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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85 - (네팔) 푼힐전망대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있자,
저 멀리서 일행들이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전망대에 도착했다.


나는 조금전에 있었던 악몽같은 추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내 인격을 위해서 혼자만의 비밀로 하는 편이 더 좋을 듯 싶었다.




잠시후,
산봉우리들 사이로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눈 앞에 안나푸르나 1봉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세찬 바람을 타고 흩뿌려지는 눈발.


혹시 지금도 누군가는 저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
산소통을 등에 메고 거친 숨을 내뱉고 있지는 않을까?

작은 눈을 치켜뜨며,
산등성이에 누군가 메달려 있는지 유심히 살펴 보았지만,
양쪽 시력 0.3인 나로서는 애초에 확인이 불가능한 사항이었다.




해발 3210m.

내 생애에 지금처럼 높이 올라와 본 적이 있던가.

아니, 앞으로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는 있을까?




그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비록 국적도 나이도 달랐지만, 같이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알바로 세계여행 다닌다는 멕시코 누님도,
그저께 1,500m에서 고산증을 호소하던 녀석도,
홍콩에서 왔다던 멋진 남자녀석도,
아메다바드에서부터 쭉 나와 함께 온 누나도,
긴 막대를 지팡이 삼아 '간달프' 행세를 해더던 프랑스 놈들도,


이 순간만큼은 다들 이웃집 친구들 같다.




푼힐 전망대에서는 다들 여전히,
여기저기서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사진촬영을 계속됐고,


당시 '점프샷의 미학'에 빠져있던 나는,
전망대 앞에서 점프를 뛰어대며 새로운 포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나게 찍어대던 사진도 슬슬 지쳐갔고,
그저 한가롭게 앉아 안나푸르나나 바라보려 했다.

하지만 통풍하나는 끝내주게 잘 되던 얇은 내 츄리링은,
칼날같은 바람을 내게 고스란히 전해주며,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무언의 암시를 해주고 있었다.


정말 경치 하나는 끝내주게 좋지만....
이건 뭐 좀 멍때리며 구경할라치면 입이 먼저 돌아가게 생겼으니..


일행들도 어느새 사진 찍기에 지쳤는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이제 내려갈까?;"


날씨만 조금 덜 추웠다면..
옷이라도 두껍게 입고 왔다면..
좀 더 오래 산을 바라볼 수 있었을텐데..




아, 경치는 정말 좋은데 말이야....
이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