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비행기는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사실 그동안 내색은 안했지만,
여기저기 걸어다니면서 몸이 어찌나 피곤했던지,
나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마치 시체처럼 잠에 빠져들었는데,

잠시 후, 승무원이 설문조사에 응해주면 공짜로 볼펜을 주겠다는 얘기를 하자,
나도 모르는 초인적인 힘으로 잠에서 깨어나 설문지를 작성하는 기적을 보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인천 공항에 도착하면서,
꿈만 같았던 인도 여행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고,
이제 마지막 일행이었던 누나와도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안녕! 잘가~"

지방으로 떠나는 누나까지 배웅하고 나니,
나는 완벽하게 다시 혼자가 되었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일만 남게 되었다.




'와, 이런 곳이 있었나?'

'저곳은 뭐하는 곳이지?'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신기함'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어찌보면 항상 봐왔던 곳이며,
언제나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왔던 것들임에도,
여행을 마친 내게는 이 모든 것들이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면,
이건 마치 인도에서 여행을 하던 기분과 비슷하다.

'서울' 이라는 곳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느낌이다.




우리집 버스정류장 앞에는 못보던 튀김전문 분식집이 하나 생겼고,
거실에는 전에 못봤던 가구가 놓여있었다.

TV에서는 알 수 없는 드라마가 하고 있고,
동생이 청소를 해놓았는지 내 방은 깨끗이 정돈되어 있다.


실제로 달라진 건지,
내가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것들이 조금씩 변해있었다.




"이건 또 뭐지?"

집 앞 우편함을 보니,
꽤 익숙한 모양의 엽서가 꼿혀있다.

앞면에는 네팔 포카라의 사진이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인도 우편이 찍혀있는 걸 보니,


이건 뭐, 영락없이 누나가 인도에서 쓴 편지다.

(어쩐지 박수나트에서 종일 편지를 쓰고 있더라니.. ;;)




오늘 아침까지 함께 있었던 사람으로부터,
편지를 받아보니 기분이 참 묘했다.

마치 시공간을 초월해서 전달되는 느낌이다.


이 적당한 설레임과 긴장감.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쉬운 느낌.


그러고보니
이제 더 이상 방값을 깎아달라고 할 필요도..
아침과 저녁마다 모여앉아서 뭘 먹을지 걱정할 일도..
가고있는 곳이 맞는지 지도를 볼 필요도..
달려드는 삐끼들에게 "No Thanks!"를 외칠 일도..
'짜이'를 마실지, '레몬 진저 허니'를 마실지 고민할 일도..
장염으로 배아파 침대위를 뒹굴뒹굴 거릴 일도..
컨버스신고 해발 3,000m에 오를일도 없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미치도록 그리운 이유는 뭘까?





뭐, 언젠가는.

다시 볼 수 있겠지? ^^






- 끝 -




:: 2011.07.10 14:21 여행가기/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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