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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51 - 오르차 돌아다니기

"아아아악~~!! 제발 좀"

다음날 아침,
역시나 내 귓속을 후벼파는 예배당 종교음악 때문에 잠이 깼다.
차라리 음악을 틀꺼면 주기적으로 테잎 좀 바꿔주지.
얼마나 수없이 재생해댔는지, 중간중간 음이 한없이 늘어지기가 다반사였다.


사실 내가 머무는 숙소건물의 구조도 참 특이한데,
방에 문이 양쪽에 2개가 있다.
하나를 열면 게스트하우스 안쪽 마당이 나오고,
반대쪽 문을 열면 곧바로 마을 도로와 마주한다.

한마디로 방이 도로 바로 옆쪽에 붙어있어서, 덕분에 주위 소리가 그대로 다 들리는 구조다.


게다가 이날따라 밖에서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부르며 왁자지껄하는 소리도 들렸는데,
뭔 일인가 싶어서 슬쩍 창문을 열어보니 이게 또 가관이다.




'으응????"

살짝 방문만 열었는데, 모든 사람이 날 쳐다보는 이 상황.
그리고 얼핏보아도 족히 백명은 넘어보이는 사람들이 줄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이건 또 무슨 민족 대이동인가.

이 행렬의 이유에 대해서는 결국 알 수 없었는데,
나보다 몇시간 일찍 일어났던 누나의 말을 들어보면,
행렬 앞에서 웬 여자아이를 의자에 앉혀서 신 모시듯 끌고 가는 걸 봤다고 한다.




실제로 나중에 바라나시 가트에서도 이와 똑같은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아마도 네팔에서 살아있는 여신으로 여겨지는 '쿠마리' 와 비슷한 의식이 아닐까 싶다.


어쨋거나,
잠은 이미 깰만큼 깼고,
오늘도 희망찬 하루를 시작해보기 위해.
옷을 주섬주섬 걸쳐입고 숙소 마당으로 나왔다.



사진출처 : 다음카페 인도방랑기

"굳모닝~ 짜이~?"

방에서 나오자마자 숙소 주인과 살짝 마주쳤는데,
깜짝 놀라 심장이 멎을뻔 했다.

그는 어디론가 연신 통화를 해대며 바쁜척을 하면서도,
여전히 내게 짜이 한잔을 권했다.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이젠 조금 무서워질 정도다.

혹시 뭐 전생에 짜이와 관련된 억울한 죽음을 당했거나,
자신이 만든 짜이를 남에게 먹여주는 것을 통해 쾌락을 느끼는 짜이즘(Chaizm)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여하튼 그의 짜이 서비스 정신만은 인정해줄만 하다.




밖으로 나가 강바람을 쐬며 돌아오다가,
우리 숙소에 새로 도착한 한국인 여자 여행객 2명을 만났다.

두분다 나이가 나보다 많아서 누나라고 불렀는데,
두 사람의 성격이 극과극이다. 한분은 아주 활달하시고, 한분은 아주 여성스러우시고.

도대체 둘이 무슨 사이냐고 물어보니, 그냥 한국에 있을때 헬스장에서 만난 사이란다.

거참,
인간관계란... -_-;


어쨌거나,
우리와는 바라나시까지 일정이 같아서, 앞으로 떠날때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그 누나들과는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양쪽손에 과자와 과일 한봉지를 듬뿍 움켜진채,
오르차에서 미처 못가본, 그리고 가이드북에 아직 소개가 되지 않은 곳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때에 따라, 바위도 오르고..
좁은 강도 건너고, 이름모를 꽃들이 피어있는 들판도 지나갔다.




한참을 걷다가,
대체 여기가 어디쯤인지도 잊어버릴 무렵,

들판에서 한 소년과 마주했다.
(사실 소년이라고 하기에는 좀 삭아보이는-_-)


나는 별뜻없이 그 소년에게 멋진 장소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의외로 그 녀석은 흔쾌히 앞장서서 우리를 데리고 다니며 곳곳에 숨겨진 사원들을 보여줬다.

