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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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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101 - 달라이 라마를 찾아서 황금사원에서의 기나긴 허세타임을 뒤로하고, 밤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황금사원의 숙소는, 4개의 커다란 방과 1개의 외부 도미토리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는 'Lady first' 정신에 입각하여, 누나에게 안쪽에 있는 방 자리를 내주고, 여러개의 침상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외부 도미토리에 내 침낭을 펼쳤다. (사실, 이거 뭐 말이 좋아 Lady first지... 그냥 나이빨에 밀렸다고 볼 수 있.....) 내가 번데기처럼 침낭에 몸을 감싸고 침대에 눕자, 때마침 옆에 누워있던 서양 커플은 과도한 스킨쉽을 시전하기 시작했는데, 대략 10cm 옆에서 4D로 전해지는 그들의 애정행각은 나를 불면증 환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아,,, 나는 왜 황금사원에서까지 요녀석들의 애정행각을 보고 있..
인도여행 100 - 여행의 기술 한밤중에 다시 돌아온 황금사원은, 늦은 시간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여전히 본당으로 가려는 사람들의 줄은 끊이질 않았고, 대리석 바닥을 대걸레로 청소하던 사람도, 여전히 우리에게 청소좀 하게 비켜달라는 눈빛을 보내왔다. 어쨌거나 은은한 조명과 호숫물에 비치는 사원 모습은, 그저 바닥에 앉아 넋을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좋았다. 우리가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간만에 포토타임을 즐기는 동안, 아까부터 우리 주변에서, 이리저리 어슬렁 거리던 인도 남자 꼬마 6명이 눈에 띄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녀석들은 슬금슬금 우리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Hi~" 그 녀석들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어설픈 영어로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단순히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가온..
인도여행 99 - 잘리안왈라 공원 황금사원을 나와 근처에 있다는 '잘리안왈라 공원'에 들렸다. 얼핏 들은 바로는, 예전에 인도인 대학살이 일어난 장소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딱히, 예전부터 그러한 사건에 관심이 있었거나, 역사의 현장에서 "Peace"를 외쳐보고자 해서 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저녁먹으로 밖으로 나왔다가, 황금사원 바로 옆에 공원이 있다길래 겸사겸사 들렸던 것 뿐이다. 그런데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대학살 당시에 총탄자국을 보고 있자니, 마치 나도 역사 속 그 자리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뭐,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보면 알 수 있듯이, 암리차르의 '잘리안왈라 학살 사건'은 대충 이러하다. 1919년 4월 13일, 당시 영국의 집회금지법에 반대하여 많은 인도인들이 이 공원에 모여들었는데, 이를 진압하려는 ..
인도여행 98 - 황금사원 황금사원에 들어가려면 2가지 조건이 있다. 1. 모자나 천으로 머리를 가릴 것. 2. 신발을 벗을 것. 그래서인지 입구 앞에는 친절하게도 신발 보관소와, 모자가 없는 방문객을 위해 손수건 같이 생긴 천도 나눠준다. 뭐, 항상 비니모자를 쓰고 다니던 나로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뜻밖에도 나를 당황스럽게 한 곳은 다름아닌 사원의 입구였다. 사원입구에는, 바닥을 5cm정도의 깊이로 파서 물이 잠시 고이게끔 만든 공간이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맨발로 그 곳을 밟고 통과해야 했다. 물론 거기엔 '이곳은 성스러운 곳이니, 더러운 발을 물로 정화하라.' 는, 뭔가 의미있고 심오한 뜻이 담겨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마치 목욕탕에 온 것 마냥, 내 옆에서 발바닥을 박박 문지르는 인도인을 보고 나니, 나..
