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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57 - 사트나


카주라호에서 다음 목적지인 바라나시에 가기 위해서는,
'사트나' 라는 곳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

기차표는 미리 예매를 해뒀는데,
'니키'와 '민수'가 250루피에 구해줄 수 있다던 기차 티켓은 내가 직접 티케팅 창구로 찾아가서 사보니,
171루피에 구입할 수 있었다.


시간은 흘러서, 어느덧 이곳을 떠날 날짜가 되었고,
숙소에 풀어놓았던 짐은 얼마 되지도 않아 배낭에 다시 차곡차곡 넣어졌다.

하기야 풀어놓은 짐이라고 해봐야,
세면도구, 빨래하고 널어놓은 티셔츠 하나, 슬리퍼 하나가 전부지만 말이다.



사진출처 : http://www.panoramio.com/photo/1516433

숙소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미리 도착해서, 버스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마침 '오르차' 누나들이 이곳에서 알게 된 한국인 남자한명(우리는 이 친구를 '용'이라고 불렀다.)과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는 당최 버스 출발시간이 다 되가도록 정류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무작정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안될 것 같아서,
결국 나는 그가 머물고 있다던 숙소로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발걸음을 옮겨 커다란 운동장을 지나고 있을 무렵,
저 멀리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이곳으로 달려오는 '민수'의 오토바이가 보였다.

오토바이 뒤에는 뜬금없게도 내가 데려오려던 '용'이 타고 있었는데,
해맑게 웃으며 그가 말하는 사정은 이러했다.
버스 시간 늦을까봐 친절하게도 '민수'가 오토바이로 여기까지 태워줬다는 거였다.

사실 숙소에서 정류장까지 2인3각으로 걸어와도 3분이면 충분한데,
뭔 오토바이로 태워주고 자시고, 그걸 또 '땡큐베리머치'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버스 출발시간이 급했기 때문에 이것저것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아참, 그나저나 바라나시 기차표는 샀어요?"

"네~ 다행히 민수가 350루피에 싸게 구해줬어요^^ "


350루피??

'주여, 이 순진한 어린양을 어찌하나이까...'



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던 '민수' 녀석을 쳐다보자,
그 녀석은 나를 한번 슥 쳐다보고는 힘껏 악셀을 밟아댔고,
오토바이는 '용'을 태우고 굉음을 내며 황급히 정류장으로 떠나버렸다.




여하튼,
순수하고 해맑은 영혼을 가진 '용' 이 제시간에 도착하게 되면서,
우리는 다행히 버스 시간에 맞춰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차창밖으로 사람과 건물이 보이지 않는 들판을 지나서, 계속 달렸다.
얼마나 달려왔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시간을 보니,
버스를 타고 '사트나'까지는 4시간이 걸렸는데,
찜통같은 더위와 쿠션하나 없는 의자덕분에, 사트나에 도착할 즈음엔 이미 심신이 지쳐있었다.



사진출처 : http://travel.webshots.com/photo/1058033051038324519fobnsq

사트나에 도착하자마자,
밀려오는 배고픔에 주저없이 눈에 띄는 현지 식당을 찾아갔다.

저렴한 '사모사' 를 한가득 주문해서 맘껏 주린 배를 채웠는데,
주변에 파리가 어찌나 많던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녀석들은 시도때도 없이 사모사에 착륙을 시도해댔다.



사진출처 : image.google.com

식사를 한건지, 파리를 향해 팔 휘젓는 연습을 한건지 애매한 가운데,
사트나에는 밤이 찾아왔고, 우리는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바닥에 배낭을 깔고 앉았다.


...많이 피곤하다.
멍하니, 하루 종일 정신없이 달려와서인지 신경도 꽤 날카로워 진 것 같다.

그저,
바라나시에 도착하면 그냥 맘 놓고 푹 쉬고 싶었다.
오르차에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