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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79 - (네팔) 트래킹 준비하기


트래킹을 하려고 허가증까지 받아놨지만,
막상 필요한 장비들은 하나도 준비된 게 없었다.

물론 코스 자체가 힘들지 않은 루트라, 그깟 장비들이 필요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명색이 해발 3200m라는데, 뭔가 우리도 그에 맞는 예의를 갖춰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예를 들면 등산화나 모자, 스틱, 물 정화약.. 등등 말이다.


하지만 딱 한번뿐인 트래킹에 쓰기위해,
비싼 장비들을 구입하는게, 그다지 효율적일 것 같진 않아서,
우리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보기로 했다.




우리의 1차 타겟으로 선정된 곳은 포카라의 어느 한국식당.
일단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

표면적으로 우리는 삼겹살을 먹기 위해 이곳을 들렸지만,
이미 주변 사람을 통해 식당 사장님이 여행자들에게 트래킹 장비를 그냥 빌려주신다는 첩보를 입수한 상태였다.


이윽고 고기가 불판에 구워지고,
역시나 예상대로, 사장님과 접선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데 장비 좀 빌려달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사장님은 우리를 처음 보자마자 대뜸없이 말했다.


"니들은 트래킹 안가냐?"



으응?


난데없는 사장님의 '시크 + 반말 콤보'에 약간 주춤했지만,
머리속에서는 연신 "침착해~ 침착해~" 라는 자기암시적 응원의 메시지가 들렸다.


"푼힐 코스로 가요."



"그려? 장비는 챙겼고? 없으면 여기 있는거 가져가."

.
.
.


뭐야 이거...

...쉽잖아..?







<스틱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고맙게도,
So Cool한 사장님 덕분에 손쉽게 나무 지팡이(스틱)를 빌릴 수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너무나도 So Cool한 말투때문에,
이분의 성격을 당최 종잡을 수가 없었는데, 뒤이어 알게된 특이한 이력 또한 참 아리송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이곳에 정착한 후, 음식점과 숙소를 운영하고 있고,
지금은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심좋기로 소문이 자자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식당을 찾고 있었다.


물론 나 또한 이곳에서 즐거운 사람들과 힘께 좋은 추억을 얻었지만,
적어도 이날 먹었던 삼겹살만은 근래 먹어본 삼겹살 중 최악이었다.

그러나 소심한 여행자였던 우리는,
사장님께 맛있다며 엄지손락을 올려댔고,
이 가슴아픈 삼겹살 맛은 그저 나와 누나만의 비밀로 남겨지게 되었다.




우리의 2차 타겟은 이제 막 트래킹을 마친 다른 여행자들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 찾아가서,
그들의 트래킹 후일담도 듣고, 잡다한 정보도 얻고,
종내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고산병 약과 물 정화캡슐 등을 얻을 수 있었다.



<약과 정수캡슐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트래킹 장비 준비를 마치고,
산을 오르면서 먹을 음식을 사러. 포카라 시내에 위치한 할인마트를 찾았다.

라면, 땅콩버터, 사탕, 식빵, 초코바, 생수...


잡다한 음식들을 사긴 샀다만,
어째 군것질거리만 산 것 같은 이 느낌은 왜일까.




돌아오는 길에는 모자를 사기 위해 잡화점에 잠시 들렸다.

가격은 제품별로 천차만별이었는데,
어차피 햇빛만 가릴 용도였으므로, 개중에 제일 무난한 하얀색으로 하나 골랐다.


그런데 돈을 지불하고 모자를 찬찬히 살펴보던 중에,
모자 한쪽에 누리끼리한 얼룩이 큼지막하게 번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기, 이 얼룩은 뭐예요?"


내 말을 듣자 주인은 상당히 당황한 듯,
멋쩍은 미소를 띄우며 조용히 말했다.


"40루피 깎아드리죠."



아니, 이자식이 지금,
얼룩 묻은 걸 팔려고 했으면서,
나한테 들키니까 깎아주시겠다고??

나는 주인장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Thank you very much!"




신발은 컨버스 단화에,
누리끼리한 얼룩이 묻은 모자,
음식점에서 얻은 나무 지팡이 하나,
그리고 카메라.


비록 어느것 하나 완벽한 건 없지만 (그럴 필요도 없지만)
이제 내일이면 트래킹을 떠나게 될꺼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분만큼은 마치 MT 떠나기 전날처럼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