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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63 - 뿌자


얼마전 '오르차' 누나들의 보트 제안을 거절했던 나였지만,
바라나시에 있을 때 보트 한번쯤은 타보고 싶은 생각은 여전히 존재했다.


마침 바라나시 가트에서는 저녁마다 '뿌자'라는 의식이 치뤄지는데,
이걸 보트타고 갠지스강 쪽에서 바라보는 장면이 기가 막힌다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들었던터라,
누나와 나는 그날 저녁에 같이 보트를 타고 뿌자를 구경하기로 했다.




시간에 맞춰, 우리는 사전에 약속한 장소에서 인도인 뱃사공을 만났고
사공이 노를 젓기 시작하자, 배는 천천히 강을 따라 이동했다.


서서히 보트가 강 중심에 이르자,
주위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저 물살을 가르는 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이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에
가트쪽에 보이는 환한 불빛만이,
방안에 켜둔 은은한 조명처럼 우리를 비춰주고 있었고,
주변에 보이는 오래된 건물들과 자욱한 연기는 마치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듯한 모습이었다.




오묘한 분위기 속에서,
배는 근처 '화장터'로 향했다.

24시간 시체를 태운다는 소문에 걸맞게,
그곳에서는 늦은 저녁임에도 여전히 시체를 태우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주변에는 정체모를 부유물들이 사방에 떠다녔다.
게다가 가끔은 실제 사람크기만한 인형들이 수면위로 떠올라서 우리를 깜짝 놀래키기도 했다.




우리의 이런 소스라침을 잽싸게 캐취한 듯,
뱃사공은 난데없이 음산한 목소리로 '화장터'에 대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내용이야 뭐,
인도에 와서 이미 다른 여행자들에게 수십번은 들었던 이야기들이다.

죽은 후에 이곳에서 화장을 하는게 그들의 소원이라는 이야기.
임산부, 여자, 어린이의 시체는 이곳에서 태울 수 없다는 이야기.
화장터에서는 절대 사진 찍지 말라는 이야기...


수면위에 자욱한 연기, 뱃사공의 음산한 나래이션, 그리고 간간히 물 밖으로 떠오르는 사람인형은,
이날 우리의 뿌자 탐방을 서서히 납량특집으로 만들어 주었다.




화장터를 지나,
드디어 '뿌자'가 열리는 가트에 도착했다.
우리 보트 말고도 꽤 많은 수의 배들이 이미 앞쪽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마치 침몰하는 타이타닉에서 막 탈출한 구명보트들처럼 다닥다닥 열을 맞추어 물위에 떠 있었다.


단상위에는 의식을 하는 사람들이 각각 촛대같이 생긴것을 들고 여러가지 동작을 취하고 있었는데,
가뜩이나 시력이 나빴던 탓에 자세한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이럴줄 알았으면 안경이라도 챙겨오는 건데..)

결국 궁여지책으로 카메라를 줌 당긴다음,
카메라 렌즈를 통해 뿌자를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힌두교를 믿는 것도 아니고,
그 종교의식에 대한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닌지라,
이러한 행사를 유심히 본다한들 뭐가 뭔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그 어떤 종교적 혹은 문화적 감흥을 얻을 수 있으랴.

그저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에 대한 호기심과,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묘한 분위기에 취해,
더 깊은 감성적 기분에 젖어들 수 있을 뿐이었다.




짧은 의식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보트를 타고 처음의 자리로 돌아왔고,
보트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땅에 닿자, 날렵하게 발을 놀려 시멘트 바닥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는 보트를 저어준 사람에게 약속했던 돈을 지불했고,
그걸로 끝이었다.


...뿌자를 보기위해 출발한 보트였지만,
왠지 모르게 내겐 오히려 고요속의 노 젓는 소리가 더 좋았다.
검은 강물위에 떠있는 꽃불을 바라보는게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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