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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34 - 자이살메르의 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보니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같이 자이살메르에 남게 된 동생 말을 들어보니, 자이살메르 성 안에 좋은 식당이 있단다. 허기진 배도 달랠겸, 물어물어 찾아가 보았는데, 과연 실제로 창가쪽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일품이었다. (아니, 일품일 것 같았다.) 다만, 문제는 창가쪽 자리가 단 하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고.. 그 하나의 자리에는 어느 서양 청년 하나가 떡하니 앉아 있다는 거였다. 다리를 쭉 펴고 앉아 멍하니 창밖으로 야경을 감상하던 그 웨스턴 녀석은.. 심지어... '우리가 먹고 있다보면.... 뭐, 저 청년도 식사가 끝나겠지^^;' 라는 일말의 기대조차 무참히 짖밟아버렸다. 우리가 아무리 시간을 떼우며 처묵처묵을 해가며 눈치를 줘봐도.. 그에게 있어 우리의 존재는 마치 공기 중 아산화..
인도여행 33 - 학교 구경가기 일행들을 푸쉬카르와 자이뿌르로 모두 보내고나니 그 많던 일행들 중에 내 옆에는 단 한명만이 남았다. 그마저도 같이 아침을 먹고나서 각자 따로 행동을 하게 되니... 결국 나는 또 다시 혼자가 되었다. 나홀로.. 그냥 기분따라.. 걸음따라.. 복잡한 자이살메르 성 안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그렇게 걸으다니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정말 뜬금없이 인도의 학교 모습이 궁금해졌다. 그리곤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무작정 현지인에게 말을 걸어서 근처에 있다는 한 학교를 찾아갔다. 학교 정문 도착! 힌디어로 써있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학교란다. 입구에서부터 뭔가 상당히 교도소같은 아우라가 흘러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에 대한 내 열의는 꺽을 수 없었다. (사실 그닥 할 일이 없기도 했지만..) 사뿐히..
인도여행 32 - 흩어지다 호수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 거리 곳곳에서는 여전히 소들이 우릴 반겨주고 있었다. 그런데 걷다보니 배도 조금씩 출출해졌고, 배를 채울 무언가를 찾던 와중에 한 음식점을 발견했다. 내 발걸음을 멈춰세운 건 간판에 써있는 가격이 아주 파격적이었기 때문인데, 땅콩 샌드위치가 무려 7루피!!! (약 200원) 뭄바이에서 무려 20루피나 주고 달랑 딸기쨈 조금 묻혀진 샌드위치 먹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이건 정말 충격과 공포라 할 수 있겠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당장 들어가서 주문을 했다. 그리고 잠시후 접시에 담겨 나온 샌드위치를 봤는데, 이게 좀 이상했다. 뭐랄까.. 축소된 모형 같달까..? 눈에 착시현상이 있나 싶어서, 새끼 손가락을 가져다 대봤더니.. 크기가 꼭 들어맞았다. 아니 무슨 내가 신데렐라..
인도여행 31 - 가디사가르 호수 쿠리에서 낙타사파리를 마치고 다시 자이살메르로 돌아왔다. 방을 같이 쓰던 친구가 오늘을 마지막으로 헤어지게 되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원래 있던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자이살메르 성 안에 위치한 숙소로 짐을 옮겼다. 자 그럼. 오늘은 뭘 할까.. 막연히 길을 나섰다. 그렇게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난 한국인 커플이 추천해 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가디 사가르' 라는 호수에 가보기로 했다.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사람도 많지 않았고, 상당히 한적해 보여서 좋았다. 뭐 그렇다고 "Olleh~" 까지는 아니고.. 그냥 Wow 정도랄까. 날씨도 좋고 해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역시나 남에 일에 관심많은 인도인은 또다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하여.. 인도 동북쪽에서 가족끼리 여행을 왔다는 인도인과 이런..
