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피서의 계절이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은 휴가철을 맞아,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여기저기 여행 러쉬를 가곤 했는데,
이런 짭조름한 상황을 그저 사무실 한 쪽 구석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나로서는,
마치 진수성찬 앞에 잘 훈련받은 개마냥, 연신 침을 꼴깍 삼키면서도 손 한 번 못대는 그런 기분이었다.
뭐, 나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알로하~ 푸쳐핸섭~!" 을 외쳐대며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이미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어느 정도 알게 된 나이인지라 섣불리 움직이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아니.. 이건!!"
그러던차에,
이건 또 무슨 하늘의 계시인지,
나는 우연히 8월 달력에서 빨간 날이 연달아 붙어있는 걸 발견해냈고,
어디론가 떠날 타이밍이 생겼다는 생각에,
이윽고 내 두 눈은 다시금 반짝거리며,
나지막히 기쁨의 단어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아..알로하!!!"
쇠 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나는 단숨에 여행 장소를 물색해봤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지도를 펴놓고 몇 번을 고민하던 나는,
결국 가장 공정하면서도 손쉬운 장소 선택 방법을 생각해냈는데,
그건 바로,
'눈 감고 지도 위에 손가락으로 찍기.' 였다.
사실,
이런 미친 생각을 떠올렸을 땐,
누군가 옆에서 좀 말려줬어야 하는데,
당시 주위에 아무도 없던 나는,
그저 '그래 이건, 자신과의 약속이야.' 라는 진부한 멘트를 떠올려가며,
잽싸게 눈을 감은 채 손가락으로 지도위에 한 곳을 가리켜 보았다.
"오비라??"
슬그머니 눈을 뜨고 지도를 보니,
내가 가리킨 곳은 인도네시아의 '오비라' 라는 섬이었다.
음....
뭐지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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