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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92 - (네팔) 포카라에서의 일상


어느덧 포카라에 도착한지도 10일이 넘었다.
트래킹을 같이 다녀왔던 남자 일행 2명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델리로 떠났고,
이제 포카라에 남은 것은 '오르차' 누님 2명과 'Mr.유', 그리고 아메다바드부터 쭉 같이 온 누나 한명 뿐이다.


나는 더블 침대가 있는 방을 혼자 쓰기도 뭐해서,
다음날 포카라를 떠난다는 'Mr.유'와 함께 하룻밤 동안 방을 쉐어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분,
알면 알수록 참 특이한 캐릭터다.

국내 유명 대학병원에 레지던트로 있다는데,
하는 행동이 영~ 내가 생각하던 레지던트의 모습과는 다르다.

게다가 여행 배낭이랍시고 메고 다니는 건,
아이들 학교다닐때나 들고다니는 조그마한 '이스트팩' 같은 가방 달랑 하나.


이런 그와 밤늦도록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새벽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니,

'Mr.유'가 가방을 메고 방을 나서려 한다.


"아니, 일어났을 떄 저도 깨우시지 그랬어요."


"하하.. 그냥 주무세요~ 뭐 대단한 사람 간다고."



나는 그렇게 비몽사몽간에 잘가라며 손을 흔들고는,
다시 침대에 몸을 던졌고,


끝내 'Mr.유'의 진짜 이름은 알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포카라를 떠나면서,
숙소에 손님이라곤 다시 나와 누나만 남게 되었고,


이 무렵부터 우리는,
'포카라에 있는 맛집이란 맛집은 죄다 돌아보자!' 라는 생각으로,
유명한 식당이나 찻집을 찾아 다니기 바빴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망좋은 찻집에 들어가서 커피 한잔을 시키고,
책도 읽고, 수첩에 잡다한 글도 쓰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다가,
저녁이 되면 근처 레스토랑에 들려 커다란 스테이크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이었다.




실컷 배를 채우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보니,
정전때문에 주인장이 양초에 불을 붙여 내게 건네줬다.

나는 그 불꽃을 누나에게 전해주고,
누나는 2층 복도에 있는 양초에 불을 붙였다.


..이건 무슨 하루하루가 사랑과 희망을 전달하는 '올림픽 성화 봉송' 이구나 ^_^




그리고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

숙소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이살메르에서 본 밤하늘 이야기가 나왔다.


"아 그럼, 말 나온김에 지금 옥상가서 별이나 볼까?"

우리는 주저없이 발 뒤꿈치를 들고 슬그머니 건물 옥상으로 향했고.
조심스레 주인장 집의 동태를 살핀 후, 마당에 있는 의자 2개를 챙겨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옥상에서 의자에 앉아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별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저마다 빛을 내고 있고,
항상 밤 늦게까지 북적거리던 숙소 옆 클럽도 오늘은 일찍 영업을 마감을 했는지, 온 동네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공간을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리고 모두가 잠들어서 볼 수 없는 이 광경을,
누군가와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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