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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77 - (네팔) 복통의 정체


나와 누나는 일단 숙소를 잡고,
오랜만에 거금을 들여, 근처 한국 식당에서 푸짐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인도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제육볶음, 삼겹살 등을 야무지게 먹어보리라 단단히 벼르고 있었는데,
역시나 먹기만 하면 구토 증세가 느껴져서 음식의 절반이상을 남겨버리고 말았다.

기름진 고기를 눈앞에 두고도 차마 먹을 수 없는 이 가슴아픈 상황은,
점점 나를 비현실적 공황상태로 내몰았고, 이 알 수 없는 복통을 하루빨리 치료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다만 문제는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현지 병원을 이용하면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는 점이다.
심지어 음식점에서 만난 한국인에게 들은바에 의하면,
최근에 병원에서 아주 잠깐 입원 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비만 수백달러가 나왔다고 한다.

이말을 듣으면서,
2루피짜리 바나나 하나에 열광하던 빈곤 여행자인 나로서는,
그저 가뜩이나 얇은 지갑만 만지작 거릴 뿐이었다.


게다가 출국 전에,
'에이 뭐, 별일 있겠어? 일단 고고씽 ㅋㅋㅋㅋㅋㅋ'
이라고 외치며 '여행자 보험'도 안들어 놨었기 때문에,
여행 중 생기는 그 어떠한 손실에 대해서도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트래킹이고 자시고, 그 전에 말라 죽을 것만 같았고,
결국 한참을 생각한 끝에, 병원비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내일 아침 일찍 치료부터 받기로 맘을 먹었다.


숙소 옆에 있는 '페와 호수'를 한바퀴 둘러본 후,
누나와 얘기를 하다가, '혹시 네가 장염에 걸린게 아니까?' 라는 말이 나왔다.


"에이, 설마~"

나는 그럴리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이미 한손으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누나가 한국에서 가져왔다는 장염약과 함께 마실 물을 재빠르게 컵에 따르고 있었다.





사실 믿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약을 먹었는데,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기적처럼 복통도 사라지고 속도 좋아졌다.




"뭐지? 어쨋거나. 예압 베이베-"


으응...ㅡ_ㅡ?
대체 뭣 때문에 좋아진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유야 어쨌든...



"얼씨구나, 베이베-*"



결국 나를 그렇게 괴롭혔던 게,
평소에 하찮게 생각했던 '장염' 이었다니...

고등학교 시절,
장염에 걸린 친구에게 한턱 쏜다며 '초코우유'를 내밀었던 나에게,
하늘이 내린 복수인가...? (미..미안해 친구야)


만약 내가 장염인 것을 계속 모른 채 억지로 참고만 있었다면..
그리고 누나에게 때마침 장염약이 없었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어쨌거나 다행스럽게도,
더이상 내 몸 속에서는 '밀크커피'를 만들어내지 않았고,

이제 남은 것은 본격적인 네팔 트래킹 일정을 잡아보는 것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