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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105 - 답사준비 PC방 사용을 마치고, 약속 된 장소에서 얼마간 기다리자, 길 저편으로 누나가 나타났다. 다행히도, 내 우려와는 달리 '금단의 구역'에는 안 들렸던 것 같았는데, 그 대신 누나는 코라에서 만났다는 한 티벳인에 대해 쉴새없이 떠들어댔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살짝 허기가 졌던 나는, 누나 말에 비트를 맞춰가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대체 어디서 저녁을 먹어야, 이 몸쓸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누나의 '티벳인과의 만남' 이야기는, 우리가 근처에 있던 허름한 카페로 들어가고 나서도 이어졌는데, 아마 달라이 라마라도 만났다면, 나는 이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그 장엄한 스토리를 들어야만 했을게다. 카페에서 주문한 티벳빵과 오믈렛을 먹으며, 우리는 다음엔 뭘 하며 시간을 보낼지..
인도여행 104 - 다같이 돌자 코라 한바퀴 애정어린 응원의 한마디를 방명록에 적고나서, 나는 도망치듯 박물관을 나와 근처 길거리로 향했다. 오늘따라, 날씨도 화창해서인지, 길거리엔 많은 노점상들이 나와서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볶은 땅콩, 묵 그리고 구수한 빵 냄새가 길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물론 이런상황을 그냥 지나칠리 없던 우리는, 마치 식약청에서 조사라도 나온 사람들처럼, 하나하나 빠짐없이 맛을 본 후에야, 발걸음을 옮겼다. "좀 걸을까?" 박물과 옆쪽으로는, '코라'라고 불리우는 산책로가, 달라이 라마의 저택을 중심으로 둥글게 위치하고 있는데, 간식으로 배를 채운 후, 딱히 할 일도 없던 우리는 그 길을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나무 사이로 걸린 가지각색의 깃발들.. 그리고 가는 곳곳마다 '옴마니반메훔'이라고 적힌 바위들.. 좁..
몇가지 이유 최근 블로그에 글을 자주 올리기가 살짝 버거워지는 일들이 생겼다. 먼저 12년간 잘 써오던 모니터가 운명을 달리했다. 덕분에 해상도 800 x 600만을 지원하는 모니터를 임시적으로 쓰고 있는데, 이건 당최 미니홈피 창 하나만 띄워도 화면에 가득차니, 이젠 내게 있어서 사진보정이나 영상편집 작업은 그저 사치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어무이가 인터넷 수업을 듣게 되었다. 강좌당 대략 2시간을 잡아먹는 수업을 저녁마다 수강하시니, 내 컴퓨터는 더이상 나만의 전유물이 아닌 셈이다. 심지어 자기소개서 집필에 매진 중이다. 요즘 글은 참 자주 쓰고 있다. 다만 글을 쓰는 곳이 블로그가 아니라 자기소개서라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아.. 애달프다.
인도여행 103 - 그들의 두랭에 박수를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간 티벳 박물관은 생각보다 꽤 아담했다. 뭐, 그렇다고 '대영 박물관'이나 '국립 중앙 박물관' 수준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후미진 골목 안에, 그럴싸한 간판도 하나 걸려있지 않은 건물 모습은, 뭔가 '티벳 박물관' 하면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기묘한 조각상이 나를 반겨줄거라 예상했었던 나를 살포시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마 건물 외벽에 'Tibet Museum' 이라고 붙어있는 작은 표지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나는 죽을때까지 이곳이 그저그런 티벳 음식점인 줄로만 알았을게다. 하지만 막상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나는 2가지 관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었는데, 첫째로는, 의외로 건물 내부가 쾌적하고 말끔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우리외에 관람객이 단 한명도 없다..
인도여행 102 - 숙소 사람들 다음날 아침, 달라이 라마가 바라나시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멍하니 숙소 발코니에 서서, 이제 맥그로즈 간즈에서 뭘 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에 휩싸였다. "혼자왔어요?" 잠시동안 멍을 때리는 사이, 등 뒤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는데, 뒤를 돌아보니, 3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한국인 아저씨다. "아, 안녕하세요." 나는 얼떨결에 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그 아저씨의 말을 들어보니, 그는 인도에 와서 한달내내 맥그로즈 간즈에서만 머물고 있단다. 게다가 예전에도 1~2달 일정으로 인도에 온 후, 오직 맥그로즈 간즈에만 주야장천으로 머물다가 돌아간다고 하는데, 아니 이건 전생에 무슨, 맥그로즈 간즈 길바닥에서 아이패드라도 주웠던 분이신지, 한동안 그의 '맥간 예찬론'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에게..
인도여행 101 - 달라이 라마를 찾아서 황금사원에서의 기나긴 허세타임을 뒤로하고, 밤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황금사원의 숙소는, 4개의 커다란 방과 1개의 외부 도미토리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는 'Lady first' 정신에 입각하여, 누나에게 안쪽에 있는 방 자리를 내주고, 여러개의 침상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외부 도미토리에 내 침낭을 펼쳤다. (사실, 이거 뭐 말이 좋아 Lady first지... 그냥 나이빨에 밀렸다고 볼 수 있.....) 내가 번데기처럼 침낭에 몸을 감싸고 침대에 눕자, 때마침 옆에 누워있던 서양 커플은 과도한 스킨쉽을 시전하기 시작했는데, 대략 10cm 옆에서 4D로 전해지는 그들의 애정행각은 나를 불면증 환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아,,, 나는 왜 황금사원에서까지 요녀석들의 애정행각을 보고 있..
인도여행 100 - 여행의 기술 한밤중에 다시 돌아온 황금사원은, 늦은 시간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여전히 본당으로 가려는 사람들의 줄은 끊이질 않았고, 대리석 바닥을 대걸레로 청소하던 사람도, 여전히 우리에게 청소좀 하게 비켜달라는 눈빛을 보내왔다. 어쨌거나 은은한 조명과 호숫물에 비치는 사원 모습은, 그저 바닥에 앉아 넋을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좋았다. 우리가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간만에 포토타임을 즐기는 동안, 아까부터 우리 주변에서, 이리저리 어슬렁 거리던 인도 남자 꼬마 6명이 눈에 띄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녀석들은 슬금슬금 우리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Hi~" 그 녀석들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어설픈 영어로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단순히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가온..
인도여행 99 - 잘리안왈라 공원 황금사원을 나와 근처에 있다는 '잘리안왈라 공원'에 들렸다. 얼핏 들은 바로는, 예전에 인도인 대학살이 일어난 장소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딱히, 예전부터 그러한 사건에 관심이 있었거나, 역사의 현장에서 "Peace"를 외쳐보고자 해서 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저녁먹으로 밖으로 나왔다가, 황금사원 바로 옆에 공원이 있다길래 겸사겸사 들렸던 것 뿐이다. 그런데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대학살 당시에 총탄자국을 보고 있자니, 마치 나도 역사 속 그 자리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뭐,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보면 알 수 있듯이, 암리차르의 '잘리안왈라 학살 사건'은 대충 이러하다. 1919년 4월 13일, 당시 영국의 집회금지법에 반대하여 많은 인도인들이 이 공원에 모여들었는데, 이를 진압하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