지(Vintage) 패션이에요 ^_^"

라고 둘러대고 싶었지만,



물론 아무도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대략 5분간의 명품관 견학을 마치고,
우리는 일단 배부터 채울 겸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가만있자... 하나... 둘..."

우리는 식당에 자리를 잡자마자,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게슴츠레 눈을 뜬 채,
가지고 있던 동전을 하나하나 세기 시작했는데,

전철을 타면서부터 느낀 자금의 압박은,
이제 슬슬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몇 번을 암호 해독하는 것마냥,
근심어린 표정으로 메뉴판과 동전의 수를 맞춰보던 우리는,

여기서 식사를 하고도 돈이 조금 남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나지막한 탄성을 내지르며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야! 이정도 가격이면, 다행히 저녁도 그럭저럭 먹을 수 있겠어! ^^"


 

이얏호!! ^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