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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59 - 바라나시


가트를 따라 걸어온지 30분쯤 지나자,
'오르차' 누나가 말하던 '비쉬누 게스트하우스' 에 도착했고,
우리는 마치 마라톤 피니쉬 지점에라도 도착한 것 마냥 기분좋게 짐을 풀었다.

사실 방을 잡고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가 제대로 찾았다고 좋아했던 그 숙소 이름은 '비쉬누 레스트하우스' 였다.

'게스트'와 '레스트'.
바라나시에는 비슷한 이름의 숙소가 많다.
이건 무슨 숙소이름 가지고 야바위라도 한판 하자는건가.


뭐, 그렇다고 누굴 탓할 수 있으랴.
아마추어처럼 걸려든 우리 잘못이지.



사진출처 : http://flickr.com/photos/38354119@N02/3569611534/

어쨋거나, 결과적으로 우린 비쉬누 레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되었고,
나는 같이온 '용'과 함께 방을 쓰기로 하고 체크인을 했다.

그때 내 옆에는 웬 수염 덥수룩한 한국 남자 한명도 체크인을 하고 있길래 반갑게 인사를 건냈는데,
그는 나를 보자마자 대뜸 인상을 찌푸리며, 느닷없이 분노의 한풀이를 해댔다.

"젠장, 저 '맥간'에서 '바라나시'까지 직행버스타고 방금 왔어요. 아오! 죽을꺼 같네."

"아.......네? ㅡ_ㅡ?"

"40시간 걸렸어요. 어떤 분이 추천해서 탄건데.. 젠장! 잡히기만 해봐."

"아...;;"


그의 속사포같은 한풀이는 한동안 계속되었고,
나는 그저 묵묵히 고개만 끄덕거리기 바빴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 사람이야말로 내가 여행 중 만난 사람들 중에 가장 정신세계가 독특한 분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와는 같은 숙소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그 뒤로도 마주칠 일이 꽤 있었는데,
사실 통성명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오르차' 누나들은 그를 'Mr.유' 라고 불러서,
나도 그냥 'Mr.유' 라고 부를 뿐이었다.


한번은 문득 그를 왜 'Mr.유' 라고 부르는지가 궁금해서 누나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꽤 간단했다.



"나도 몰라. 그냥 걘 미스터 유야."





명쾌한 답변 고마워요 누나 ^^


마치 아리스토텔레스가 재림한 듯한 논법 전개를 듣고나니,

나는 그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바라나시의 골목길은 상당히 좁고 미로처럼 얽혀있는데,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활기찬 기운이 피부로 느껴진다.

마치 전세계 여행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처럼,
주위에는 다양한 피부의 사람들이 저마다 배낭을 어깨에 멘 채 돌아다니고 있었다.


멍하니 바닥에 앉아 강가를 바라보는 사람.
가트 주변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
가게에 앉아 맛있게 '라시'를 먹는 사람.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 사람.


그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 틈에서, 나는 그냥 걸었다.
골목길 사이사이를 지나 가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미처 인적이 드문 후미진 골목까지.

개인적으로 이런 좁은 골목길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어쩌면 어린시절의 향수 때문일지도 모르고,
지금의 한국에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동안은 정신이 없었다.
좁은 길에는 각종 동물들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한 채 비키지 않았고,
음식을 먹는 중에도 바로 눈 앞에서는 3분에 1번꼴로 시체를 어깨에 멘 사람들이 요란한 노래를 부르며 지나갔고,
같은 강물에서 한쪽은 목욕이나 빨래를 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체를 태운 후 강물에 수장시키고 있었다.

그렇다고 여느 몽상적인 여행가들처럼,
역시 이곳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공간이라느니,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깨달았다는 등의 손발이 오글거리는 개똥철학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없던 환경을 접하게 되면서 보다 넓은 생각의 틀이 마련되는 느낌이었다.

좀 더 확대해보면,
어떤 일을 들었을 때 "말도 안돼!" 가 아니라 "그럴 수 있지."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분명히 안될 꺼야." 가 아니라 "될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의 전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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