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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67 - (네팔) 국경을 넘다


소나울리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국경 옆에 있다는 출입국 사무소로 향했다.

누나들이 앞서서 걷고, 나는 그 뒤를 따라 일렬로 길을 걸었는데,
비록 좁은 도로였지만 나라와 나라가 이어지는 길이라 그런지,
수많은 덤프트럭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다녔다.


5분여를 걸어가자,
국경 통과지점 바로 옆에 아주 작은 출입국 사무소가 눈에 띄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형편없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보지 않았다면 일반 상점들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출입국 사무소에 들어서자 앞서가던 '오르차' 누나 2명은 이미 도착해 있었는데,
나머지 누나 한명이 보이질 않았다.

분명히 길이 한 방향이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갈 곳이 없었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배낭을 사무소에 내려두고,
다시 한번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이리저리 누나를 찾아 헤맸다.

심지어 아까 내렸던 지프차 기사를 만나서 혹시 누나를 봤냐며 물어봤지만,
그는 못봤다고 짧게 말하고는 그저 웃으면서 내 Precious는 괜찮냐며 오히려 내게 되물었다. -_-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헛탕을 치고,
출입국 사무소로 다시 되돌아왔다.

분명히 길이 한방향이라서 앞으로 갈 수 밖에 없을테고,
만약 뒤로 갔다면 나랑 마주쳤을텐데....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 사무소만 넘어가면 곧바로 '네팔'이기 때문에,
설마 더 걸어가진 않았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설마......-_-;




...설마 더 걸어간건가??




그럴리 없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경선 근처로 가보았다.




그러자...
저 멀리 국경 넘어로...
한눈에 봐도 딱 튀는 색상의 배낭을 메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자세히 보나마나,
....누나였다.


"누나!! 거기 네팔 땅이야~ 여기서 출국도장은 받고 가야지 ㅡ.ㅡ;; 벌써 가면 어떡해!"


찾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국경을 마음대로 넘다드는 누나의 방향감각을 보고 있자니,
앞으로는 반드시 내가 앞장을 서서 걸어가야 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사실 소나울리의 국경은 얼핏 보아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하다.
그저 덩그라니 Goodbye India와 Welcome to Nepal이 써있는 곳만 지나면 끝이다.
우리나라 휴전선처럼 철조망이 2중, 3중으로 덮혀있는 것도 아니고,
해외 한번 나가려면 무조건 비행기를 이용하며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서류에 글자 몇개 적는 간단한 출입국 절차를 제외하면
마치 서울에서 경기도로 넘어가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육지가 외부로부터 막혀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하기 힘든일이다.
따라서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외국'하면 상당히 먼 곳, 우리와는 전혀 다른 곳이라는 느낌을 가지기 쉬웠고,
그 사람들과의 교류가 적을 수 밖에 없고 폐쇄적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소나울리에서의 육로 입국을 통해서 생각해보면,
사실 국경선이라는 것은 누군가가 임의로 정해놓은, 말 그대로 하나의 선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유독 그 선 하나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던 지난날의 내가 민망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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