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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75 - (네팔) 침대위 24시간

저녁무렵부터 시작됐던 복통은 쉽게 멈추지 않았고,
결국 한밤 중에 더 심해지는 통증때문에 잠에서 깼다.
그렇다고 마땅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어서,
침대위에서 몸을 웅크린 채 날이 밝을때까지 설잠을 잘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날은 누나와 근처에 있다던 '스왐부나트' 라는 곳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아침이 되어도 상태는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리는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과 끄덕임을 주고 받기 시작했는데,

대충 뜻풀이를 해보자면,

"나 오늘 몸상태 ㄴㄴ"

"ㅇㅋ"


정도로 해석 될 수 있다.


단 3~4번의 비언어적인 표현을 통해 각자의 의사를 확인 한 후,

나는 다시 침대위에 누웠고,
누나는 내 방의 커튼을 쳐주고나서 혼자 스왐부나트를 향해 출발했다.





혼자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낯선 타국에 와서,
몸이 좋지 않아 아픈것도 문제지만,
왠지 모르게 시간을 낭비하는 듯한 조바심과,
통증을 혼자 참아내야 하는 쓸쓸함이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딱히 약도 없고,
무슨 병인지도 모르겠고,
먹는 건 죄다 토하고,
그저 계속되는 설사와 복통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있던 약은 한국에서 가져온 정로환이었는데,
퀘퀘한 냄새를 참아가며 아무리 먹어봤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뭘 잘못 먹은건가?
그러고보면 바라나시에서부터 살 좀 쪄보겠다고 닥치는 대로 주워먹었긴 했다.
얼마전 먹은 '모모'[각주:1]가 상했었나?
'뗌뚝'[각주:2]?? 아니면 '뚝바'[각주:3] ??
설마 엣지 아이템이었던 '청포도'?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어느새 잠이 들었었는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잠이 깼다.

누나가 방 안으로 들어왔는데,
밖을 보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잠깐 설잠이 든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하루종일을 방 안에서 보낸셈이다.


몸 좀 괜찮냐는 물음에,
나는 맥없이 상체를 일으켜서 그런것 같다고 대답했고,

누나는 뒤이어 스왐부나트에는 원숭이가 많았다느니,
승합차를 타고 돌아오는데 구조가 참 특이했다느니,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배터리가 없어서 2장밖에 못 찍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내게 말했다.


귀로는 그냥 듣고 있지만,
뭔가에 묶여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내 신세가 답답했다.

한참을 침대위에서 꼼짝않고 보내면 몸이 좋아지는듯 해서,
안심하고 뭔가를 먹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구토 느낌과 함께 다시 배에 통증이 오는 식이었다.

덕분에 반강제적인 소식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가뜩이나 날씬했던 몸은 더욱더 홀쭉해져가고 있었다.


과연 남은 여행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렇게 불안한 몸상태로 계속 다녀야 하나?


이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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