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가기/India

(121)
인도여행 97 - 암리차르 입성 누가 음식에 수면제를 탄건지, 내게 동면의 시간이 찾아온 건지, 한참 동안 쥐 죽은듯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떴다. 그런데 눈을 뜨는 순간, 앞에서 누나가 갑자기 '흠칫'거리며, 내 얼굴에 조준하고 있던 카메라를 황급히 치웠는데, 나는 직감적으로 내가 자는 얼굴을 찍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러면 내가 또 질 수 없지... 꼭 이럴때만 발휘되던 내 승부욕은, 한동안 서로 상대방의 초췌한 얼굴을 사정없이 찍어대는 상황을 만들어 주었고, '찰칵, 찰칵' 거리는 셔터소리와 함께, 가뜩이나 용량이 부족한 카메라 메모리에 서로의 초췌한 얼굴만 쌓여갔다. 이건 무슨 '누가 누가 더 추하나' 콘테스트마냥, 점점 그 열기가 고조되어 갔는데, 나는 그때 고개를 돌리다가, 옆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인도여인의 표정을 우연히..
인도여행 96 - 암리차르 가는 길 아침해가 떠오르자, 버스는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맘 같아서는 단숨에 릭샤를 잡아타고 갠지스강으로 달려가서, 가트도 바라보고, 자주가던 식당에 들어가 맛있는 빵과 라시도 먹고 싶었지만, 다음 목적지인 '암리차르'행 기차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러니 하게도, 마음속으로 제발 기차가 연착되기를 바라며,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또 빌었는데, 내 바람을 누군가 들은 걸까? 평소엔 8~9시간씩은 기본으로 늦던 기차가, 왠일인지 처음으로 예정 시간에 칼같이 맞춰 들어오는 기적이 일어났다. 역시 나는 기적을 부르는 사나이.. (근데 왜 항상 반대냐고!!!!) 바라나시에서 암리차르까지는 기차로만 꼬박 26시간이 걸리는데, 나는 이미 첸나이에서 뭄바이로 갈 때, '26시간 기차'를 경험해..
인도여행 95 - 회의감 바라나시로 가는 동안, 버스는 중간에 1~2번 정도 이름도 모르는 도시에 정차하며 휴식을 가졌다. 우리가 앉은 좌석은 기다란 3인용 의자라, 창가쪽엔 누나가 앉고, 중간은 내가, 통로쪽은 어떤 인도남자가 앉았다. 그런데 새벽 시간이 되면서, 내 옆에 앉은 인도인이 자신의 어깨로 내 어깨를 기분나쁘게 밀치기 시작했는데, 인상을 쓰며 어깨를 탁탁 밀치는 뉘앙스로 보아, '자리 좀 독차지 하지마!' 혹은 '나한테 기대지 좀 마!' 라는 뜻인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히 내가 '쩍벌남' 처럼 다리를 벌리고 앉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그에게 머리를 기댄 기억도 없었지만, '아.. 나도 모르게 잠 들면서 녀석에게 머리를 기댔었나?' 하는 생각에 한동안은 일부러 잠도 자지않고, 자세에 신경을 쓰며 창밖만 바라보..
인도여행 94 - 소나울리의 양아치들 샨티 스투파를 다녀오고 다음날 아침, 생각같아서는 네팔에 더 머물고도 싶었지만, 우리는 다시 인도로 돌아가기로 결정했고, (어차피 네팔 비자도 만료가 되었..-_-;) 소나울리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오전 6시쯤 숙소를 나왔다. 누나는 아침부터 몸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다고 하더니, 결국 버스에 올라탄 이후로 그저 멍하니 '산송장' 모드에 들어갔다. 나는 홀로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는데, 버스의 창문이 완전히 닫히질 않아서 찬바람이 고스란히 들어오는게 신경이 쓰였다. 아마도 내가 잠들어서 바깥의 아름다운 풍경을 못 볼까봐 일부러 이딴 식으로 만들어 놓은건가^^? 아무튼 꽤 배려돋는 창문 구조였다. 그렇게 찬바람과 함께 7~8시간을 보내고 나자, 버스는 오후 3시쯤, 소나울리..