한 사원에 도착할때마다
우리는 녀석에게 가지고 있던 오렌지를 떡밥으로 투하했는데,

그때마다 녀석은 한입 시원하게 베어물고는,
만족했다는 듯이 다른 사원을 알려주곤 했다.

이...이것은..마치...
고전적 조건화, '파블로프의 개' 실험인가. -_-;




소년은 우리를 계속해서 들판 깊은 곳으로 안내했고,
덕분에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사원과 풍경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길을 걷는사이,
우리 주변에는 거의 벌거벗은 아이들 여러명이 점점 모여들었는데,
이건 뭐 내가 '피리부는 사나이'도 아니고,
처음엔 조금 받아주던 나도,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아이들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아마 멀리서 아이들과 내가 뭉쳐다니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사람들은 내가 '쿠마리' 인줄 알았겠지. -_-




그렇게 몇 개의 구경을 마치자,
결국 그 소년에게 하나씩 주던 오렌지가 다 떨어졌고,

더이상 오렌지를 받지 못한 녀석은
갑자기 표정이 돌변하며, 더이상 우리를 구경시켜 주지 않았다.


뒤늦게 다른 봉지에 들어있던 인도과자로 녀석을 구슬려 보았지만,
녀석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우리곁을 떠나갔다.


이런 시니컬한 소년 같으니라구.

과자는 정크푸드라 손을 안대는 건가.
어쨋거나 녀석과의 유기농 과일 교환 협약은 그렇게 끝이났고,
우리는 다시 마을 시내를 향해 되돌아 갈 수 밖에 없었다.




잠시뒤, 낮에 만난 누나들과 만나 근처에 있는 강으로 향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목욕도 하고, 수영도 하고, 빨래도 하고 있었다.

조용히 앉아 한없이 경치를 구경하다보니,
어느덧 또다시 해가지고 있다.

노란 태양이 강 아래로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봤는데,
푸쉬카르에서 봤던 일몰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눈 앞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광경에,
우리들은 이 모습이 사라지기 전에 눈과 렌즈에 담기 바빴다.


....그러다가 시작된,
급 사진 포즈 페스티벌.

석양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한편, 소싯적 대학교 교양수업으로 사진수업 좀 들어봤다던 누나 중 한명은 급 사진사로 돌변하여,
갑자기 우리에게 이런저런 포즈를 요구했다.




"더 높게!!! 허리를 더 펴봐!! 좋아! OK! -ㅁ-;"

누나의 OK사인이 떨어질때까지,
나는 쓰레빠를 신은채로 바위 위에서 죽어라 점프를 뛰어야 했다.

이건 뭐 행위예술도 아니고,
야마카시도 아니고,

갑자기 뭐야 이거 ㅡ.ㅡ?;


뜬금없이 한국사람 3명이 바위에서 돌아가며 점프를 팔짝팔짝 뛰어대니,
어느새 주변에는 호기심 많은 인도인들이 쑈 구경하듯이 빙둘러 모였다.

점프를 한번 뛸때마다,
여기저기서 "오~" 하는 함성과 박수소리가 나왔고.

그제서야 나는,
돌고래들이 박수를 받으면 왜 미친듯이 있는 힘껏 점프를 해서 링을 통과하려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_-;




사실 인도에서 한국인임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는 몇가지 키워드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꼭 사진을 찍을때 점프를 뛰는 거였다. -_-;

비슷하게 생긴 중국인이나 일본인과는 다르게, 일단 사진 찍을때 점프를 했다면 그사람은 100% 한국인일게다.


어쨌거나,
우리의 점프사진 촬영은 해가 거의 질때까지 계속됐고,

서로들 상당히 흡족해하며,
옆에서 열심히 관람하던 인도인들과 기념촬영(?)까지 마친뒤에서야,
숙소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