인도여행 30 - 사막의 밤 낙타를 한참 타고 다니다가, 드디어 한적한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낙타꾼들은 낙타들을 파킹하고 슬금슬금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들 분주한데 나홀로 가만히 서있기도 뭐하고해서... 불 피울때 쓸 땔감이나 좀 구하려고 주변을 돌아다녔다. 나름대로 주변에 건초들을 찾아다녔는데, 어째 전부다 까칠하고 날카로운 것들 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장갑도 없이 무식하게 뽑아대는 바람에 결국 손에 남은 것은 잔상처들.. 땔감을 한곳에 모아놓고.. 끝없는 지평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서로 아웅다웅 거리며 다닥다닥 붙어 생활했던 도시 속 갑갑함에서 해방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친구가 내게 꿔가고 안갚은 돈이 지금와서 무슨 소용이랴.. 인터넷에서 주문한 물품이 하루 이틀 쯤 늦는다고 뭐 대수랴.. 산..
인도여행 29 - 낙타사파리 출발 드디어 낙타사파리를 떠나는 날. 낙타들이 속속 숙소 앞으로 도착했다. 사람들과 간단히 기념사진을 촬영 한 후, 낙타를 타고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호기심 많은 나는 또다시 오지랖넓게 인솔하는 인도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그에게 낙타를 조종(?)하는 명령어를 몇개 배울 수 있었다. "달려~" 라고 하고싶으면 혀를 차면서 '똑~' (똑딱똑딱~ 거리는 시계소리 내듯) 소리를 내면 되고, "일어서~" 라고 할때는 '쥬~' 라고 하면 된단다. -_- 낙타 한마리당 한사람의 낙타주인이 붙어서 끌고가다가 둘이 같이 낙타에 올라타고 가기를 반복하는데.. 낙타타는게 재미있게 느껴지는 건, 오로지 처음 타고 난 후에 10분간이다. 그 후에는 별다른 감흥도 없고.. 그저 사타구니에 느껴지는 통증뿐. 사실 자이살메르보다..
인도여행 28 - 삐끼가 되어보기 아침에 일어나서 옆집으로 가니 다들 짜파티를 먹고 있었다. 배고파서 간지고 뭐고 그저 쭈그려 앉아 간단히 허기를 채웠다. 식사를 마치고는 너무도 한적한 이 시골마을에서 할아버지마냥 이리저리 빈둥거리며 소일거리(?)를 찾아헤맸다. 문앞을 나서니 이스라엘 여자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길래, 카메라 얘기를 좀 하다가. 이스라엘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여행을 왔다고 하길래, 군대얘기(?)를 좀 하다가..-_-; 카메라에 남자친구 사진이 있길래, 연애 얘기를 좀 해댔다.... 이렇게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낼즈음.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갑자기 우리를 찾아왔다. 무슨일인고 하니... 잠시후 12시쯤에 버스를 타고 한국인들이 몇명 쿠리마을로 오는데, 우리들보고 삐끼 역할을 좀 해달란다. What the... 뭐, ..
인도여행 27 - 잡념 쿠리에서의 밤이 다가오고, 주인장과 주인장의 꼬마 아들은 마당에 불을 피웠다. 잠시후 불빛을 본 숙소 사람들이 슬금슬금 나오더니 가운데 모닥불을 중심으로 빙 둘러앉아 수다를 떤다. 그런데 이렇게 모두들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나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우울했다. 더 찝찝했던건, 대체 왜 기분이 안좋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분명히 모든 상황은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가고 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곳에 와서, 사막 사파리라는 흥미로운 체험을 떠나려 하고 있다. 그 어떤 어려움도 없고... 사고도 없다. 별의별 잡생각이 머리를 흔드는 가운데.. 남들이 웃고 떠드는 상황에 그저 말없이 앉아있는 것도 뭐해서, 혼자 먼저 일어나 숙소로 들어왔다. 덩그러니 침대에 누워서 하늘을 보니 창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