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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114 - 미로 탐험


악샤르담을 나오자마자,
우리는 지체없이 릭샤를 잡아 타고 델리 시내로 향했다.


"와...신호등이야!! 도로에 신호등이 있다구!!"

릭샤밖으로는 델리의 깨끗한 도로와 신호등이 보였는데,
나는 여행 2달 만에 발견한 신호등이 너무나 반가워서,
챙피함을 무릅쓰고 환호성을 질러댔고,


옆에 있던 누나는 그저 모른척 나를 외면할 뿐이었다.




어쨌거나,
이런 놀라움은 릭샤가 코넛 플레이스라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고,
주변 거리는 과연 이곳이 인도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잘 정돈되어 있었다.


우리는 여느때처럼 2루피짜리 바나나를 한손에 쥐고,
마치 뉴요커마냥 길거리를 활보했는데,

주변에서 '저 사람들 뭐야, 무서워...' 라는 식으로 우릴 쳐다보는 통에,
차마 15분 이상은 들고 다닐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가로이 길을 걷다가,
나는 문득 예전에 보려고 했던 '찬드니 촉 투 차이나' 라는 인도영화가 떠올랐는데,

그저 이름이 똑같다는 이유로,
뜬금없이 델리에 있는 '찬드니 촉' 에 가보고 싶어졌고,

곧바로 옆에 있던 누나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저녁에 친구랑 약속 있는거 아니면, 나랑 찬드니 촉에 가보자."




낯선 타국에서 스케쥴이라곤 저녁에 '출국' 밖에 없던 누나는 예상대로 '콜'을 외쳤고,
우리는 곧바로 찬드니 촉으로 가기위해 근처에 있던 지하철을 탔다.


인도의 지하철은 테러의 위험 때문인지,
들어갈 때부터 비행기 입국 수속 밟듯이 몸 수색을 해댔는데,
대기 줄이 어림잡아 15m는 족히 넘는다.


이거 무슨,
지하철을 타는 건지.
잠실 롯데월드에 온건지.


뭐, 그래도,
악샤르담에서 이미 한번 겪어봤으니, 이정도는 그리 대단치도 않다.



길고긴 줄을 기다린 끝에 들어간 지하철 내부는,
예상외로 상당히 쾌적하고 깨끗했다.


나는 신기한 눈으로 이곳저곳을 쳐다보다가,
지하철의 내부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했는데,

사진기를 꺼내자마자,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인도인 3명이 내게 다가와 자기들을 찍어달란다.


아.. 뭐 그정도야..^^;




'찰칵- 찰칵-'

몇 장의 사진을 찍어서 그들을 보내고,
나는 다시 지하철 풍경을 찍고자 이곳저곳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했는데,

어째 내가 찍으려고 하는 곳마다,
방금 전 인도인 3명이 쏜살같이 나타나 손을 흔들어 댄다.



으응?? 지금 뭐하자는 거??


생각같아서는 '난 너네들 찍으려는 게 아니야~ 좀 비켜!'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렌즈를 통해 나타나는 녀석들의 아련한 손 인사를 보고있자니 차마 입을 뗄 수 없었고,

결국 나는 렌즈 뚜껑을 닫은 채,
앞서가던 누나를 뒤따를 수 밖에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찬드니 촉은,
우리나라로 치면 남대문 시장 같은 곳이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장사를 하고 있었다.


어릴적 향수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복잡하고 좁은 골목길을 좋아해서,
미로처럼 얽힌 찬드니 촉의 골목길은 내게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다.




"아아악!"

그런데 난데없이 옆에 있던 누나가 비명을 질렀고,
누군가를 쫓아서 마구 뛰어가기 시작했는데,

신기한 보석을 파는 장사꾼에게 정신이 팔려있던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비명소리를 듣자마자 누나를 뒤쫓아 가봤다.


그렇게 둘이 골목을 몇 번 헤집고 나서야,
누나에게서 방금 전 상황을 들을 수 있었는데,

어떤 남자 꼬마 녀석이 누나의 몸을 만지고 도망갔었단다.




사정을 찬찬히 들어보니,
당장이라도 그 꼬마 녀석을 잡아서 2달짜리 해병대 캠프라도 보내버리고 싶었지만,
이미 거미줄같은 골목사이로 사라져버린 녀석을 다시 찾아내기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그리고 이제 내 옆에 남은 건,
아직 분노 게이지가 0.0000000000000736% 정도 하락된 누나뿐이었는데,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혹은 어떻게 기분을 다시 좋게할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고,

그저 최대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
기분 전환을 시켜야 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잠깐,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ㅡ.ㅡ??;;;;'

그런데 문제는 지금 서 있는 이곳이 어딘지 도통 모르겠다는 거였다.


누나를 따라 허겁지겁 골목길을 달리다보니,
그나마 가지고 있던 눈꼽만큼의 방향감각도 잃어버렸고,
얽히고 설킨 좁은 골목길은 걸음을 옮길때마다 나를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결국 어느새 조금씩 해가 저물기 시작했고,
가뜩이나 밤에 비행기를 타야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나는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혹시 길 잃어버린거 아니야?"

줄곧 한 방향으로만 걷는 내 모습을 보던 누나는,
이내 눈치를 챘는지 내게 물어봤는데,


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이쪽 길이 맞다고 대답했고,
'지구는 둥글다' 라는 한 가지 이론을 맹신하며 자신있게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래.. 침착하자... 침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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