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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54 - 여자 혼자 인도 여행하기

사진출처 : 구글 Flickr

카주라호의 시내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세계적인 관광지답게 다양한 나라의 관광객들이 돌아다녔다.
그 중에서 특히 일본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항상 나와 눈이 마주치면 반갑게 "니혼진 데쓰까? (일본인 이세요?)" 라며 말을 걸어왔다.

몇번은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일본인인척을 해보려 했지만,
"코레가 난다요~ (뭐야 이건~)" 밖에 모르는 내 비루한 일본어 실력은 그저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 뿐이었다.




날씨가 어찌나 맑은지 하늘엔 구름한점 보이지 않았다.
때맞춰 일행들과 근처에 있는 사원을 돌아보려고 했는데,
제일 큰 규모인 서부사원을 빼고 나머지 사원들은 서로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타고 돌아다녔다.

일행들과 시골길을 따라 천천히 페달질을 하던 것도 잠시,
본능적으로 몸속에 흐르는 승부사 기질에 이미 내 발놀림은 광란의 레이싱을 펼쳐댔고,
일행들과 멀찌감치 떨어진채 나 혼자 먼저 동부 사원에 도착했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덩그라니 사원만 하나 달랑 있는 모습이 눈에 먼저 띄었다.

워낙 작은 규모의 사원을 보니,
오히려 사원보다는 주변에 넓게 펼쳐진 평원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사원은 멀리서 보면 그냥 커다란 건물처럼 생겼지만,
가까이서 쳐다보면 가지각색의 사람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

사실 인도에 오기전부터 이곳의 에로틱한 조각상에 대해 얘기를 수없이 들어봐서,
호기심에 두눈을 부릅뜨고 특이한(?) 조각상을 찾아보려 했지만,

내가 해탈의 경지에 이른건지.
웬만한 거엔 감흥도 없는건지.
딱히 눈길을 잡아끄는 건 찾아볼 수 없었다.




불타는 자전거 페달질로 인해,
일행들보다 일찍 관람을 마치고 한가롭게 사원입구를 거닐 무렵,
입구 경비실에 있던 아저씨들과 우연히 얘기를 하게 되었다.

그들은 내게 며칠전에 카주라호에서 있었다던,
성폭행, 강도사건에 대해 얘기를 해줬는데,


뭐, 요약하면 이렇다.

중국인 여자 여행객 몇명이 카주라호에 와서 현지 인도 남자들과 어울리며 다녔는데,
이걸 본 경비아저씨가 중국인들에게 '그 남자들 너무 가까이 하지 말고 조신하게 다녀야 한다'고 말을 했단다.

그런데도 그 여자들은 '님이나 잘하세요^_^' 라며 아랑곳하지 않았고,
결국 남자들과 같이 숙소에서 머물다가 그런 사고를 당했다는 거다.




다른때 같으면,
구라치지 말라며 넘겨버렸을 얘기지만,
경비아저씨의 진지한 눈빛과 카주라호에서 직접 느낀 녀석들의 들이댐을 보면 실제 그럴 법도 했다.

그는 덧붙여 이런 문제는 인도 남자녀석들도 문제지만,
이런 위험성을 간과하는 여자들이 더 문제라며 혀를 찼다.


그렇게 잠시동안 경비아저씨와 나의 100초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일행들은 관람을 마치고 입구로 나왔고,
우리는 다음 사원이 있는 곳으로 페달을 밟았다.




그러고보면,
인도 여행을 갔다오고나서,
블로그나 메일을 통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이랬다.

"여자 혼자 인도 여행가는데, 괜찮을까요?"

단도직입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괜찮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여성 여행자들은 아무 사고 없이 잘 다녔다.
(심지어 바라나시에서는 12살 짜리 꼬마얘 혼자 인도를 여행하는 것도 봤다 -_-;)

그러고보면 사실 여자에게 위험한 것 중 대부분은 남자들에게도 위험하다.
누군가 갑자기 칼 들이대며 돈 달라고 하면 내가 남자건 여자건, 그게 무슨 소용이고,
한밤중에 릭샤가 으슥한 곳에 날 데려가서 근처에 있던 무리들과 함께 떼거지로 내게 달려들면 무슨 수로 당하랴 ㅡ.ㅡ;

여자건 남자건 항상 조심할 것은 조심하고, 위험한 상황이 되도록 만들지만 않으면 괜찮다.

다만 여자로서 더 신경쓸 것은,
특정지역에서 노출이 심한 옷은 삼가하고,
낯선 남자의 들이댐은 일단 좀 경계하고,
너무 위험한 루트는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이동하는 정도면 될 것 같다.




내 생각에 진짜 문제는,
일부 생각없는 여행자들이다.

여행을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탈선의 장으로 여기고,
한국에서 못해보는 것들을 해보려고 아주그냥 작정하고 오는 사람들이다.

'하시시'나 '쵸콜렛'이란 이름으로 거리의 삐끼들에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마약이라던가.
몇몇 인도인의 끈적한 들이댐을 자신의 넘치는 매력 때문으로 착각하고 쉽게쉽게 엔조이를 한다던가 말이다.

뭐, 다 큰 성인이 자기가 좋아서 한다는데, 굳이 말릴 사람 있겠냐만은.
이런 사람들과 한번 인연(?)을 맺었던 인도인들에게 다음에 만나는 한국인에 대한 인상은 어떻겠냐는 거다.
결과적으로 요런 사람들 때문에 애꿎게도 다음 여행자가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