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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62 - 마지막 부탁

내겐 뭔가 인도로 여행을 간다면 한번쯤 생각해 볼 법한,
'여행계획'이라는 게 전혀 없었다.

덕분에 여행 도중 사람들을 만나면서 수시로 다음 목적지가 바뀌곤 했는데,
바라나시에 온 이후로는 다음 목적지로 '네팔'에 가보기로 했다.

물론 딱히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뭐, 간김에 히말라야 트래킹도 하고.. 트래킹도 하고...음.. 트래킹이랑....음...
아무튼 뭐, 그냥 일단 가보는 거지.


하지만 급하게 정한 목적지에는,
역시나 정보의 부족이 뒤따랐고, 결국 약간의 정보라도 주워먹기 위해,
바라나시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모인다는 카페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가트를 따라 좁은 골목길을 한참 걸어가는데,
갑자기 앞에 있는 한 여성분과 "엇!!" 소리를 동시에 내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 분은 바로 얼마전에 푸쉬카르에서 같이 고스톱을 치고,
자이뿌르에서는 같이 암베르도 구경하고,
아그라에 도착한 뒤, 일정때문에 헤어졌었던 누나였다.

헤어질 당시에는,
내가 신경이 꽤 날카로웠을 때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자, 반가운 마음도 컸고 반대로 조금 어색한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다시금 밀려드는 후회의 감정들...
이렇게 다시 만날것을,
왜 나는 그때 조금 더 이타적이지 못했을까.
왜 조금 더 넓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반갑고도 미안한 마음에 밥이라도 사주고 싶었는데,
누나의 차림을 보니 여행 짐을 다 들고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제 인도에서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러 간다고 했다.


이번에도 역시 이렇게 누군가는 떠나간다.
나는 아직도 전체 여행 일정의 절반도 못 왔는데,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새롭게 찾아온다.

추억을 함께 했던 사람이,
한명씩 떠나갈때마다 느껴지는 공허함은 뭐라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누나는 이내 공항으로 가는 오토릭샤를 잡았고,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지 3분도 되지않아 다시 헤어지게 되었다.


나는 잠시동안 누나와의 추억을 회상했고,
갑작스레 한가지 기억이 내 뇌리를 스치기 시작했다.

'아...이런!! 깜빡했어..'


누나의 릭샤가 천천히 출발할때 쯤에야,
나는 누나에게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생각해냈고,
곧이어 미친듯이 릭샤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잠깐!! 잠깐만!!!"



내 다급한 외침에 릭샤꾼은 릭샤를 멈춰세웠고,
누나는 영문을 모른 채 릭샤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나는 재빨리 달려와서 심호흡을 가다듬고,
그동안 있던 자존심도 내버린 채 천천히 말했다.


"미안한데, 부탁하나만 할께요."


"응. 뭔데?"



"그게.."






"누나... 고스톱 저한테 주고가면 안되요 -_-?"




그 순간 나는,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는 누나의 표정을 읽을 수가 있었고,
뒤이어 피식 웃는 누나에게서 고스톱을 전달았다.


뭐, 한국을 향해 돌아가는 누나에게는 미안하게 됐지만....ㅜ





어쨋거나.. 아이템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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