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98 - 황금사원
황금사원에 들어가려면 2가지 조건이 있다. 1. 모자나 천으로 머리를 가릴 것. 2. 신발을 벗을 것. 그래서인지 입구 앞에는 친절하게도 신발 보관소와, 모자가 없는 방문객을 위해 손수건 같이 생긴 천도 나눠준다. 뭐, 항상 비니모자를 쓰고 다니던 나로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뜻밖에도 나를 당황스럽게 한 곳은 다름아닌 사원의 입구였다. 사원입구에는, 바닥을 5cm정도의 깊이로 파서 물이 잠시 고이게끔 만든 공간이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맨발로 그 곳을 밟고 통과해야 했다. 물론 거기엔 '이곳은 성스러운 곳이니, 더러운 발을 물로 정화하라.' 는, 뭔가 의미있고 심오한 뜻이 담겨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마치 목욕탕에 온 것 마냥, 내 옆에서 발바닥을 박박 문지르는 인도인을 보고 나니, 나..
인도여행 97 - 암리차르 입성
누가 음식에 수면제를 탄건지, 내게 동면의 시간이 찾아온 건지, 한참 동안 쥐 죽은듯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떴다. 그런데 눈을 뜨는 순간, 앞에서 누나가 갑자기 '흠칫'거리며, 내 얼굴에 조준하고 있던 카메라를 황급히 치웠는데, 나는 직감적으로 내가 자는 얼굴을 찍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러면 내가 또 질 수 없지... 꼭 이럴때만 발휘되던 내 승부욕은, 한동안 서로 상대방의 초췌한 얼굴을 사정없이 찍어대는 상황을 만들어 주었고, '찰칵, 찰칵' 거리는 셔터소리와 함께, 가뜩이나 용량이 부족한 카메라 메모리에 서로의 초췌한 얼굴만 쌓여갔다. 이건 무슨 '누가 누가 더 추하나' 콘테스트마냥, 점점 그 열기가 고조되어 갔는데, 나는 그때 고개를 돌리다가, 옆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인도여인의 표정을 우연히..
인도여행 96 - 암리차르 가는 길
아침해가 떠오르자, 버스는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맘 같아서는 단숨에 릭샤를 잡아타고 갠지스강으로 달려가서, 가트도 바라보고, 자주가던 식당에 들어가 맛있는 빵과 라시도 먹고 싶었지만, 다음 목적지인 '암리차르'행 기차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러니 하게도, 마음속으로 제발 기차가 연착되기를 바라며,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또 빌었는데, 내 바람을 누군가 들은 걸까? 평소엔 8~9시간씩은 기본으로 늦던 기차가, 왠일인지 처음으로 예정 시간에 칼같이 맞춰 들어오는 기적이 일어났다. 역시 나는 기적을 부르는 사나이.. (근데 왜 항상 반대냐고!!!!) 바라나시에서 암리차르까지는 기차로만 꼬박 26시간이 걸리는데, 나는 이미 첸나이에서 뭄바이로 갈 때, '26시간 기차'를 경험해..
인도여행 95 - 회의감
바라나시로 가는 동안, 버스는 중간에 1~2번 정도 이름도 모르는 도시에 정차하며 휴식을 가졌다. 우리가 앉은 좌석은 기다란 3인용 의자라, 창가쪽엔 누나가 앉고, 중간은 내가, 통로쪽은 어떤 인도남자가 앉았다. 그런데 새벽 시간이 되면서, 내 옆에 앉은 인도인이 자신의 어깨로 내 어깨를 기분나쁘게 밀치기 시작했는데, 인상을 쓰며 어깨를 탁탁 밀치는 뉘앙스로 보아, '자리 좀 독차지 하지마!' 혹은 '나한테 기대지 좀 마!' 라는 뜻인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히 내가 '쩍벌남' 처럼 다리를 벌리고 앉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그에게 머리를 기댄 기억도 없었지만, '아.. 나도 모르게 잠 들면서 녀석에게 머리를 기댔었나?' 하는 생각에 한동안은 일부러 잠도 자지않고, 자세에 신경을 쓰며 창밖만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