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행 배 시간을 알아본 후,
나는 망설임없이 창고에서 배낭 하나를 가져와,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2008년 이후로 써본 적이 없는 1인용 텐트,
동생방에서 발견한 컴팩트 카메라.
간단한 세면도구와 여벌의 옷.
식탁 위에 놓여있던 라면 2개.

마지막으로 방 한쪽 구석에 널부러져 있있던 아이팟과 노트까지.


뭔가 좀 빠진 것 같긴 하지만,


뭐, 일단 출발이다-*




사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배 출발시간에 맞춰, 강릉항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거의 뛰다시피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달려가야만 했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한 기사 아저씨가 귀청 떨어지도록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강릉행 한명~!!!!"



"네네!! 아저씨 여기요!"




도루를 하는 타자처럼,
간신히 버스에 올라타서,

가방을 발 앞에 떡하니 내려놓으니,
나는 그제서야 마치 퇴근길 막차를 탄 것 같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런 내 모습을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는 듯,
때마침 강릉 여객 터미널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고객님, 배 출발시간이 1시 20분이니, 늦어도 1시까지는 오셔야 해요~"


뭐, 이미 버스도 탔고,
이 상태로만 쭉 간다면,
1시까지는 충분히 도착할 것 같았기에,

나는 이때 뭔가 근본을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결국, 불행하게도 이런 근자감은 나로 하여금 터미널 여직원에게 수준낮은 59분 드립을 시도하게 만들었다.


"1시요? 에이, 저를 어떻게 보시고... 늦어도 12시 59분까지는 가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




오뉴월에도 한기가 전해지는 이 농담을 끝으로 통화는 어색하게 종료됐고,

지나간 일은 후회해봤자 쥐뿔도 소용없다는 것쯤은 알만한 나이였던 나는,
이내 조용히 휴대폰을 집어넣은 채, 묵묵히 창 밖만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웅웅 거리는 버스 엔진소리.
그리고 이어폰을 통해 전해지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음악.

비록 뜬금없이 출발한 여행이지만,
나는 이 알 수 없는 설레임 때문에 기분만은 좋다.


앞으로 보게 될 울릉도의 모습도 그러할까?...


나는 뭔가 허세와 낭만의 세계에 좀 더 빠져보려했지만,
언제나 그래왔듯이 피로를 이기지 못했고,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렇게 잠이 들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라나,

갑자기 알람으로 맞춰놓은 휴대폰 진동이 느껴져서,
소스라치게 일어나 시계를 보니,

정확히 오후 1시다.



이거...


..뭔가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 2011.10.03 20:51 여행가기/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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