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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113 - 악샤르담 막상 릭샤를 타고 빠하르간지에 도착하긴 했지만, 어차피 오늘 밤 비행기로 인도를 떠날 예정이라, 낮 동안 짐을 맡길 곳이 애매한 상황이었는데, 고맙게도, 같이 릭샤를 타고 온 30대 남자분이, 자신이 머물 숙소에 짐을 맡기라며 우리에게 열쇠를 흔쾌히 넘겨줬다. 아아.. 복 받으실 거예요.. 하지만 이미 두꺼워질 대로 두꺼워진 우리들의 낯짝은, 슬그머니 '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세면과 샤워까지 할 수 없겠냐' 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이런 철면피 같은 부탁조차, 그 남자 분은 싫은 내색 하나 없이, 그저 웃으면서 So Cool 하게 허락해 주셨다. 아아.. 정말이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So cool 하신 남자분의 도움으로, 우리는 편안하게 세면을 할 수 있었고, 배도 좀 채울 겸, 남..
인도여행 112 - 상쾌한 아침 델리행 야간버스 안은 생각보다 꽤 쌀쌀하다. 변변한 쟈켓 하나 없던 나는 그저 최대한 몸을 웅크린 채, 버스가 델리에 도착하기만을 두손 모아 기도할 뿐이었는데, 이 모습이 얼마나 불쌍해 보였는지, 옆에 있던 누나는 자신이 두루고 있던 숄을 내게 건네줬고, 덕분에 나는 입이 돌아가려는 극한 상황에서도 생명의 불씨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서로 참 지독한 인연이다. 처음 아메다바드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후, 중간에 헤어졌음에도 다시 푸쉬카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고, 이제는 서로 같은 항공사로 인도에 온 것을 알고, 기어이 귀국 날짜와 시간까지 맞춰서 돌아가는 비행기까지 함께 타고 가게 됐다. 아... 이 얼마나 고무 타이어 마냥 질긴 인연인가. 새벽 찬 바람이 불어댈 무렵, 우리는 드디어 ..
인도여행 111 - 노블링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능숙한 손놀림으로 짐을 꾸렸다. 비록 맥간에서의 마지막 날이지만, 떠나기 직전까지 뽕을 뽑아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우리는 근처에 있는 '노블링카'라는 곳을 들리기로 했고, 배낭을 숙소에 맡겨둔 채 길을 나섰다. 그런데 막상 버스에 올라타서 출발을 기다리는데, 어째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 기사가 오질 않는다. '아후... 그냥 내가 몰고 갈까...' 맘 같아서는 직접 버스를 몰고, 노블링카는 물론이고 델리까지 밟아대고 싶었지만, '1종보통'에 8년간 장롱면허 신세인 나로서는, 선뜻 용기가 나질 않았다. 대략 20분이 지나서야, 한손에 짜이를 들고 한가롭게 입장하신 기사 아저씨는, 천천히 시동을 걸고 노블링카를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운전적 바로 옆 자리에 앉아보니, 나는 기사 아저씨의 ..
인도여행 110 -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짜이 한잔을 들이키며 숙소에서 하루를 마감하던 무렵, 갑자기 가방을 정리하던 누나가 조용히 읇조렸다. "라..라면이다.." 알고보니 네팔 트래킹 때 먹고 남은 라면이 배낭안에 숨어있던 건데, 배낭안에서 얼마나 눌려 있었는지, 차라리 생라면으로 뿌셔먹는게 더 나을 만큼 상태가 엉망이었지만, 뚝바와 뗌뚝을 질리도록 먹어대던 이 상황에서, 그깟 부서진 면발 쯤은 우리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Good Job~!' 나는 라면을 발견한 누나에게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붙이며, 라면은 내가 직접 끓이겠다고 했고, 냉큼 숙소 주인장에게 찾아가, 잠시 동안 주방을 쓸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해놓은 뒤, 라면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반찬이나 간식을 사기위해 근처 마트로 달려갔다. 그런데 막상..
인도여행 109 - 티벳의 미래 맥간에서의 일상은 참으로 단조롭다. 아침에 일어나면 누나는 뭔가에 홀린 듯이 코라를 한 바퀴 돌기 시작했고, 나는 숙소 옥상으로 터벅터벅 올라가, 텅 빈 하늘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는 게 하루의 시작이었다. 이 행위를 마치고 나면, 우리는 근처 골목길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 밀크티 2잔과 갓 구운 토스트를 먹으면서, '대체 오늘 점심은 뭘 먹어야 할 것인가' 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곤 했다. "기념품이나 사러 갈까?" 아침식사를 하면서 점식식사 메뉴를 고를 정도로 할 일이 없던 우리에게, 지인들에게 줄 기념품이나 사러가자는 누나의 말은, 사실 꽤 창의적인 소일거리로 다가왔다. 솔직히 한국에서도 '오프라인 쇼핑' 이라면, 갖은 핑계를 대가며 안 가려고 기피했던 나로서는, 이번 쇼핑도 그닥 끌리지는 않았지만..
인도여행 108 - 돌아오는 길 박수나트에서 화보 촬영을 마친 우리는, 바위를 타고 흐르는 빈약한 물줄기를 몇 번 바라보다가, 이내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언제나 그렇듯, 다시 걸어서 돌아갈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해지지만, 뭐, 가진 게 튼튼한 두 다리밖에 없으니, 어찌 할 도리가 없다. 막상 돌아갈 때가 되자, 지금까지 충실하게 나를 추종해왔던 개는, 매점아저씨 앞에서만 온갖 아양을 떨어댈 뿐, 더 이상 나를 쫓아오지 않았다. 아마도 내게 티벳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결국 매점에서 녀석과 헤어진 채, 우리는 길을 따라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누나는, 뜬금없이 건너편에 보이는 곳에 가보고 싶다며, 마치 노다지라도 발견한 것 마냥 바위 사이를 빠르게 걷기 시작했는데, 천천히 걸으면서 풍경사..
인도여행 107 - 박수나트 화보촬영 내 안에 나도 모르는 아귀의 습성이 존재하고 있던 건지, 맥간에 온 이후, 나는 눈에 보이는 거라면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물론 그동안 미칠 듯한 폭풍설사 때문에, 차마 맛볼 수 없었던 먹거리들을 떠올려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날로 야위어가는 내 얼굴을, 조금이나마 예전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일말의 노력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맥간은 내게 축복의 땅이라고 볼 수 있다. 길바닥에 누워있는 개들조차, 살이 디룩디룩 쪄서 걷는 것도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유기견도 살이 찌는 이 동네에서, '나 또한 요 녀석들처럼 살이 찔 수 있다'는 희망을 얻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맥간의 축복이 내 몸 안에서 역사하기를 바라며, 나는 매일같이 티벳빵과 케이크를 사서 잠자기..
인도여행 106 - 달호수 달호수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아스팔트길을 따라 한없이 걸었음에도, 그놈의 '달호수'는 눈곱만큼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간간히 주변 사람들에게 달호수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봤지만, 마치 다 같이 입이라도 맞춘 듯, '조금만 가면 나와요' 라는 상투적인 대답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대체 어떤 호수일까?..' 사실, 왠지 모르게 달호수는 기대가 컸다. 아메다바드의 인공호수, 자이살메르의 가디사가르 호수, 포카라의 페와호수.. 지금껏 들렸던 호수란 호수들은 모두 저마다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계속 길을 걷다보니, 반대편에서 한 백인 여자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이 근처에 길은 여기 하나뿐이라, 달호수를 들렸다가 오는 게 분명해서, 나는 주저없이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