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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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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가보기 4 - 강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대략 30분이 걸려서 도착한 안목역은, 버스의 종점답게 주변이 무척이나 썰렁했다. 이건 무슨 공습 경보라도 발령이 났는지, 인적의 흔적을 찾아볼래야 찾을 수 가 없었는데, 강릉항까지 가는 길을 모르던 나로서는, 그저 버스에서 같이 내린 여학생 2명을 재빠르게 뒤쫓을 수 밖에 없었다. "잠시만요!" 내가 너무 다급하게 뒤를 쫓으며 말을 걸었던지, 처음에는 나를 무슨 영화 '살인의 추억'의 범인쯤으로 여기던 소녀들은, 이내 내 초췌한 몰골을 살짝 훑어보더니, 동정심이라도 생긴건지, 곧이어 내게 강릉 여객터미널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저희도 그 방향으로 가니까 따라오시면 되요~" 아, 바다구나.. 아이들을 따라 걷다보니, 잠시후 안목 해수욕장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 특유의 짭쪼름한 냄새. 해수욕장에..
독도 가보기 3 - 희망의 빛줄기 강릉터미널에 도착하자, 이미 시간은 1시를 약간 넘어있었고, 나는 약간은 허탈한 기분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객 터미널로 전화를 해보니, "음, 배를 탈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일단 최대한 빨리 와보세요~" 라는 여직원의 진부한 멘트만 자동응답기처럼 흘러 나왔다. 음, 이건 뭐, '너랑 사귈일은 없겠지만, 일단 내게 고백해봐' 라던가, '네 생일이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뭐, 일단 축하해' 라는 식의 이야기인가?.. 어쨌거나, 여직원의 멘트는 나를 조금씩 혼란에 빠뜨리기 시작했고, 그저 어둠 속에 한줄기 빛같은 희망이라도 잡아 보려는 심산으로, 나는 찌는듯한 더위속을 헤치며 강릉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릉항? 거기 가려면 택시보다는 안목가는 버스타면 돼~" 사투리를 구수..
독도 가보기 2 - 산뜻한 출발 울릉도행 배 시간을 알아본 후, 나는 망설임없이 창고에서 배낭 하나를 가져와,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2008년 이후로 써본 적이 없는 1인용 텐트, 동생방에서 발견한 컴팩트 카메라. 간단한 세면도구와 여벌의 옷. 식탁 위에 놓여있던 라면 2개. 마지막으로 방 한쪽 구석에 널부러져 있있던 아이팟과 노트까지. 뭔가 좀 빠진 것 같긴 하지만, 뭐, 일단 출발이다-* 사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배 출발시간에 맞춰, 강릉항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거의 뛰다시피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달려가야만 했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한 기사 아저씨가 귀청 떨어지도록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강릉행 한명~!!!!" "네네!! 아저씨 여기요!" 도루를 하는 타자처럼..
독도 가보기 1 - 사건의 발단 얼마전 야심차게 준비했던 '오비라섬 탐방 계획' 은, 휴가 당일까지 인도네시아행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해,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아니 이건 무슨, 대학교 수강신청도 아니고, 비행기 티켓 구하기가 이토록 힘들 줄이야. 하아. 어쨌거나 이제 내게 남은 건, 왠지 모를 찝찝함과, 남은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 지에 대한 막연함 뿐이었다. 아마 그때쯤이었을 거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양복입은 일본 사람 몇명이 독도때문에 울릉도를 가려고 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일본 의원녀석들은 매년 저렇게 가려고 애를 써대는데, 정작 한국에 살고 있는 나는 단 한번도 독도에 가본 적이 없는게다. 그래, 이거야! 뭐, 의원들이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간에, 그들은 내게 독도를 홍보해준 셈이 되었고,..
자전거 타고 동해가기 9 - 마지막 동해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밤. 해변가에서 맥주한병을 붙잡고 불꽃놀이에 심취해 있을 무렵. 우연하게도 아는 동생이 같은 해수욕장 근처 민박집으로 친구들과 놀러왔다고 하는 연락이 왔다. 반가운 마음에 만나서 민박집에서 정신없이 놀다보니, 어느덧 새벽 2시가 넘어섰다. 그리고 텐트로 돌아와 눕자마자, 등에서 느껴지는 고운모래의 느낌... ('양팔을 가슴에 얹은채 오동나무관 안에 누워 지내도 이것보단 편할꺼야^^' 라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기도 했다.) 아무튼 밤새도록 6번척추와 대퇴부에 느껴지는 압박감에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아침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전신 구타를 당한 듯한 기분으로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식사는 유명 레스토랑 'ㄱㅂㅊㄱ'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어제 미처 하지..
자전거 타고 동해가기 8 - 망상해수욕장 대략 2시간에 걸쳐서 페달을 밟아대니, 망상해수욕장 표지판이 보였다. 그렇게, 결국 이렇게, 와버렸다. 농담삼아 했던 말이 현실이 되버렸다. 멀리서부터 알 수 있는 바다의 냄새. 그리고 탁 트인 공간. 그리고... 미남 미녀들. 아무튼간에 오길 정말 잘했어!!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텐트를 쳤는데, 이건 너무 심하다 싶을정도로 간단하게 설치된다. 뭐, 나름대로 상당히 심플하면서도 경제적이라 자부하는 텐트이지만 대략 1~2인용 텐트인지라, 멀리서 보면 남들 텐트에 비해 우리 텐트는 무슨 개집 같았다. ㅡ.ㅡ; 하지만 두발뻗고 잘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우리의 아늑한 보금자리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누운상태에서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없다. 잠버릇 교정에도 좋아요^^) 해수욕장에는 밤이 깊어져도 사람들이 줄기는 커..
자전거 타고 동해가기 7 - 동해입성 드디어 동해 터미널 도착!! 환호성을 내지르며 잽싸게 버스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자전거를 꺼내서 조립을 하고 있는데, 우리 앞쪽에서 자전거 타신 남자 한분이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뒤에는 배낭을 메고 헬멧에 자전거용 쟈켓을 입고 장갑까지 차려입은 것을 보니... 아주그냥 대놓고 '나는 자전거 여행 중입니다' 라고 써붙이고 다니는 것과 다를 것 없어 보였다. 게다가 표정을 보아하니, '누군가 나 좀 도와주세요. Help me plz~'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표정. 시간이 조금 지나자, 역시나 그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 죄송한데 뭣 좀 여쭤볼께요. 혹시 버스에 자전거 실을려면 어떻게 해야되죠?" 역시... -_- 훗후.. 우리의 도움이 필요했었군. "아 그거요? 후..
자전거 타고 동해가기 6 - 잡념 춘천 떠나기 15분전에서야 구한 춘천여행 가이드 북. 춘천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아쉽지만 이제 춘천을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막상 동해로 가는 버스표를 구해놓고 보니 약간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딱히 어디를 구경하러 가기에는 촉박한 시간이라, 터미널 옆에 있는 E마트에 음료수도 먹을겸, 구경도 할 겸 들렸다. 그런데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서인지, 피곤도 하고 다리도 쑤셔오는게 마치 툭 치면 쓰러질 듯한... 그런 느낌. E마트에서 잠시 앉아서 쉴 공간을 찾아봤지만, 그 곳에서 의자따위는 사치에 불과했다. 결국 남들 다 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주저앉아버린 이 병장님. E마트에서 조금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이상한 점은, 분명 똑같은 음료수인데 냉장고안에 있는 것이 바깥에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