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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78 - (네팔) 포카라 페와호수


포카라에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서,
이미 트래킹을 마쳤던 '오르차' 누나들과 'Mr.유'를 통해서,
트래킹에 관한 여러가지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포카라에서 '트래킹'은 여러가지 코스가 있는데,
특히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는 루트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해발 4130m)가 있는 곳을 찍고 오는 'ABC코스'와 '푼힐전망대(해발 3193m)'를 거쳐 오는 코스가 있다는  얘기.

그리고 트래킹을 가기전에는 반드시 허가증을 발급 받아야 되는데,
가격이 무려 2000루피라는 사실.

산 중에 위치한 숙소는 방값이 싼 대신,
음식값을 매우 비싸게 받기 때문에 웬만한 음식은 배낭에 싸들고 가는게 좋다는 얘기.


그 외에도,
밤에는 심심하니까 고스톱을 챙겨가면 좋을 거라던가,
고지대에서 대변볼 때는 힘을 세게 주지 말라던가,

등등... 별에별 '쓰잘떼기 없는 TIP'까지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트래킹 퍼밋을 발급해주는 ACAP 사무소


나는 이런 얘기를 듣자마자,
직감적으로 'ABC코스' 트래킹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옆에 있던 누나가 기어코 '푼힐' 코스로 가겠다기에, 별 수 없이 나도 '푼힐'로 급선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나 원래 이렇게 묻어가는 사람 아닌데 말이야...)

어쨌거나 대략적인 루트를 정하고나자,
나는 그길로 즉시 자전거를 빌려타고 트래킹 허가증을 발급받기 위해,
20분 거리에 있던 'ACAP 사무소'로 페달을 밟았다.


담당자에게 구라가 80%정도 섞인 일정계획표와 신청서를 제출하고,
증명사진 1장, 마지막으로 피눈물 같은 2000루피를 건네니 생각보다 손쉽게 허가증을 얻을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에 있는 '페와호수'에 들렸다.

때마침 석양이 드리우는 시점이라,
겹겹이 보이는 산과 잔잔한 물이 대비되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이런 아름다운 풍경과는 달리,
호수 가까이 다가가보면 쓰레기가 널려있고, 녹조도 껴있고,
전반적으로 꽤 지저분해 보였다.


실제로 호수 주변의 산림이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수많은 퇴적물이 그대로 호수밑에 쌓이게 되어,
앞으로 호수의 존재 자체가 위험해 질 수도 있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결국 이곳에 몰리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리고 그들이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함을 꾀할수록,
그것을 받쳐주기 위해 무언가는 소모되어야 하고, 그 찌꺼기는 고스란히 자연이 부담하게 된다.


그 누군가의 말처럼,
지구에 있어서 최악의 바이러스는 바로 인간들이 아닐까?




이렇게 '페와호수'에 대한 진지한 생각으로 여념이 없을 무렵,
누나는 호수를 배경으로 내 사진을 한 컷 찍어주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누나가 찍어준 내 사진을 통계학적 관점으로 바라봤을때,
사진에서 내 얼굴이 새끼손톱보다 크게 나올 확률은 대략 15%에 불과했다.


짧은 시간동안 고심하던 나는,
차라리 특이한 포즈라도 취해서,
나중에 사진속에서 찾기라도 쉽게 하는게 나을거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나의 이 무리한 포즈 욕심은 결국 의도를 알 수 없는 옆차기 사진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누나는 내 사진을 몇번 찍더니,
다시금 호수 가까이 다가가 풍경촬영에 심취하기 시작했고,

나는 뒷편 들판에 주저앉아 느긋하게 주변 사람들을 구경했다.


들판을 운동장 삼아 꼬마아이들 몇명은 축구를 하고 있고,
축구 골대 옆에는 커다란 캠핑카 한대가 있었는데,
그 앞에서 서양 사람들 몇명이 음료를 마시며 잡담을 하고 있었다.


가끔씩 아이들이 차던 공이 내쪽으로 굴러오면,
녀석들은 손을 흔들며 공을 차달라고 소리쳤고,
나는 그저 공을 주워 던져주는 '축구공 셔틀'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근데 너무 자주 내 쪽으로 차지는 마 ^_^)



모든게 평온하다. (축구공 날라오는 것만 빼면)

그 누구도 서두르거나, 바빠보이지 않는다.




정말 이곳은 천상 휴양지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