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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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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109 - 티벳의 미래 맥간에서의 일상은 참으로 단조롭다. 아침에 일어나면 누나는 뭔가에 홀린 듯이 코라를 한 바퀴 돌기 시작했고, 나는 숙소 옥상으로 터벅터벅 올라가, 텅 빈 하늘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는 게 하루의 시작이었다. 이 행위를 마치고 나면, 우리는 근처 골목길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 밀크티 2잔과 갓 구운 토스트를 먹으면서, '대체 오늘 점심은 뭘 먹어야 할 것인가' 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곤 했다. "기념품이나 사러 갈까?" 아침식사를 하면서 점식식사 메뉴를 고를 정도로 할 일이 없던 우리에게, 지인들에게 줄 기념품이나 사러가자는 누나의 말은, 사실 꽤 창의적인 소일거리로 다가왔다. 솔직히 한국에서도 '오프라인 쇼핑' 이라면, 갖은 핑계를 대가며 안 가려고 기피했던 나로서는, 이번 쇼핑도 그닥 끌리지는 않았지만..
인도여행 108 - 돌아오는 길 박수나트에서 화보 촬영을 마친 우리는, 바위를 타고 흐르는 빈약한 물줄기를 몇 번 바라보다가, 이내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언제나 그렇듯, 다시 걸어서 돌아갈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해지지만, 뭐, 가진 게 튼튼한 두 다리밖에 없으니, 어찌 할 도리가 없다. 막상 돌아갈 때가 되자, 지금까지 충실하게 나를 추종해왔던 개는, 매점아저씨 앞에서만 온갖 아양을 떨어댈 뿐, 더 이상 나를 쫓아오지 않았다. 아마도 내게 티벳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결국 매점에서 녀석과 헤어진 채, 우리는 길을 따라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누나는, 뜬금없이 건너편에 보이는 곳에 가보고 싶다며, 마치 노다지라도 발견한 것 마냥 바위 사이를 빠르게 걷기 시작했는데, 천천히 걸으면서 풍경사..
인도여행 107 - 박수나트 화보촬영 내 안에 나도 모르는 아귀의 습성이 존재하고 있던 건지, 맥간에 온 이후, 나는 눈에 보이는 거라면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물론 그동안 미칠 듯한 폭풍설사 때문에, 차마 맛볼 수 없었던 먹거리들을 떠올려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날로 야위어가는 내 얼굴을, 조금이나마 예전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일말의 노력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맥간은 내게 축복의 땅이라고 볼 수 있다. 길바닥에 누워있는 개들조차, 살이 디룩디룩 쪄서 걷는 것도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유기견도 살이 찌는 이 동네에서, '나 또한 요 녀석들처럼 살이 찔 수 있다'는 희망을 얻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맥간의 축복이 내 몸 안에서 역사하기를 바라며, 나는 매일같이 티벳빵과 케이크를 사서 잠자기..
인도여행 106 - 달호수 달호수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아스팔트길을 따라 한없이 걸었음에도, 그놈의 '달호수'는 눈곱만큼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간간히 주변 사람들에게 달호수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봤지만, 마치 다 같이 입이라도 맞춘 듯, '조금만 가면 나와요' 라는 상투적인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대체 어떤 호수일까?..' 사실, 왠지 모르게 달호수는 기대가 컸다. 아메다바드의 인공호수, 자이살메르의 가디사가르 호수, 포카라의 페와호수.. 지금껏 들렸던 호수란 호수들은 모두 저마다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계속 길을 걷다보니, 반대편에서 한 백인 여자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이 근처에 길은 여기 하나뿐이라, 달호수를 들렸다가 오는 게 분명해서, 나는 주저없이 그녀..
인도여행 105 - 답사준비 PC방 사용을 마치고, 약속 된 장소에서 얼마간 기다리자, 길 저편으로 누나가 나타났다. 다행히도, 내 우려와는 달리 '금단의 구역'에는 안 들렸던 것 같았는데, 그 대신 누나는 코라에서 만났다는 한 티벳인에 대해 쉴새없이 떠들어댔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살짝 허기가 졌던 나는, 누나 말에 비트를 맞춰가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대체 어디서 저녁을 먹어야, 이 몸쓸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누나의 '티벳인과의 만남' 이야기는, 우리가 근처에 있던 허름한 카페로 들어가고 나서도 이어졌는데, 아마 달라이 라마라도 만났다면, 나는 이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그 장엄한 스토리를 들어야만 했을게다. 카페에서 주문한 티벳빵과 오믈렛을 먹으며, 우리는 다음엔 뭘 하며 시간을 보낼지..
인도여행 104 - 다같이 돌자 코라 한바퀴 애정어린 응원의 한마디를 방명록에 적고나서, 나는 도망치듯 박물관을 나와 근처 길거리로 향했다. 오늘따라, 날씨도 화창해서인지, 길거리엔 많은 노점상들이 나와서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볶은 땅콩, 묵 그리고 구수한 빵 냄새가 길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물론 이런상황을 그냥 지나칠리 없던 우리는, 마치 식약청에서 조사라도 나온 사람들처럼, 하나하나 빠짐없이 맛을 본 후에야, 발걸음을 옮겼다. "좀 걸을까?" 박물과 옆쪽으로는, '코라'라고 불리우는 산책로가, 달라이 라마의 저택을 중심으로 둥글게 위치하고 있는데, 간식으로 배를 채운 후, 딱히 할 일도 없던 우리는 그 길을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나무 사이로 걸린 가지각색의 깃발들.. 그리고 가는 곳곳마다 '옴마니반메훔'이라고 적힌 바위들.. 좁..
인도여행 103 - 그들의 두랭에 박수를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간 티벳 박물관은 생각보다 꽤 아담했다. 뭐, 그렇다고 '대영 박물관'이나 '국립 중앙 박물관' 수준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후미진 골목 안에, 그럴싸한 간판도 하나 걸려있지 않은 건물 모습은, 뭔가 '티벳 박물관' 하면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기묘한 조각상이 나를 반겨줄거라 예상했었던 나를 살포시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마 건물 외벽에 'Tibet Museum' 이라고 붙어있는 작은 표지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나는 죽을때까지 이곳이 그저그런 티벳 음식점인 줄로만 알았을게다. 하지만 막상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나는 2가지 관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었는데, 첫째로는, 의외로 건물 내부가 쾌적하고 말끔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우리외에 관람객이 단 한명도 없다..
인도여행 102 - 숙소 사람들 다음날 아침, 달라이 라마가 바라나시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멍하니 숙소 발코니에 서서, 이제 맥그로즈 간즈에서 뭘 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에 휩싸였다. "혼자왔어요?" 잠시동안 멍을 때리는 사이, 등 뒤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는데, 뒤를 돌아보니, 3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한국인 아저씨다. "아, 안녕하세요." 나는 얼떨결에 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그 아저씨의 말을 들어보니, 그는 인도에 와서 한달내내 맥그로즈 간즈에서만 머물고 있단다. 게다가 예전에도 1~2달 일정으로 인도에 온 후, 오직 맥그로즈 간즈에만 주야장천으로 머물다가 돌아간다고 하는데, 아니 이건 전생에 무슨, 맥그로즈 간즈 길바닥에서 아이패드라도 주웠던 분이신지, 한동안 그의 '맥간 예찬론'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