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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Korea

자전거 타고 동해가기 9 - 마지막



동해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밤.

해변가에서 맥주한병을 붙잡고 불꽃놀이에 심취해 있을 무렵.


우연하게도 아는 동생이 같은 해수욕장 근처 민박집으로 친구들과 놀러왔다고 하는 연락이 왔다.

반가운 마음에 만나서 민박집에서 정신없이 놀다보니,

어느덧 새벽 2시가 넘어섰다.





그리고 텐트로 돌아와 눕자마자, 등에서 느껴지는 고운모래의 느낌...
('양팔을 가슴에 얹은채 오동나무관 안에 누워 지내도 이것보단 편할꺼야^^' 라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기도 했다.)

아무튼 밤새도록 6번척추와 대퇴부에 느껴지는 압박감에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아침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전신 구타를 당한 듯한 기분으로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식사는 유명 레스토랑 'ㄱㅂㅊㄱ'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어제 미처 하지 못한 수영을 하러 잽싸게 바다로 뛰어들었다.






다행히 날씨는 쾌창했고, 경치도 두말할 나위 없었다.

물도 상당히 깨끗해서 제주도와 다를바 없었다.





다만, 우리의 행색이 너무나 피로감에 찌들어서

남들이 보기에는 마치 조금전에 세계일주를 마친듯한 모습이었기에, 그 점이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_-






몇시간 동안 푸른물에서 원 없이 수영을 하고나니,

이제 남은 일은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일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고작 3일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순간, 그 동안 보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지나가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흔히 남들은 이럴때 보면,

고된 여행의 참 맛을 느끼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하면서,

뭔가 의미심장한 글들을 줄줄 써대던데.





글쎄, 난 다른 건 다 둘째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왔던 길을 돌아갈 생각에 아주 많이 매우 심히 무쟈게 이빠이 열라 걱정이 됐다. -_-;







우려는 결국 현실로 다가왔고 우리에게 별다른 선택사항은 없었기에,

힘은 들었지만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해수욕장에서 동해 터미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후,

동서울 터미널에서 내려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게다가 집으로 오는 도중에는,

그 동안 잘 버텨줬던 자전거 체인이 끊어지는 바람에 거기서부터는 손으로 끌고 올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날이라 피로가 쌓여서인지, 정말 피곤하고 모든게 귀찮아졌다.

(그것을 증명하듯이, 동해를 떠나고 부터는 찍은 사진도 거의 없다. -_-;)






막판에 자전거 체인이 끊어지는 바람에 지하철을 타거나 손으로 직접 끌고 왔다.


어찌되었건 나는 무사히 집에 도착했고

이렇게 2008년 여름의 동네 자전거로 시작했던 무모한 여행은 끝이 났다.



좋건 싫건간에 이번 여행으로 나는 많은 것을 얻었고, 또 많은 것을 잃었다.

아직도 원상복귀가 안되는 까만색 피부를 얻었고, 음료수 값만으로 5만원을 잃었으며,

적재적소에서 나에게 도움을 준 천사같은 사람들을 얻었으며, 불의에 화재(?)로 아끼는 가방을 잃었다.



하지만 나는 기쁘다.

이 모든 것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앞으로 언제나 날 즐겁게 해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