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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111 - 노블링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능숙한 손놀림으로 짐을 꾸렸다.

비록 맥간에서의 마지막 날이지만,
떠나기 직전까지 뽕을 뽑아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우리는 근처에 있는 '노블링카'라는 곳을 들리기로 했고,
배낭을 숙소에 맡겨둔 채 길을 나섰다.




그런데 막상 버스에 올라타서 출발을 기다리는데,
어째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 기사가 오질 않는다.


'아후... 그냥 내가 몰고 갈까...'

맘 같아서는 직접 버스를 몰고,
노블링카는 물론이고 델리까지 밟아대고 싶었지만,

'1종보통'에 8년간 장롱면허 신세인 나로서는,
선뜻 용기가 나질 않았다.



대략 20분이 지나서야,
한손에 짜이를 들고 한가롭게 입장하신 기사 아저씨는,
천천히 시동을 걸고 노블링카를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운전적 바로 옆 자리에 앉아보니,
나는 기사 아저씨의 운전원칙에 대해 조금은 알아챌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분은 양보와 안전을 제 1의 원칙으로 생각하시는지,
버스를 사람이 약간 느리게 뛰어갈 때와 비슷한 속도로 운전했고,

덕분에 무슨 에버랜드 사파리 차량이라도 탄 듯,
창밖으로 다람살라 주변을 여유롭게 구경하며 갈 수 있었다.




한참동안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던 버스는,
이젠 거의 사람이 기어가는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뭔일인가 싶어 앞을 내다 보니,
도로에서 수많은 티벳 사람들이 가두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반갑게도,
박수나트에서 만났던 티벳 친구도 보였는데,
그는 우리를 보자마자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생각같아서는 뭔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지만,

슬픈게도,
여행자로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손을 흔들어 주며 그들을 지지하는 것 뿐이다.




버스를 내리고 나서,
한참을 걸어 올라가자 드디어 노블링카가 눈에 띄였다.


예상대로 입구앞에는 원형통들을 보자마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통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사람의 본능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돌릴 수 있는 뭔가가 있으면 여지없이 한번 돌려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나도 돌리고,
누나도 돌리고,
티벳 여인도 돌리고,
티벳 여인이 안고 있는 아기도 돌리고,

아주그냥 돌리고 돌리고...


마침내,
그곳에 있던 통들이 한꺼번에 돌아가는 순간,
우리는 묘한 성취감을 느끼며 노블링카 안으로 입장했다.




사실 노블링카의 내부에서는,
그닥 흥미를 끌만한 것들이 없었다.

크게 보면 역대 달라이 라마들을 모셔놓은 사원과,
티벳 문화와 역사를 작은 인형들로 표현한 곳으로 나뉘는데,


최근에 가는 곳마다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지겹도록 봐서인지,
이건 무슨, 기분만으로는 아주 그냥 달라이 라마와 단 둘이 만나서 차라도 한잔 한 느낌이었다.



인형들이 있던 박물관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신기하게 쳐다봤던 작은 인형들도,
한국 민속촌에서 봤던 게 떠올라 조금 진부했는데,


다만,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잘 알지 못했던 티벳의 지방 특색을 알 수 있었던 점 정도였다.




결국 쇼핑몰 상품 촬영하듯 인형 사진 몇 장만을 찍은 채,
그 옆에 있던 건물로 들어갔는데,

이곳은 방금 전에 있던 곳과는 다르게,
천이나 옷같은 실용적인 티벳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곳곳에는 직원으로 보이는 앉아 있었다.


나는 한 손에 카메라를 쥔 채,
꽤 멋진 옷감들을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기 시작했다.



"...."


그런데 이런 내 모습을,
아주그냥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한 직원이 있었는데,

그녀는 나를 마치 절도범이라도 보는 것 마냥,
계속해서 내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뭐지, 이 느낌은...
(내 행색이 그리도 이상한가....)



뭐, 좀 꺼림칙하긴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옷감들을 흥미롭게 쳐다보며,
아름다운 모습을 렌즈에 담기위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셔터를 누르는 모습을 보자마자,
직원은 마치 먹이를 발견한 독수리처럼 빛의 속도로 내게 다가왔고,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며 나를 말려댔다.


처음엔 영문을 몰라서 이유를 물어봤더니,
이곳은 박물관이 아니라 기념품 매장이라 촬영을 금지 한다는 거다.





아... 민망해...


어쩐지 입장할때부터 내 사진기를 유심히 보더라니...




그리하야,
나는 잠깐 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모두 토해내는 'Dog쪽팔린 상황'을 연출했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 상황에서 더이상 그 공간에 머물기는 역시 무리였다.


물론 뒤늦게 건물로 들어온 누나에게는,
아주 쉬운 한마디로 이 민망한 스토리를 비밀에 부칠 수 있었다.


"여기 볼 꺼 없더라, 그냥 나가자~"




그렇게 노블링카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와고,
출발시간에 맞춰 델리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이제 정말 마지막 도시.


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