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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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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117 - (홍콩) 적응하기 전재산의 절반 정도를 전철표 구입에 소비한 우리는, 달콤씁쓸한 마음을 안고 무작정 홍콩 시내로 향했다. 옆에 있던 누나는, 카메라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 보겠다며, 무심코 전철 창문에 대고 셔터 버튼을 만지작 거렸는데, '찰칵~' 소리와 함께, 누나의 디카는 마지막 빛을 발하며, 더이상 어떠한 움직임도 보여주질 않았다. "뭐야, 배터리 완전 나간거야?...;;" 그렇게.... 거참 아이러니 하게도, 누나의 마지막 여행 사진은, 전철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전철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마주한 홍콩의 모습은, 누군가 하늘에서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것처럼, 짙은 안개와 함께 이슬비가 간혹 내리는 모습이었는데, 그저 걸어만 다녀도 피부에 수분 공급이 되는 듯한 느낌에, 나는 왠지 모르게 기..
인도여행 116 - (홍콩) 굿모닝 상쾌한 아침 햇살과 함께, 비행기는 홍콩에 무사히 도착했다. "우와-* 홍콩이야! 홍콩이라고!" 사실 홍콩에 대해 아는 거라곤, 누군가로부터 주워들은 '침사추이' 와 '빅토리아 하버' 밖에 없던 나였지만, 왠지 모르게 '홍콩'이란 단어는, 럭셔리한 레스토랑에서 반짝이는 야경을 배경삼아, 고급 스테이크를 썰며 느긋하게 1961년 보르도산 와인을 마실 수 있을 거란 환상을 품게 해줬다. 이런 '홍콩'을 마주하는 우리들의 예의바른 자세는, 무엇보다 이 후질근한 복장을 어서빨리 갈아입는 것이었는데, 콧노래를 부르며 달려간 수화물 칸에서는, 무슨일인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우리 배낭이 보이질 않았다. 뭐야.. 뭐야...이거 장난치지마 ^_^ 아이 참... 누나와 나는 의도치않게 빨라지는 심박수를 온몸으로 느끼대며,..
인도여행 115 - 안녕 인도 한 방향으로만 걷기를 30분여, 고난의 행군을 마치자, 우리는 마침내 외부 도로가 있는 쪽으로 나올 수 있었다. 생각같아서는 마치 쇼생크 탈출이라도 한 것마냥, 하늘을 향해 포즈라도 한번 취해주고 싶었는데, 헤매던 걸 누나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최대한 기쁨을 억제해야만 했다. 다시 빠하르간지로 돌아오자, 벌써 날이 완전히 저물어 버렸다. 길거리에 켜진 가로등을 보니, 이제 정말로 떠날 때가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이건, 바꿔 말하자면 이제 다시는 인도의 아침을 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우리는 맡겨뒀던 짐을 찾기 위해, 숙소로 돌아가서 'So Cool 한 남자분'을 다시 만났다., 그는 친절하게도 우리를 마지막까지 배웅해줬는데, 마지막에는 근처에 있던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서 스테이크까지 사주셨다. "..
인도여행 114 - 미로 탐험 악샤르담을 나오자마자, 우리는 지체없이 릭샤를 잡아 타고 델리 시내로 향했다. "와...신호등이야!! 도로에 신호등이 있다구!!" 릭샤밖으로는 델리의 깨끗한 도로와 신호등이 보였는데, 나는 여행 2달 만에 발견한 신호등이 너무나 반가워서, 챙피함을 무릅쓰고 환호성을 질러댔고, 옆에 있던 누나는 그저 모른척 나를 외면할 뿐이었다. 어쨌거나, 이런 놀라움은 릭샤가 코넛 플레이스라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고, 주변 거리는 과연 이곳이 인도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잘 정돈되어 있었다. 우리는 여느때처럼 2루피짜리 바나나를 한손에 쥐고, 마치 뉴요커마냥 길거리를 활보했는데, 주변에서 '저 사람들 뭐야, 무서워...' 라는 식으로 우릴 쳐다보는 통에, 차마 15분 이상은 들고 다닐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가로이 길을..
