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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88 - (네팔) 엇갈림


결혼식장을 벗어나 다시 한참을 걷고 있자니,
뒤에 쳐져서 걷고 있던 남자일행 2명은, 이젠 대체 어디쯤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어차피 길은 하나니까.. 언젠가는 만나겠지.. 그래, 지구는 둥그니까.'

누나와 나는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그저 묵묵히 앞을 향해 걸었다.
(절대 그들을 기다리는게 귀찮아서 그런게 아니다.)



사진출처 : http://picasaweb.google.com/dawnmueller64

그렇게 긍정적 걷기를 계속 하다보니,
어느 순간, 길 옆에 아주 조그맣게 'Check point' 라는 글씨가 보였다.

말 그대로 트래킹을 하다가 중간에 관리인에게,
'우리 지금 이쯤 지나가고 있습니다요~' 라며 체크하고 가라는 곳인데,
솔직히 그냥 통과해도 별 문제 없어 보일만큼 허름하고, 허술하고, 허전해 보였다.


하지만 누군가 방문해 주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관리인을 위해,
잠시나마 그곳에 들려보기로 했다.



사진출처 : http://www.travelpod.com/members/aazephyr

솔직히 들어가도 할 건 별로 없다.
그냥 트래킹 허가증 보여주며 이름적는게 전부다.


관리인은 먼저 누나의 허가증을 받아 노트에 적었고,
뒤이어 나를 쓱 쳐다보며 말했다.



"Are you a porter?"


으응?


포터..

포터라...




내가 '포터'냐고?..


옆에 있던 누나는 아주그냥 좋다고 웃어댔고,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허가증을 찾아 녀석에게 보여줬다.


여행을 하면서 갈수록 초췌해진 내 외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네팔 현지인에게 '포터'로 인식되다니..


나는 단지 내 히어링이 안 좋았을 뿐이라며
'포터가 아니라 '리포터'냐고 물어본 걸꺼야..'
아니면 '그냥 농담으로 던진 질문일 수도 있어..' 라고도 생각해봤지만,

관리인은 계속해서 내 모습과 허가증 사진을 번갈아 보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아무래도 이자식..

진심으로 물어봤던 것 같다............




어쨌거나,
마음속에 상처만 남은 Check point 를 지나,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계속 걸어갔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정도 속도를 줄여가며 걸어봐도,
뒤에 쳐져있던 녀석 2명이 당최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건가?'




더 이상 멀어지면 안될 것 같아서,
결국 짐을 내려놓고 일행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잠시 동안 눈을 감고 명상에 빠진 척, 있으려 했지만,
서서히 잠이 들었고,

누나는 돌담위에 앉아 뭔가 노트에 적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가끔씩 지나가는 외국 여행자들에게 동양인 남자 2명을 봤냐고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못봤다' 라는 것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온몸에 한기가 느껴져서, 일어나 시계를 보니,
벌써 기다린지도 1시간이 넘어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올거라 믿었는데,
녀석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해지기 전에 다음 마을에 도착하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출발해야 했지만,

우리는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를 반복하며,
1시간 30분이 다 되가도록 같은 곳에 머물렀고,
이러다가는 그 녀석들은 둘째치고,
우리까지 산 속에서 하룻밤을 지낼판이었다.


무슨 사고라도 당한 건가?

더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그냥 가야 하나...