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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Korea

자전거 타고 동해가기 3 - 남양주 출애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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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벗어났음에도 태양은 갈수록 따가워지는 가운데,

친구가 준비해온 물 2리터는 쥐도새도 모르게 내가 먹어치워버렸고.

심심해서 틀어본 라디오에서는 '폭염특보' 소식을 반갑게 전해주고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햇볕이 너무 따가웠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기에는 너무 힘이 드는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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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헤럴드 트리뷴!!!"


남양주 근처를 한참 달리다가 마주한 물레방아.

마치 오아시스라도 발견한 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냉큼 달려갔다.

그리고 물레방아에서 튀어나오는 물방울이 내 몸에 닿을때마다,

온몸의 열기가 잠시나마 시원해 지는 그 느낌.



뭐랄까...




.... 뜨겁게 달궈진 후라이팬에 스포이드로 물방울 몇개 떨어뜨리는 느낌이랄까? -_-?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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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는 예쁜 공원길과 함께 바람개비들이 정렬되어 있는 곳도 있었는데,

정확한 장소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도 남양주시 근처였던 것 같다.



이렇게 비록 자전거 타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우니, 절로 힘이 솟았다.


가다가 좋은 곳이 있으면 잠시 들려서 사진도 찍고^^ ...

역시 이렇게 떠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10분후, 지옥의 오르막길 을 경험하기 전까진.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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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시작된 오르막길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오르막 자체의 경사는 그리 크지 않았는데, 따가운 햇볕을 피할 그늘이 전혀 없다는 게 몸을 더 힘들게 했다.

그리고 당췌 아무리 가도 내리막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압박감은 우리를 더욱 힘 빠지게 만들었다.






'역시 동네 자전거로는 무리인가..'

저속기어로 바꾼 후, 페달을 힘겹게 밟아가며 별에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데 조금씩 지쳐가며 나약한 생각을 하는 내 등뒤로 친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야, 조금만 더 가면 언덕도 끝이다. 잠깐 쉬더라도 거기서 쉬자! 힘내자!!"









녀석.

그렇다. 역시 이럴땐 서로 도움을 받으면서,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면서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지.

만약 나 혼자 이 더위에 자전거 여행을 했더라면 아마도 벌써 포기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움의 힘을 얻고, 페달을 힘껏 밟으며 등 뒤를 돌아본 순간,









이 망할 녀석이 자전거를 끌면서 천천히 걸어올라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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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언덕에서 나만 계속 죽어라 페달질 한거였구나.

썩을럼.. -_-









어쨋거나 이대로 가다가 모두 탈진으로 쓰러질 것 같았기에,

언덕 중턱에 자리잡은 주유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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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장님, 왠만큼 쉬었으면 의자 좀 양보하지 말입니다 -_-?


간만에 시원하게 음료수도 뽑아먹고,

잠시나마 의자에 앉아서 쉬고나니 그나마 좀 살 것 같았다.




그 사이 주유소에서 일하고 계시던 아저씨 한분이 말을 걸어왔다.

이 더운 날씨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게 여간 특이해 보였나 보다.

자전거를 타고 춘천까지 가려고 한다고 하니,

우리말고도 춘천이나 동해쪽으로 가기위해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춘천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글쎄,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니까. 대충 그 정도 보시면 되요"




그렇다면 대충 2시간 30분 정도면 춘천에 도착할 수 있다! ㅜ_ㅜ

아저씨의 한마디에 힘을 얻고, 다시 페달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1 시간 정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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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을 잡고 물어봤다.


"여기서 춘천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아마, 차로 한시간 정도 걸릴거예요."



















그리고 또 다시 1 시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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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있는 가게 아주머니께 여쭤봤다.


"여기서 춘천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차로 한시간은 잡아야 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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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냥

아직 졸라 많이 한참 남았다고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