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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113 - 악샤르담


막상 릭샤를 타고 빠하르간지에 도착하긴 했지만,
어차피 오늘 밤 비행기로 인도를 떠날 예정이라,
낮 동안 짐을 맡길 곳이 애매한 상황이었는데,

고맙게도, 같이 릭샤를 타고 온 30대 남자분이,
자신이 머물 숙소에 짐을 맡기라며 우리에게 열쇠를 흔쾌히 넘겨줬다.


아아.. 복 받으실 거예요..





하지만 이미 두꺼워질 대로 두꺼워진 우리들의 낯짝은,
슬그머니 '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세면과 샤워까지 할 수 없겠냐' 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이런 철면피 같은 부탁조차,
그 남자 분은 싫은 내색 하나 없이, 그저 웃으면서 So Cool 하게 허락해 주셨다.


아아.. 정말이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So cool 하신 남자분의 도움으로,
우리는 편안하게 세면을 할 수 있었고,
배도 좀 채울 겸, 남자분과 함께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음식을 기다리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이분도 낙타사파리와 네팔 트래킹을 마치고 델리로 왔단다.


"오~ 정말요? 사진 좀 구경해도 될까요?"

때마침 그의 손에는 평소에 보기 힘든 '라이카 카메라'가 들려있어서,
카메라 구경도 할 겸, 사진 구경도 할 겸, 잠시 동안 건네받아 사진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런데 사진을 조금 넘기다가,
충격적인 사진을 몇 장 발견할 수 있었는데,

어이없게도,
이 남자 분이 자이살메르 사막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자신의 누드 사진을 떡 하니 찍어놓은게다.





My eyes...!!!


아니, 사막은 그렇다치고,
그 추운 안나푸르나에서까지 홀딱 벗고 뭐하는 짓이야 이거?



인도까지 와서,
다른 사람의 누드 사진,
그것도 내 앞에 앉아있는 30대 남자의 누드 사진을 보는 기분은 거참 '거시기' 하기 짝이 없었는데,

이런 내 표정을 눈치챘는지, 그가 나를 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 보셨어요? 그냥 한번 그렇게 찍어보고 싶었어요~^^"


옆에 있던 누나는 '대체 무슨 사진이냐' 며 줄기차게 물어봐대서,
나는 그저  "타지마할 점프샷~" 이라고 답하곤 서둘러 카메라 전원을 꺼버렸는데.


아무튼,


이 남자분, 참 Cool 하신 건 확실하다.




그렇게,
조금은 어색한 식사를 마친 후,
'아주 그냥 소름이 끼칠 정도로 So Cool 한 남자 분' 과는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했고,
우리는 남은 시간 동안 델리를 돌아보기로 했다.


사실 얼마 전부터 델리에 오면 '악샤르담'이라는 곳을 가보려고 벼려왔는데,
네팔 트래킹을 할 때 만난 일행들이 입이 침이 마르도록 추천을 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악샤르담이 타지마할 보다 괜찮더라~"

녀석들의 표현에 의하면,
악샤르담은 현존하는 세계최대의 힌두교 사원인데,
건축된지가 고작 4년밖에 안되서 웬만한 가이드북에는 소개조차 안 된 '아주 그냥 HOT한 곳' 이라는 거다.


"에이~ 그래봤자 뭐 있겠어 ㅎㅎㅎ"

당시에는 그저 무덤덤하게 대답했었지만,
사실 나는 이미 그때부터 수첩 한 쪽 구석에다가,
'악샤르담' 이라는 글자를 깨알같이 메모해두며 히죽거리기 시작했었다.



그런점에서,
수첩에 구멍이 나도록 '악샤르담'이라는 글자에 동그라미를 쳐대던 우리가,
델리에 오자마자 구경하러 간 곳이 악샤르담이었던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과는 달리,
사원에 입장하는 절차는 상당히 까다로웠는데,

일단 지갑을 제외한 모든 소지품은 안으로 가져갈 수 없었다.
(심지어 카메라조차도 허가가 되지 않아서 사진 촬영도 할 수가 없다.)


'이 녀석들.. 결국은 사원에 들어가서 돈이나 펑펑 써라 이건가?'


사원에 입장하기전에는,
경비원이 일대일로 달라붙어서 몸에 숨긴 것은 없는지 세밀하게 검사를 시작하는데,

그동안 인도를 누비면서,
편법과 야매에 달인이 되어 있었던 우리조차도,
일말의 찬스(?)를 얻기 어려울 만큼 철저하게 검사를 했다.



아니 대체, 여기 뭐가 있길래 이러는 거야??




마치 공항 세관을 연상케 하는 몇 단계의 검사를 거치고 나서야,
우리는 간신히 악샤르담에 얼굴을 들이밀 수 있었는데,

처음 사원을 보자마자,
그 엄청난 규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축구장의 몇 배는 될 듯 한 넓은 대지.
사원 벽마다 세말하게 조각된 장식품들.

이건 마치 그 동안 인도 여행을 다니면서 봤던 모든 종류의 사원들을 총집합 시켜놓은 듯하다.


정말이지,
인도가 대놓고 '어때? 나 좀 짱이지?' 라는 말을 하려고 지은 듯 한 느낌이었는데,
슬쩍 보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돈과 기술력 그리고 수많은 인력을 쏟아 부은 티가 드러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악샤르담은 내게 별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는데,

엄청난 규모의 웅장한 건물임은 확실했지만,
지금까지 내가 봤던 인도 사원들과는 달리 너무나 인공적인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원들은 약간은 부서지고 먼지가 끼었을지언정,
그 안에서 옛 사람들이 생활했던 감정과 스토리를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 이곳은 마치 겉만 화려한 껍데기를 보는 느낌이다.




어쨌거나,
결국 단 한 장의 사진도 찍지 못한 채 악샤르담의 정문을 나왔고,
조금은 아쉬웠던 악샤르담의 모습을 그저 내 마음 속에 담아둘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마음 속에 담긴 악샤르담의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현상해 줄 수 있다면,
아마 이런 말과 함께 전해줄 것 같다.


"Great 하긴 한데, Hot 하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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