인도여행 113 - 악샤르담 막상 릭샤를 타고 빠하르간지에 도착하긴 했지만, 어차피 오늘 밤 비행기로 인도를 떠날 예정이라, 낮 동안 짐을 맡길 곳이 애매한 상황이었는데, 고맙게도, 같이 릭샤를 타고 온 30대 남자분이, 자신이 머물 숙소에 짐을 맡기라며 우리에게 열쇠를 흔쾌히 넘겨줬다. 아아.. 복 받으실 거예요.. 하지만 이미 두꺼워질 대로 두꺼워진 우리들의 낯짝은, 슬그머니 '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세면과 샤워까지 할 수 없겠냐' 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이런 철면피 같은 부탁조차, 그 남자 분은 싫은 내색 하나 없이, 그저 웃으면서 So Cool 하게 허락해 주셨다. 아아.. 정말이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So cool 하신 남자분의 도움으로, 우리는 편안하게 세면을 할 수 있었고, 배도 좀 채울 겸, 남..
인도여행 112 - 상쾌한 아침 델리행 야간버스 안은 생각보다 꽤 쌀쌀하다. 변변한 쟈켓 하나 없던 나는 그저 최대한 몸을 웅크린 채, 버스가 델리에 도착하기만을 두손 모아 기도할 뿐이었는데, 이 모습이 얼마나 불쌍해 보였는지, 옆에 있던 누나는 자신이 두루고 있던 숄을 내게 건네줬고, 덕분에 나는 입이 돌아가려는 극한 상황에서도 생명의 불씨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서로 참 지독한 인연이다. 처음 아메다바드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후, 중간에 헤어졌음에도 다시 푸쉬카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고, 이제는 서로 같은 항공사로 인도에 온 것을 알고, 기어이 귀국 날짜와 시간까지 맞춰서 돌아가는 비행기까지 함께 타고 가게 됐다. 아... 이 얼마나 고무 타이어 마냥 질긴 인연인가. 새벽 찬 바람이 불어댈 무렵, 우리는 드디어 ..
인도여행 111 - 노블링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능숙한 손놀림으로 짐을 꾸렸다. 비록 맥간에서의 마지막 날이지만, 떠나기 직전까지 뽕을 뽑아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우리는 근처에 있는 '노블링카'라는 곳을 들리기로 했고, 배낭을 숙소에 맡겨둔 채 길을 나섰다. 그런데 막상 버스에 올라타서 출발을 기다리는데, 어째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 기사가 오질 않는다. '아후... 그냥 내가 몰고 갈까...' 맘 같아서는 직접 버스를 몰고, 노블링카는 물론이고 델리까지 밟아대고 싶었지만, '1종보통'에 8년간 장롱면허 신세인 나로서는, 선뜻 용기가 나질 않았다. 대략 20분이 지나서야, 한손에 짜이를 들고 한가롭게 입장하신 기사 아저씨는, 천천히 시동을 걸고 노블링카를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운전적 바로 옆 자리에 앉아보니, 나는 기사 아저씨의 ..
인도여행 110 -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짜이 한잔을 들이키며 숙소에서 하루를 마감하던 무렵, 갑자기 가방을 정리하던 누나가 조용히 읇조렸다. "라..라면이다.." 알고보니 네팔 트래킹 때 먹고 남은 라면이 배낭안에 숨어있던 건데, 배낭안에서 얼마나 눌려 있었는지, 차라리 생라면으로 뿌셔먹는게 더 나을 만큼 상태가 엉망이었지만, 뚝바와 뗌뚝을 질리도록 먹어대던 이 상황에서, 그깟 부서진 면발 쯤은 우리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Good Job~!' 나는 라면을 발견한 누나에게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붙이며, 라면은 내가 직접 끓이겠다고 했고, 냉큼 숙소 주인장에게 찾아가, 잠시 동안 주방을 쓸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해놓은 뒤, 라면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반찬이나 간식을 사기위해 근처 마트로 달려갔다. 그런데 막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