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73 - (네팔) 보드나트

카트만두에서 머물렀던 숙소는 꽤 고급스러웠다.
물론 객관적으로 본다면야 한국의 모텔보다 못하지만,
저렴한 인도 게스트하우스에 익숙해져 있던 나로서는 그야말로 신천지와 다름없었다.

"아니, 숙소에 도마뱀이 없단 말이야?! 와우!"
"이것봐!! 수도꼭지만 돌렸는데 뜨거운 물이 나와!!"


뭐, 이런식이다.




그렇게 방 안에서 어린아이처럼 감탄의 환호성을 질러대고 있을때,
옆에서 여행 책을 열심히 탐닉하던 누나가
문득, 근처에 있는 '보드나트'를 보러 가보자고 했다.

네팔 최대의 불탑이라고 하는데,
내게는 역시 그저 "그거 뭐, 밥 말아 먹는거야?" 라는 물음이 나오는 존재에 불과했다.


어쨋거나, 이어지는 누나의 채근에,
우리는 곧바로 숙소를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했고,
40분정도 걸려서 보드나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그전에 과일가게에서 청포도를 한움큼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보드나트에 들어서는 입구 자체는,
과연 이곳이 그렇게 유명한 곳인지도 의문스러울 만큼 지극히 평범한 골목길이어서,
별다른 기대없이 입장권을 끊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건물 모퉁이를 돌아서자,
뜬금없이 눈앞에서 거대한 불탑을 마주하게 되었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불탑은 원형 모양으로 자리하고 있었는데,
불탑을 중앙으로 그 주위를 각종 음식점이나 불교 용품점, 사원, 기념품점이 둥글게 둘러싸고 있었다.




불탑 전체에는 '옴마니반메훔' 이라는 불교 음악이 은은하게 울려퍼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천천히 한 방향으로 불탑을 돌고 있었다.

내 종교가 불교가 아님에도,
뭔가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자연의 웅장함을 마주할 때, 알 수 없는 경외심을 느낄 수 있듯이,
거대한 불탑이 내뿜는 기운 또한 그러했다.




주위에는 온통 만국기마냥 색색의 천들이 걸려있고,
하늘은 구름 한점 없는 파란색이었다.


확실히 인도와는 다른 분위기다.
기본적으로 종교 자체가 다르기도 하지만,
이곳은 인도보다 좀 더 차분하고, 정적이며, 다분히 동양적이다.




불탑을 한바퀴 돌고나니,
나도 모르게 '옴마니반메훔' 노래를 반주에 맞춰 흥얼거릴만큼,
이 분위기에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뭐, 가사자체가 '옴마니반메훔~' 을 계속 반복하는 것 밖에 없으니,
굳이 외우고 싶지 않아도 자동학습이 되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한번 재생 시간이 무려 24분짜리다.
(이건 무슨 MC스퀘어도 아니고)


어쨋거나 보드나트는 가운데에 탑 자체도 독특했지만,
그 주위에 들어선 건물들도 상당히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 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중세 주택 모습과 닮았다고 느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런 건물에서 스파게티나 피자같은 유럽 음식을 파는 곳도 있었다.




때마침 내 배에서는 뭐라도 넣어달라고 아우성을 외쳐 댈 무렵이었고,
건물위에서 바라보는 불탑도 꽤 괜찮을 것 같아서,
전망좋은 음식점을 찾아서 들어갔다.


하지만 예상대로 경치좋은 옥상 자리는 이미 외국인들의 차지였고,
그나마 다행스럽게 옥상 바로 밑에 층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밥을 먹으며 불탑을 바라보니,
많은 사람들이 탑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거나 합장을 하고 있다.

네팔이나 티벳사람은 그렇다치고,
옷차림으로 보아 100% '나는 아주그냥 멀리서 온 여행자입니다. 예압' 라고 느껴지는 서양 사람들도 보였는데,
그들 역시 가부좌를 틀어앉고 명상에 잠겨있거나, 요가 비슷한 동작을 하고 있었다.


정말 종교를 믿기때문에 하는 건지.
아니면 신기한 동양의 문화를 보고 호기심에 따라해보는 건지,
롯데리아에서 빅맥버거를 파는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종교...

여행 중 계속해서 마주하게 되는 이름.
대체 너는 무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