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터미널에 도착하자,
이미 시간은 1시를 약간 넘어있었고,
나는 약간은 허탈한 기분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객 터미널로 전화를 해보니,

"음, 배를 탈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일단 최대한 빨리 와보세요~"

라는 여직원의 진부한 멘트만 자동응답기처럼 흘러 나왔다.



음, 이건 뭐,

'너랑 사귈일은 없겠지만, 일단 내게 고백해봐' 라던가,
'네 생일이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뭐, 일단 축하해' 라는 식의 이야기인가?..




어쨌거나,
여직원의 멘트는 나를 조금씩 혼란에 빠뜨리기 시작했고,

그저 어둠 속에 한줄기 빛같은 희망이라도 잡아 보려는 심산으로,
나는 찌는듯한 더위속을 헤치며 강릉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릉항? 거기 가려면 택시보다는 안목가는 버스타면 돼~"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시는 할머니로부터 주워들은 정보에 따르면,
일단 버스를 타고 '안목'이라는 곳을 가면 된다고 하는데,


이건 뭐,
한참을 기다려봐도,
안목을 간다는 버스는 당최 보이질 않았고,

결국 이런 지루함은,
나로 하여금 되지도 않는 셀카짓이나 하게끔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한참 동안,
금속 재질의 벽면을 배경으로,
자체 얼굴 모자이크를 해가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고,

조금씩 주변 사람들의 안쓰러운 시선이 느껴질 즈음,
그렇게 기다리던 안목행 버스가 도착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재 시각은 1시 10분.


이거.... 잘하면..

1시 20분에 간신히 도착해서 배 타는 거 아니야?!



역시, 신은 아직 나를 버리지 않았어!!




"혹시, 안목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나는 희망을 불빛이 가까워짐을 느끼며,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운전석과 가까운 곳에 앉아,
마치 택시라도 탄 것 마냥 기사분께 목적지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는데,


아저씨는 싱긋 웃으며,
단 한마디로 대화를 종결지어 주셨다.


"푹쉬고 계세요. 거기가 우리 버스 종점이에요."




아.. 거기가 종점이구나.

강릉에서 강릉항까지는 그닥 가깝지 않았구나.




후후....그랬구나..



 


강릉에서 강릉항까지는 거리가 꽤 있다는,
아름다운 교훈을 가슴에 깊이 새긴 채,

버스는 어느덧 종점을 향해 힘차게 달리고 있었고,


야심차게 출발했던 나의 이번 독도 여행도,
종점을 향해 힘차게 달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이참, 괜히 배낭만 무겁게 싸왔잖아. 헤헤 ^_^




:: 2011.10.08 14:45 여행가기/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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