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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66 - 지프차 이동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어느새 기차는 고락뿌르에 도착해 있었다.
오랜시간 쉬고나니 통증도 사라지고, 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 네팔로 넘어가기위해,
국경도시인 소나울리로 가야했는데,
이곳에서 지프를 얻어타고 소나울리까지 가기로 했다.
그런면에서 고락뿌르는 일종의 경유지인 셈이었다.

그런데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마크가 안 보였다.
'오르차' 누나들 얘기를 들어보니 네팔에 가서 쓸 증명사진을 찍는다며 갔다는데,
시간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그냥 우리들 먼저 출발하라고 했단다.


이윽고 지프 출발시간이 다가와버렸고,
우리는 마크없이 4명이서 차에 올라탈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마크와 '오르차' 누나들 중에 한명은 바라나시에서부터 사귀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마크가 떨어지려고 했는지 자세한 이유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바라나시에서의 릭샤꾼 사건과 간밤의 자잘한 가방 분실 사건등으로 잠시 혼자 떠나있고 싶었던 것 같다.




어쨋거나,
누나들 3명은 운전사 옆 제일 앞자리에 앉았고,
나는 뒷자석에 앉았는데, 이건 무슨 숨 쉴 공간조차 부족했다.

작은 지프차안에 열댓명이 우글거리며 타고 있는 것이,
흡사 출근시간대 4호선 지하철 안을 연상케했다.


일단 차에 올라타게 되면,
상하좌우, 그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질 수 없었고,
다른 사람들의 몸과 내 몸은 마치 레고 블럭마냥 딱 맞아떨어져서 도무지 떨어지질 않았다.




...16명.

하나하나 수를 세보니 지프차에 탄 사람이 총 16명이다.

차 안에는 네팔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꽤 많았는데,
확실히 이곳이 국경지대이긴 국경지대인 것 같다.


지프차가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
차가 중간에 서더니, 청년 2명이 뒤에 더 올라탔다.


'What the hell....?'


이미 앉을 자리는 없었기 때문에 대체 어떻게 탈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그 청년들은 지프차 뒷 문을 열어놓고 발을 지프차 끝쪽에 걸쳐놓은 채,
얼굴을 차 위로 내밀고 서서 탔다.


이런 지독한 녀석들.
정말 이런 기막힌 녀석들은 크리에이티브 상이라도 줘야한다.


아무튼 이로써,

16 + 2 = 18 이 되었고,
나는 어서 소나울리에 도착하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던 지프차는 길옆에 작은 슈퍼가 있는 곳에서 멈췄다.
아마도 잠깐 쉬어가자는 것 같았다.

그동안 계속 같은 자세로 있다가 간만에 주어진 스트레칭 타이밍을 놓칠 수 없어서,
잽싸게 차 밖으로 뛰쳐나와 맑은 공기를 쐬었다.

밖에서 차 위를 바라보니,
짐을 올려놓는 곳에도 사람이 한명 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브...브라보!'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르며,
조용히 계산을 마무리 지어 보았다.


18 + 1 = 19




그렇게 잠시동안 휴식을 취할 무렵,
길 옆에 있던 누나가 내게 와서 말을 걸었다.

"미안한데, 나랑 자리 좀 바꿔 주면 안될까?"


얘기를 찬찬히 들어보니,
앞에 자리도 운전사를 제외하고 3명이 비좁게 나란히 앉다보니,
운전석 바로 옆에 앉는 사람은 자동차 기어를 다리사이에 끼고 앉아야 된단다.

앉는 곳이 그러하니,
운전사가 기어를 잡고 움직일때마다 누나의 다리사이를 건드리게 된다는 거다.


이런 못된 녀석.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마치 지명타자로 타석에 들어서는 것처럼,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앞 좌석으로 향했다.




앞에 앉아보니,
정말로 기어가 딱 내 다리 사이에 끼이는 위치였다.

잠시후, 차가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
역시나 지프차의 스틱 기어는 내 다리사이에서 요란하게 움직여댔다.
자꾸 다리 사이 부분을 툭툭 쳐대는데,
거참, 기분이 더럽고 불쾌하고 찜찜한.. 그 무엇이었다.

몇번을 인상을 찡그리다가 결국 더이상 참을 수 없던 나는,
내 다리 사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에게 말을 내뱉었다.


"Hey..hey.. Be carefull~!"


그러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대며, 건성으로 끄덕거렸고,
나는 다시한번 소리쳤다.


"It's mine. not yours!!"


그가 더 잘 알아듣게끔 뭔가 임팩트있게 말을 하려 했는데,
막상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고... 결국 나는 생각나는 대로 말을 꺼냈다.


"It's... my precious..."








뭔가 예기치 않게 성대모사를 해버린 순간.
운전사와 뒤에 있던 사람들이 배꼽잡으며 웃기 시작했고,
차 안에 울려퍼지는 웃음소리는 한동안 멈추질 않았다.


어쨋거나,
그 운전사는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뒤로 기어를 거의 움직이질 않았으며,
우리는 별다른 문제없이 소나울리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드디어 생각지도 않았던 네팔에 가보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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