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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61 - 최신 극장 찾아가기


바라나시에서의 하루하루는 사실 특별한 것이 없다.
해뜨기 전에 일어나 가트에 앉아서 일출을 보고,
강가를 따라 걸어다니며 길거리 구경하고,
식후엔 무조건 '라시'가게에 들려서 가볍게(사실 그닥 가볍지는 않게) 한잔 하는 식이다.

마치 이곳에 오래전부터 살아온 것처럼,
요란하지도, 일정에 쫓기지도 않게, 그저 마음 편히 지냈다.

그래서인지 바라나시에서는 찍은 사진도 얼마 없고,
난 그저 '생활' 자체에 푹 빠져있었다.


바로 그런 평이한 생활 중에,
괜시리 '영화나 한편 볼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한동안 잠잠했던 내 여행에도 소소한 활력소가 될 듯 싶었다.
게다가 때마침 바라나시에 최신식 극장이 있다는 정보도 비밀리에 입수한 터였다.
(물론 남들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고 있던 정보 ^^)

그리고 사실 인도에서 이미 극장을 2번이나 가 봤기 때문에, 인도영화의 특징과 극장 분위기는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과연 인도의 최신 극장은 어떤 모습일지 내심 궁금했던게 더 큰 이유였다.




쇠뿔도 담김에 빼라고,
점심을 먹자마자 나는 누나와 함께 '곤돌리아' 중심가를 돌아다니며 '최신식' 극장을 수소문해보았다.

예상대로 몇개의 극장이 눈에 띄었는데,
불행하게도 상영시간이 안 맞거나 이미 봤던 영화 밖에 없었다.

이후로도 30여분 동안 다른 영화관을 찾아 돌아다녀봤지만,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고,
끝내 우리는 좌절한 채, 숙소로 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마 그때쯤이었을 거다.
허름한 건물 벽에 붙어있는 어느 영화 포스터가 우연히 우리 시야에 포착된 시점이 말이다.




'Raaz' 라는 인도 호러 영화였는데,
뭔가 음산하면서도 알 수 없는 포스를 뿜어대는 포스터를 보는 순간,
얼마전에 다른 여행자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뇌리를 스쳤다.

"인도와서 본 공포영화.. 제목은 잘 기억안나는데, 호러인데도 중간에 사람들이 단체로 춤추고 노래하고 그런 장면 나오더라구요. 역시 인도영화란 ㅋㅋㅋㅋㅋㅋㅋ"

아마도 그 사람이 말했던 영화가 이 영화였던 것 같다.


'그래. 이거야.' (씨익)

마땅히 볼 영화도 없던 상황에서 우리는 마치 게임 퀘스트라도 새로 받은 것처럼,
포스터 밑에 힌디어로 적혀있던 극장이름을 재빨리 수첩에 받아적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상영 극장을 찾아갔다.




극장을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시내 중심가에서 한참을 벗어나 사람들이 잘 오지도 않는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가니,
뜬금없이 웬 회사 창고같은 건물이 나타났는데,
차마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곳이 바로 우리가 찾던 그 극장이었다.

비록 건물의 외향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지만,
우리는 영화 보러 온 분위기 좀 내보겠다며, 근처 노점상에 들려 볶은 땅콩을 간식으로 준비해 놓았고,
좌석 Class도 나름 '中' 급으로 구매해뒀다.



어느덧 기다리던 상영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곳을 따라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내 눈앞에는 실내 체육관 포스를 가득 품은 공간이 나타났다.

의자는 마치 야외 스탠드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철제 구조물이었고,
주변을 맴도는 퀘퀘한 냄새는 마치 4D 극장에서나 느낄 수 있을 법한 서비스였는데,

마치..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창문다 가려놓고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들어와보니 막상 이곳은 '정해진 좌석'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곳 같아서,
그냥 내키는 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한 3분이 지났을 무렵.






'우지끈!!'


난데없는 굉음과 함께 내가 앉고 있던 의자가 부숴져 버렸다. -_-;

아니 무슨 극장 의자가 이렇게 쉽게 망가질 수 있지.....
(4D 서비스의 일종인가?)

엉덩이가 아픈건 둘째치고,
순식간에 밀려드는 민망함에 황급히 그 자리를 떠야했다.

곧 죽어도 이 상황을 인증사진으로 찍어둬야 겠다며,
파파라치마냥 웃으며 셔터를 눌러제끼는 누나를 잡아끌고는,
재빨리 뒷 좌석으로 도망치듯 움직였다.

비록 이마에는 뻘쭘함의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겉으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어색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나쁜 녀석들 때문에 주인공 여자에게 귀신이 씌였는데,
미래를 볼 수 있는 남자가 떡하니 나타나 도와주면서 벌어지는,
'진부하고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그렇고 그런 스토리다.

뭐, 즐거리는 그렇다치고,
역시 이 영화는 인도영화답게 OST가 귓가에 착착 감겼는데,
남은 여행기간 중에 나도 모르게 종종 입을 오물거리며 흥얼거릴 정도로 괜찮았다.


사실 이건 어쩌면 인도영화의 자체의 특색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영화가 뮤지컬처럼 노래와 춤이 곁들여졌기 때문에,
OST를 통해 스토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감흥도 더 오래갔다.

사연이 있는 노래.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노래.
인도 영화속의 음악은 그런 노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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