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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71 - (네팔) 쿠마리와 아이들

쿠마리 사원


과일과 빵을 한보따리 충전한 후,
수많은 군중들을 뒤로 한 채 '더르바르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 이라는 단어답게 이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이곳에서 특히 유명한 곳은 바로 '쿠마리 사원' 이다.


"네팔에서 살아있는 여신으로 추앙받는 쿠마리는....어쩌구 저쩌구..."
로 시작하는 백과사전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는 일단 스킵하고,


간단히 말해서,
네팔에서는 어린 꼬마 여자아이를 골라서 살아있는 여신(쿠마리)으로 대접하다가,
초경이 시작되면 가차없이 내쫓고 다른 여자아이를 뽑으며,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사원에서만 갇혀지내야만 된다는 거다.
(간단히 말한다는게 오히려 더 길고 복잡하게 말해버린 이 참담한 상황-_-)




어쨋거나 우리는 쿠마리가 거처하고 있다는 사원으로 진입을 시도해 보았는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외부인의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다.

나무로 된 문 하나만이 경계선이 되어,
내가 있는 반대편에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가 있는 셈이었는데,

그게 과연 살아있는 여신인지, 갇혀있는 소녀인지,
쓴웃음만 나오는 현실이었다.




쿠마리 사원을 나와서,
주변 경치도 바라볼 겸, 근처에 있는 다른 높은 사원에 올라가 보았다.

위에서 보니, 참 다양한 사람들이 광장 주변을 바쁘게 움직였다.

싸이클 릭샤꾼들..
세계각지에서 온 관광객들..
관광객에게 솜사탕을 팔아보려고 애를 쓰는 장사꾼..

그리고 구걸하는 네팔의 꼬마 아이들..




꼬마 아이 몇명은 사원 계단 옆에 붙은 돌기둥을 엎드린 후,
미끄럼틀마냥 타고 놀기도 하고 주변에 여행객들이 보이면 다가가서 구걸을 하곤 했다.

우리가 사원 꼭대기에 올라서자,
꼬마 한 녀석이 우리에게 다가왔는데,
아마도 우리가 들고 있던 과자와 빵 봉지를 눈여겨 봤던게 틀림없었다.


우리 앞에 다다르자,
먹을 것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고,
그 모습은 안쓰러움을 넘어서서, 너무나 귀여웠다.

그녀석의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보고 있자니,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결국 몇분 후, 마치 뭔가에 홀린듯 주머니를 뒤져가며 녀석에게 전해주고 있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뇌 깊숙한 곳에 마지막 이성은 존재하고 있었는지,
우리의 Must have Item 이었던 '청포도'만은 정확히 제외하고,
나머지 과자와 빵들을 모두 꼬마녀석에게 줘버렸다.




녀석은 빵과 과자를 받자마자,
같이 올라온 다른 꼬마녀석들과 함께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다시금 계단 옆 돌기둥에 엎드려 미끄럼틀을 타댔는데,
손에 한움큼 쥐고 있던 빵과 과자를 놓치기 싫어서인지, 입과 코에 마구 쑤셔넣은 후에 미끄럼틀을 탔다.


'거참.. 야심있는 녀석일세. -_-;'


그렇게 한동안 사원 꼭대기에 앉아서 꼬마녀석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아까 우리가 과자를 나눠줬던 아이들이 길바닥에 떨어진 담배를 주워서 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피는 자세를 보아하니,
이미 한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닌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대체 왜.
이곳의 아이들은 이렇게 지내야 하나.

고작해야 6살, 7살짜리 꼬마들이,
한쪽에서는 살아있는 여신입네 어쩌네 하며 건물에 갇혀있질않나.
다른쪽에서는 길가에서 구걸하고, 떨어진 담배꽁초나 주워 피고있질않나.

썩어빠진 어른 놈들은 뭘하고 있길래,
아무런 선택권도 없는 아이들에게 이런 삶을 제공하는가.



...비참하다
그리고 화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