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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My Me Mine/살아가기

문제의 근원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장 언저리에 앉아 있을 때였다.
갑자기 나타난 아주머니 2분이 나를 에워싸며 말을 걸어왔다.

그분들은 흔히 말하는 '도를 아십니까'의 전형적인 컨셉을 모두 지니고 있었는데,
아무리 MP3를 귀에 꼿은 채 관심없는 척을 해보아도, 결코 내 곁을 떠날 줄 몰랐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괜시리 기분이 상해서,
일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마치 그들이 투명인간인 것처럼 쳐다보지도 않았다.
차라리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던지 절대 반응하지 않으면 그들도 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참을 주절주절 말하던 그 아줌마의 마지막 한마디가 귓가에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학생은 얼굴도 좋고 만사가 형통한데....... 다만 다크써클이 자네를 망치고 있어."




다크써클이 자네를 망치고 있어


다크써클이 자네를 망치고 있어


다크써클이 자네를 망치고 있어


다크써클이 자네를 망치고 있어




뭐..뭐라고?


순간적으로 '흠칫' 하며 나도 모르게 마음의 동요가 일어났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들이 느끼지 못하게 애써 태연한 척,
MP3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어색하게 고개를 까딱거리는 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내 눈치빠른 아줌마들은,
내 다크써클이 모든 문제의 원흉이라며,
혹시 최근에 꾼 꿈중에 기억나는 것을 말해보라고 나를 채근해댔고,
나는 그제서야 도저히 끝낼 수 없는 대화임을 직감하고, 걸음을 옮겨 신속히 자리를 피하기 바빴다.



이제 바야흐로,
다크써클이 있으면 인생의 원흉을 달고 다니는 걸로 인식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시대가 왔다.

거참 스펙타클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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