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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118 - (홍콩) 목적지를 찾아라


일단 들뜬 마음으로 홍콩에 왔다지만,
막상 무엇을, 어디서부터 둘러봐야 할지가 참 막막했다.


뭐랄까,
동네 구석에 있는 놀이공원을 가더라도,

"바이킹 먼저 타고, 그 다음에 회전목마 타자~"

라는 말 정도는 꺼낼 수 있을텐데,


이건 어째,
홍콩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 하다시피 하니,

우리는 그저 '헨젤과 그레텔' 마냥,
길 여기저기에 대고 사진을 찍어대며,
오던 길을 잊어먹지 않으려고만 애쓸 뿐이었다.




"아, 맞다! 지도!!"

그렇게 정신없이 길을 걷던 우리는,
문득 공항에서 세면도구를 받을 때, '홍콩 안내지도'도 함께 챙겨왔던 사실을 떠올렸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 속에 고이 잠들어 있던 지도를 슬쩍 펼쳐 들어봤는데,

예상과는 달리,
이건 말 그대로 '지도' 라는 본연의 역할에만 너무 충실해서,
주요 도로나 전철역 이름만 빽빽히 적혀있을 뿐,
관광이나 여행에 관한 정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뭐랄까...

자장면 배달 갈때나 유용할 법한 지도랄까?




과연 이 지도를 어떻게 써먹을 것이냐를 놓고,
우리는 잠시 동안 머리를 쥐어짜내기 시작했는데,


대략 1분간의 고민을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지도에 나온 도로 이름 중에,
가장 간지나는 이름을 가진 곳으로 가보는 것이었다. (으응??)




뭔가 대단한 여행 원칙이라도 세운 듯이,
나는 한동안 유심히 지도를 쳐다보며,
심금을 울리는 지명을 발굴해내려 노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꽤 마음에 드는 도로 이름 한 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Hollywood road'


오...
헐리우드 로드!!


이름에서 풍겨오는 느낌만 놓고 보면,
왠지 그곳엔 헐리우드 스타들이 유유자적 돌아다니며,
길바닥에는 스타들의 핸드프린팅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 바로 여기야!


마치 장롱 속에 묵혀놨던 옷 주머니에서,
우연히 만원 짜리 지폐를 발견한 사람처럼,
내 눈은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고,

'길거리에서 헐리우드 스타를 만났을 때에 대처방법' 같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잡생각까지 해대며, 나는 헐리우드 로드로 신명나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이 바로 헐리우드 로드....?


"으응??"

한 30분정도 걸어가자,
지도상에 써 있던 '헐리우드 로드'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주변 풍경을 둘러보니,
이건 어째 '헐리우드' 라는 단어와는 영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핸드 프린팅을 기대했던 길바닥엔,
쩍쩍 갈라진 시멘트 도로만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화려한 영화 포스터들이 붙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벽면엔,
'일본뇌염' 홍보 포스터와 쓰레기 분리수거 잘하라는 글귀만이 붙어있었다.




나는 여기까지 걸어온 시간이 너무 아까웠던 나머지,
벽에 붙어있던 일본뇌염 포스터를 마치 전시회 그림 관람하듯 자세히 구경을 해댔는데,

이런 내 부질없는 집착을 안쓰럽게 지켜보던 누나는,
근처에 있다던 기념관이라도 가보자며 나를 타이르기 시작했다.


"아까, 오다보니까 웬 기념관이 있던데, 거기 가보자."


"오면서 봤었다고?"


히아,

걸어다니면서도 항상 좌우를 살펴보는 저 매의 눈.


역시, 아직 난 멀었구나..


 

 

아무튼 가보자.

(그 기념관인지 뭐시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