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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64 - 상태 메롱


오늘도 어김없이 바라나시에는 아침해가 떠올랐고,
나는 또 어김없이 가트로 일출을 보러 나갔다.

식사후엔 언제나처럼 '라시'를 꼬박꼬박 섭취해줬고,
짜이는 이젠 그저 '아밀라아제'인 것 마냥 입에 꾸준히 달고 살았다.


이렇게 먹고, 자고, 멍 때리는 생활은 차츰 잦아졌고,
앞으로도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았지만...
바라나시를 떠나야 되는 날이 다가오자, 여행중 처음으로 몸에 문제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가트에서 일출을 보고 들어오니,
원인을 알 수 없는 몸살기운이 느껴졌고,
이내 온몸의 힘이 쭉 빠지더니, 송곳으로 이곳저곳을 쑤시는 것처럼 통증이 느껴졌다.


당장 약을 먹어야 했는데,
한국을 출발하며 내가 가져왔던 감기약은
무슨 '나이팅게일'이라도 된 마냥 쿨하게 다른 여행자들이 아플때마다 건네줘 버렸고,
그나마 만일을 대비해 딱 한알은 남겨놓았던게, 정말 천만다행일 뿐이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다더니,
이미 숙소도 체크아웃을 해버린 상태라, 약을 먹고도 딱히 쉴만한 공간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결국 하나 남은 감기약을 물과 함께 꿀꺽 삼키고는,
숙소 야외 책상에 엎드려 있기 외에는 방도가 없었다.



사진출처 : http://google-earth-fake-url-for-links.google.com/http%3A%2F%2Fmaps.google.com%2Flocal_url%3Fq%3Dhttp%3A%2F%2Fwww.panoramio.com%2Fphoto%2F3313825%26ct%3Dgoogle_earth%3Aredirectp%26oi%3Dpanoramio.n.20100914._._%26s%3DANYYN7l7Y3JkfzymIU4aMJySBlR4hxFKOw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시간을 보니 4시간이나 지났다.
몸에 힘은 여전히 없었지만, 약먹고 한숨 자고나니 그럭저럭 통증은 사그라 들었고,

회복을 위해서는 움직이지 않는게 좋았지만,
바라나시를 떠나기전에 반드시 ATM기에 들려서 돈을 인출해야 했기에....
그리고 이제 몸이 괜찮아 질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샘솟았기에....
몽롱한 정신으로 누나와 함께 곤돌리아 근처에 ATM기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역시나 운도 지지리 없지...
우리가 도착했을땐, 이미 ATM기기 앞에 일렬로 줄이 쭉 늘어서 있었다.

별 수 없이 한참동안 도로의 매연을 맡아가며 순서를 기다려야 했는데,
이건 뭐 조물주가 시나리오라도 짠 것마냥, 딱 내 차례가 되자마자 ATM기계가 고장이 나는 건 무슨 상도덕인가.

결국 우리는 군말없이 근처에 있는 ATM기계 몇 곳을 더 돌아다녀야만 했다.



사진출처 : http://commondatastorage.googleapis.com/static.panoramio.com/photos/original/15784309.jpg

그런데 한참동안 거리를 돌아다녀서인지,
다시 온몸에 몸살 통증이 느껴졌고, 이마에 열이 심하게 나기 시작했다.

평소같으면 웃고 떠들며 걸어올 길을,
서로 한마디도 하지않고 숙소로 돌아와버리곤,

누나는 몸 아픈 나를 억지로 데려온 것 같아 미안해했고,
나는 나 떄문에 괜히 여행이 늘어지게 되는 것 같아 미안했다.



사진 출처 : http://commondatastorage.googleapis.com/static.panoramio.com/photos/original/11888247.jpg

숙소에 도착한 나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주변에서 수소문한 끝에 급히 몸살약 하나를 얻었고,
'오르차' 누나들의 방에 들어가 출발전까지 쉬기로 했다.

축 처진 몸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자마자 마취된 듯이 잠에 빠졌는데,
현지에서 구한 약이 꽤 독했던지 완전히 정신을 잃은 채,
중간중간 단편적인 것들 외에는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옆방에서 '오르차' 누나들과 마크가 웃으며 이런저런 얘기하던 소리.

누나가 내가 있는 방에 들어와서 몸 괜찮냐고 물어보던 모습.

밖에서 내 몸상태에 대해 이야기하던 소리...




잠에서 깼을때는,
이미 하늘이 어두워져 있었고,
덮고있던 이불과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머리는 아직도 멍 했지만,
일행들과 함께 밤 기차를 타고 고락뿌르로 가야했기 때문에,
일어나서 바라나시를 떠날 준비를 해야했다.


 
한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며칠 바라나시에 더 머무를까..?'

'나는 여기 놔두고 그냥 떠나라고 말할까...?'

'남은 약도 없는 상태에서, 일행들과 네팔까지 갈수나 있을까?..'



세면대에 얼굴을 씻으며,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출발하기 직전까지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바라나시에 혼자 남기로...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이제 출발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여...
모든 것은 약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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