인도여행 93 - (네팔) 효율적인 여행 트래킹이 끝난 후, 우리는 피로를 풀기 위해, 은퇴 후 실버타운에 입성한 사람들처럼 맘껏 요양을 즐겼다. 하루는 한 손에 비둘기 모이 봉지, 다른 한 손에는 우리가 먹을 오렌지를 쥔 채, 작은 나무 보트를 타고 호수 한 가운데에 섬처럼 위치한 '바라히 사원'을 들렸다. 물론 뭔가 굉장한 것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달랑 조그마한 건물 하나 밖에 없는 바라히 사원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뭔가 부족했다. 아마 그동안 인도와 네팔을 거치며 웬만한 사원이란 사원은 질리도록 봤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별 수 없이 그저 계단 위에 앉아 하염없이 호수를 바라보며, 계단 주위로 날아드는 비둘기들에게 먹이주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녀석들의 식성을 만족시켜주기엔, 먹이가 턱없이 모자랐고, 한없이 흩뿌려대던 먹이..
인도여행 92 - (네팔) 포카라에서의 일상 어느덧 포카라에 도착한지도 10일이 넘었다. 트래킹을 같이 다녀왔던 남자 일행 2명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델리로 떠났고, 이제 포카라에 남은 것은 '오르차' 누님 2명과 'Mr.유', 그리고 아메다바드부터 쭉 같이 온 누나 한명 뿐이다. 나는 더블 침대가 있는 방을 혼자 쓰기도 뭐해서, 다음날 포카라를 떠난다는 'Mr.유'와 함께 하룻밤 동안 방을 쉐어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분, 알면 알수록 참 특이한 캐릭터다. 국내 유명 대학병원에 레지던트로 있다는데, 하는 행동이 영~ 내가 생각하던 레지던트의 모습과는 다르다. 게다가 여행 배낭이랍시고 메고 다니는 건, 아이들 학교다닐때나 들고다니는 조그마한 '이스트팩' 같은 가방 달랑 하나. 이런 그와 밤늦도록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새벽..
인도여행 91 - (네팔) 트래킹 이후의 생활 트래킹에서 돌아온 후, 넘쳐나는 빨랫감은 내 심신을 지치게 했다. 일행들은 돌아가면서 숙소옆에 있는 수돗가에서 빨래를 했는데, 이건 무슨 '도비왈라'도 아니고, 반나절 동안 빨래만 하다보면, 대체 여행을 하러 온건지, 빨래를 하러 온건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곤 했다. 사실 여행 초기에는 빨래비누를 하나사서 일일이 손으로 박박 문지르곤 했는데, 여행을 다니면서 가루비누의 위대함을 발견하게 됐고, 그 후로는 그저 커다란 통에 빨랫감과 가루비누를 탄 물만 넣은 뒤, 나는 그 위에서 발로 신나게 탭댄스만 몇번 추면 끝이었다. 마치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내 눈은 금세 촉촉해져 반짝거렸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대단한 것이라 믿었던 걸까? '이미 다른 여행자들도 죄다 ..
인도여행 90 - (네팔) 포카라로 귀환하다 따또빠니 온천에서 일행들과 애증의 재회를 마친 후, 간만에 핫샤워도 하고 회포도 풀면서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사실상의 트래킹 일정도 모두 끝난셈이다. 따또빠니에서 포카라로 다시 돌아가려면, 일단 '베니'라는 마을까지 간 다음, 거기서 포카라행 버스를 타야하는데, 여기서 많은 여행자들은 지프차를 빌려타고 '베니'로 이동하곤 한다. 하지만 나와 누나는 '트래킹의 진정한 의미' 를 끝까지 지키자며, 베니까지 걸어가자고 줄곧 주장했는데, 남자일행 2명이 지프차 운전사에게 다가가 몇 마디 얘기를 주고받더니, 우리쪽을 쳐다보고 큰 소리로 외쳤다. "오~ 여기 운전사가 엄청 싸게 태워준다는데?" Goooooooob Job! 녀석들이 지프차 요금을 획기적으로 깎아오자, 우리는 그저 군말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