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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55 - 서부 사원군과 시골 학교


카주라호 동쪽에 있는 사원들은 여기저기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데 반해,
서쪽 사원군은 한 지역안에 모두 모여있다. 게다가 무료였던 동쪽과는 달리 입장료도 내야 했다

그래서인가.
여기저기서 손실된 부분에 대한 복구작업이 진행중인게 보였고,
전체적으로 이곳의 관리가 더 잘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는 동부 사원군보다 더 큰 규모의 사원이 있였는데,
전체적인 외향이 비슷해서 별다른 감흥을 얻지는 못했다.

사원이 크고 많으면 뭐하나.
계속 봤던거 또 보는 느낌인것을.




그렇게 별 생각없이 눈길을 돌리던 도중.
...그 유명하다던 조각상들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동부 사원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꽤 직설적인(?) 조각상들이었다.

신기한 점은 쳐다보기 어색한 조각상이 수없이 나열되어 있었지만,
그 어느것하나 똑같은 포즈가 없다는 거다.


민망한 마음에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같이 들어왔던 누나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미 없어졌고, 제각기 관람하기 바빴다.




대체 이것들은 왜 만들어졌을까.
만들때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항상 유적지에서 건축물을 볼때면 이런 생각을 한다.

대량 생산으로 찍어내는 것들과는 달리,
이것들은 만든 사람의 땀과 정성, 그리고 수백년에 걸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비록 완벽하지 않고,
조금은 비뚤하고,
떨어져 나간 파편들이 있지만,

바로 그러한 점들이,
그것들을 좀 더 사람냄새나게, 그리고 좀 더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까지 서로 민망한 상황을 피해 제각기 관람하던 누나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떡하니 벤치로 다가왔다.

다짜고짜 뭐 찍었나 사진기 좀 보자하니,
곧 죽어도 사진기는 보여주지 않는다.


뭐, 내가 본거랑 똑같은 거 찍었겠지.



유지관리에 여념이 없는 아저씨들


벤치에 앉아서 사진을 정리하고 있는데,
반대편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잡초를 뜯고 있었다.

다 큰 남자들이 무릎을 맞대고 쭈그려 앉아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간만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누군가를 한없이 쳐다보고 있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곳은,
누가 딱히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남을 바라본다는 거 자체가 상당히 실례가 되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사원군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서,
근처에 있다는 박물관을 찾아 가보기로 했다.

순전히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지도만을 보고 길을 떠났는데,
아무리 가봐도 박물관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결국 길을 떠난지 1시간쯤 되어서야 하늘을 향해 GG를 외치며,
왔던곳으로 되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숙소에 돌아가기엔 뭔가 아쉬웠는데,
그 와중에 갑자기 생각난 곳이 바로 시내 중심가에 있던 사원 비스므리한 건물이었다.

그러고보면 항상 다양한 사원을 찾아 다니면서도,
정작 숙소에서 제일 가까이 위치한 그곳이 어떤 곳인지는 몰랐었다.

역시나 남아도는게 '시간'이었던 우리는,
천천히 그 사원을 향해 걸어가 보았다.




과감히 정문을 통과해 들어가자,
안에는 넓은 마당이 나오고, 몇개의 건물이 더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수많은 꼬마 아이들이 실내외를 가리지않고 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예상외로,
그 사원 비스므리한 공간은 학교로 사용되고 있었다.

예전에 자이살메르에서도 우연히 학교를 방문해본 적이 있어서,
대충 인도의 학교 생활 수준을 알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시골이라 그런지 이곳의 시설은 그 곳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




어림잡아도 100여명은 족히 넘을 것 같은 아이들이,
전등, 책상, 의자.. 무엇하나 구비되어 있지 않은 암굴같은 곳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었다.

실내에서 하는 얘들은 햇빛이라도 피하지,
그나마 그 공간마저도 발 디딜틈없이 꽉찬 바람에 나머지 아이들은 마당 바닥에 앉아서 수업이 들었다.


낯선 우리들의 방문에,
아이들은 동남아 연예인이라도 온 마냥 환호성을 질러댔는데,
역시나 '자이살메르' 에서처럼 곧 담당 선생님이 뛰어나와 우리를 맞이했다.

괜히 누를 끼친 것 같아 그냥 살짝 구경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젊은 남자 선생은 우리를 기어이 안으로 끌고 들어와, 학교 이곳 저곳을 설명해줬다.



오른쪽 귀에는 빨간색 볼펜을 꼽은 채로 이것저것 신명나게 말하던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이렇게 누군가를 기쁜 마음으로 가르친다는 것.
단순히 '교사' 라는 직업만으로 그것을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했다.

나는 앞으로 내가 기뻐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