인도여행 97 - 암리차르 입성 누가 음식에 수면제를 탄건지, 내게 동면의 시간이 찾아온 건지, 한참 동안 쥐 죽은듯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떴다. 그런데 눈을 뜨는 순간, 앞에서 누나가 갑자기 '흠칫'거리며, 내 얼굴에 조준하고 있던 카메라를 황급히 치웠는데, 나는 직감적으로 내가 자는 얼굴을 찍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러면 내가 또 질 수 없지... 꼭 이럴때만 발휘되던 내 승부욕은, 한동안 서로 상대방의 초췌한 얼굴을 사정없이 찍어대는 상황을 만들어 주었고, '찰칵, 찰칵' 거리는 셔터소리와 함께, 가뜩이나 용량이 부족한 카메라 메모리에 서로의 초췌한 얼굴만 쌓여갔다. 이건 무슨 '누가 누가 더 추하나' 콘테스트마냥, 점점 그 열기가 고조되어 갔는데, 나는 그때 고개를 돌리다가, 옆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인도여인의 표정을 우연히..
인도여행 96 - 암리차르 가는 길 아침해가 떠오르자, 버스는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맘 같아서는 단숨에 릭샤를 잡아타고 갠지스강으로 달려가서, 가트도 바라보고, 자주가던 식당에 들어가 맛있는 빵과 라시도 먹고 싶었지만, 다음 목적지인 '암리차르'행 기차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러니 하게도, 마음속으로 제발 기차가 연착되기를 바라며,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또 빌었는데, 내 바람을 누군가 들은 걸까? 평소엔 8~9시간씩은 기본으로 늦던 기차가, 왠일인지 처음으로 예정 시간에 칼같이 맞춰 들어오는 기적이 일어났다. 역시 나는 기적을 부르는 사나이.. (근데 왜 항상 반대냐고!!!!) 바라나시에서 암리차르까지는 기차로만 꼬박 26시간이 걸리는데, 나는 이미 첸나이에서 뭄바이로 갈 때, '26시간 기차'를 경험해..
인도여행 95 - 회의감 바라나시로 가는 동안, 버스는 중간에 1~2번 정도 이름도 모르는 도시에 정차하며 휴식을 가졌다. 우리가 앉은 좌석은 기다란 3인용 의자라, 창가쪽엔 누나가 앉고, 중간은 내가, 통로쪽은 어떤 인도남자가 앉았다. 그런데 새벽 시간이 되면서, 내 옆에 앉은 인도인이 자신의 어깨로 내 어깨를 기분나쁘게 밀치기 시작했는데, 인상을 쓰며 어깨를 탁탁 밀치는 뉘앙스로 보아, '자리 좀 독차지 하지마!' 혹은 '나한테 기대지 좀 마!' 라는 뜻인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히 내가 '쩍벌남' 처럼 다리를 벌리고 앉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그에게 머리를 기댄 기억도 없었지만, '아.. 나도 모르게 잠 들면서 녀석에게 머리를 기댔었나?' 하는 생각에 한동안은 일부러 잠도 자지않고, 자세에 신경을 쓰며 창밖만 바라보..
인도여행 94 - 소나울리의 양아치들 샨티 스투파를 다녀오고 다음날 아침, 생각같아서는 네팔에 더 머물고도 싶었지만, 우리는 다시 인도로 돌아가기로 결정했고, (어차피 네팔 비자도 만료가 되었..-_-;) 소나울리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오전 6시쯤 숙소를 나왔다. 누나는 아침부터 몸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다고 하더니, 결국 버스에 올라탄 이후로 그저 멍하니 '산송장' 모드에 들어갔다. 나는 홀로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는데, 버스의 창문이 완전히 닫히질 않아서 찬바람이 고스란히 들어오는게 신경이 쓰였다. 아마도 내가 잠들어서 바깥의 아름다운 풍경을 못 볼까봐 일부러 이딴 식으로 만들어 놓은건가^^? 아무튼 꽤 배려돋는 창문 구조였다. 그렇게 찬바람과 함께 7~8시간을 보내고 나자, 버스는 오후 3시쯤, 소나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