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181)
독도 가보기 4 - 강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대략 30분이 걸려서 도착한 안목역은, 버스의 종점답게 주변이 무척이나 썰렁했다. 이건 무슨 공습 경보라도 발령이 났는지, 인적의 흔적을 찾아볼래야 찾을 수 가 없었는데, 강릉항까지 가는 길을 모르던 나로서는, 그저 버스에서 같이 내린 여학생 2명을 재빠르게 뒤쫓을 수 밖에 없었다. "잠시만요!" 내가 너무 다급하게 뒤를 쫓으며 말을 걸었던지, 처음에는 나를 무슨 영화 '살인의 추억'의 범인쯤으로 여기던 소녀들은, 이내 내 초췌한 몰골을 살짝 훑어보더니, 동정심이라도 생긴건지, 곧이어 내게 강릉 여객터미널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저희도 그 방향으로 가니까 따라오시면 되요~" 아, 바다구나.. 아이들을 따라 걷다보니, 잠시후 안목 해수욕장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 특유의 짭쪼름한 냄새. 해수욕장에..
독도 가보기 3 - 희망의 빛줄기 강릉터미널에 도착하자, 이미 시간은 1시를 약간 넘어있었고, 나는 약간은 허탈한 기분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객 터미널로 전화를 해보니, "음, 배를 탈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일단 최대한 빨리 와보세요~" 라는 여직원의 진부한 멘트만 자동응답기처럼 흘러 나왔다. 음, 이건 뭐, '너랑 사귈일은 없겠지만, 일단 내게 고백해봐' 라던가, '네 생일이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뭐, 일단 축하해' 라는 식의 이야기인가?.. 어쨌거나, 여직원의 멘트는 나를 조금씩 혼란에 빠뜨리기 시작했고, 그저 어둠 속에 한줄기 빛같은 희망이라도 잡아 보려는 심산으로, 나는 찌는듯한 더위속을 헤치며 강릉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릉항? 거기 가려면 택시보다는 안목가는 버스타면 돼~" 사투리를 구수..
독도 가보기 2 - 산뜻한 출발 울릉도행 배 시간을 알아본 후, 나는 망설임없이 창고에서 배낭 하나를 가져와,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2008년 이후로 써본 적이 없는 1인용 텐트, 동생방에서 발견한 컴팩트 카메라. 간단한 세면도구와 여벌의 옷. 식탁 위에 놓여있던 라면 2개. 마지막으로 방 한쪽 구석에 널부러져 있있던 아이팟과 노트까지. 뭔가 좀 빠진 것 같긴 하지만, 뭐, 일단 출발이다-* 사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배 출발시간에 맞춰, 강릉항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거의 뛰다시피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달려가야만 했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한 기사 아저씨가 귀청 떨어지도록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강릉행 한명~!!!!" "네네!! 아저씨 여기요!" 도루를 하는 타자처럼..
독도 가보기 1 - 사건의 발단 얼마전 야심차게 준비했던 '오비라섬 탐방 계획' 은, 휴가 당일까지 인도네시아행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해,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아니 이건 무슨, 대학교 수강신청도 아니고, 비행기 티켓 구하기가 이토록 힘들 줄이야. 하아. 어쨌거나 이제 내게 남은 건, 왠지 모를 찝찝함과, 남은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 지에 대한 막연함 뿐이었다. 아마 그때쯤이었을 거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양복입은 일본 사람 몇명이 독도때문에 울릉도를 가려고 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일본 의원녀석들은 매년 저렇게 가려고 애를 써대는데, 정작 한국에 살고 있는 나는 단 한번도 독도에 가본 적이 없는게다. 그래, 이거야! 뭐, 의원들이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간에, 그들은 내게 독도를 홍보해준 셈이 되었고,..
떠나봅시다 2 며칠전, 우연히 여행 목적지로 정하게 된 인도네시아의 '오비라' 섬은, 시간이 갈수록 내 머리 속을 어지럽게 만들어 놓았다. 아니 이건 뭐, 인터넷상으로는 섬에 대한 일말의 정보도 찾을 수가 없으니, 가는 방법은 둘째치고 그곳에 사람이 사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SBS 도전 1000곡도 첫소절은 알려주고 시작하는 이 시대에,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힌트라곤 얄짤없는 섬은 거참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맞다!!" 한동안 수사(?)의 진척이 없을 때, 내 뇌리를 스친 것은 바로 페이스북이었다. "그래, 거기가 인도네시아니까, 인도네시아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전세계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라는 주커버그씨의 한마디는, 내게 뭔가 한 줄기 빛 같은 영감을 전해주었고, 나는 ..
떠나봅시다 바야흐로 피서의 계절이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은 휴가철을 맞아,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여기저기 여행 러쉬를 가곤 했는데, 이런 짭조름한 상황을 그저 사무실 한 쪽 구석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나로서는, 마치 진수성찬 앞에 잘 훈련받은 개마냥, 연신 침을 꼴깍 삼키면서도 손 한 번 못대는 그런 기분이었다. 뭐, 나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알로하~ 푸쳐핸섭~!" 을 외쳐대며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이미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어느 정도 알게 된 나이인지라 섣불리 움직이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아니.. 이건!!" 그러던차에, 이건 또 무슨 하늘의 계시인지, 나는 우연히 8월 달력에서 빨간 날이 연달아 붙어있는 걸 발견해냈고, 어디론가 떠날 타이밍이 생겼다는 생각에, 이윽고 내 두 눈은 다시금 반짝..
인도여행 121 - (에필로그) 한국 도착, 그리고 다음날 아침, 비행기는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사실 그동안 내색은 안했지만, 여기저기 걸어다니면서 몸이 어찌나 피곤했던지, 나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마치 시체처럼 잠에 빠져들었는데, 잠시 후, 승무원이 설문조사에 응해주면 공짜로 볼펜을 주겠다는 얘기를 하자, 나도 모르는 초인적인 힘으로 잠에서 깨어나 설문지를 작성하는 기적을 보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인천 공항에 도착하면서, 꿈만 같았던 인도 여행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고, 이제 마지막 일행이었던 누나와도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안녕! 잘가~" 지방으로 떠나는 누나까지 배웅하고 나니, 나는 완벽하게 다시 혼자가 되었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일만 남게 되었다. '와, 이런 곳이 있었나?' '저곳은 뭐하는 곳이지?'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인도여행 120 - (홍콩) 비오는 홍콩의 밤 공원을 거닐다가 밖으로 나오니, 벌써 날이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중간에 살짝 그쳤던 비마저 슬그머니 다시 내리기 시작하는데, 아무래도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는 걸, 하늘에서까지 축하해주는 모양이다. 아주그냥, 비도 쫄딱 맞고 좋네 ^^ 이렇듯, 여행의 마지막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우리는 얼마남지 않은 홍콩에서의 시간을, '침사추이'라는 곳과 '빅토리아 하버'라는 곳에서 마무리 하기로 했다. 그런데, 사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단지 2가지 때문이었다. 이유 1. 한국에서 어학원을 다닐적에, 어떤 누님으로부터 "홍콩은 침사추이가 짱임!" 이라는 얘기를 들었으며. 이유 2. 네팔에서 트래킹을 할 무렵, 한 홍콩남자가 "홍콩 올꺼면 빅토리아 하버 정도는 구경해줘야지!" 라고 외치는 걸 들었기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